아파트 ‘주민커뮤니티’ 속으로

지역내일 2011-08-14 (수정 2011-08-14 오후 10:06:41)

휴먼 네트워크, 아파트의 가치를 올리다

 

기존, 공동주택 개념으로의 아파트가 새로운 문화 창출과 활발한 주민 커뮤니티의 장으로 변하고 있다. 아파트 주민끼리 문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동호회를 조직하고 봉사하는 모습은 이젠 자연스러운 현상. 첨단 스포츠시설과 다양한 편의 시설을 이용하면서 잦아진 만남은 새로운 이웃사촌을 만들고 있다. 이런 추세는 입주민의 만족감을 높이는 동시에 인근 주민들에겐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데…. 우리지역 아파트에서 펼쳐지는 다양하고 활발한 공동체 모습을 담아보았다. 




다채로운 강좌 펼치며 주민참여 이끌어 



분당구 정자동, 한진7차아파트 관리사무소 2층 회의실은 항상 북적인다. 역사교실, 미술교실, 악기강습 등 다양한 강좌가 매일같이 열리고 있기 때문. 손서환(14)군 역시 월요일이면 기타 강습을 받기위해 이곳을 찾고 있다. “다른 애들은 악기 배우러 먼 곳까지 간다는데, 가까운 단지 안에서 배울 수 있으니까 참 편하고 좋아요.(웃음)”
인근 단지에서도 유명한 이곳의 주민 프로그램은 부녀회에서 주관한다. 2006년도부터 회장직을 맡고 있는 오세현씨는 “부녀회장이 된 후 아파트의 삭막함과 잠자고 있는 문화를 개선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복날 음식대접, 단지 청소 등 획일적인 부녀회 활동을 지양하고 주부와 아이들이 많은 단지 특성에 맞춰 매월 이벤트강좌를 마련했다. 벼룩시장을 열고 친숙한 동화작가를 초청했으며 초등학교 입학을 돕는 ‘예비학부모’교실과 ‘교과서 들여다보기’ 등 구미에 맞는 강좌에 대한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저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게 자녀교육과 주민 간 소통이었는데 욕구가 맞아떨어진 거죠.”
회원들은 사회활동하면서 맺은 인연으로 강사를 모셨고 여러 단체의 노하우를 참고해 프로그램을 안착시켰다. 그러자 자연스레 비슷한 생각을 가진 주부들이 모였다. 지난해 3월부터 정기모임을 갖고 있는 ‘가족과 교육에 대해 생각하는 모임’, 가교의 태동이다. 가교 회원들은 매주 수요일에 모임을 갖고 환경, 경제 등 각자 맡은 분야의 기사를 소개하고, 각자 읽은 책을 공유하며 자녀 교육과 가족 관계에 대한 고민을 나눈다. 오세현 회장은 “화목한 가정과 자녀들의 교육에 대해 좀 더 발전적인 생각을 나누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면서 “이웃과 따뜻한 관계를 만들고 그 속에서 성장하길 바라는 주부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커뮤니티 시설 통해 이웃 간 정이 돈독
판교 백현마을 9단지 주민들은 단지 안에 위치한 주민카페에서 1주일에 두 번씩 요가와 라인댄스를 배운다. 스포츠센터나 문화교실에서 볼 수 있는 수업이 주민을 위한 편의시설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 9단지 주민들은 이렇게 취미생활을 함께하며 돈독한 우정을 나누고 있어 타 지역 주민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주민 김유라(41)씨는 "전에 살던 곳에서는 이웃과 교류할 기회가 전혀 없어 삭막했다”면서 “지금은 같이 운동하고 밥도 먹고 아이들 교육 정보도 나눌 수 있는 이웃이 생겨 흡족하다”고 미소 지었다.
주민들은 이곳 말고 다른 커뮤니티 장소인 주민센터에서 탁구와 골프, 사우나도 즐긴다. 금년 1월부터 개장 운영하고 있는 세군데 시설은 아파트 주민 3분의1이 이용할 정도로 인기몰이 중. 골프동호회에 가입한 주민은 이미 50명이 넘고, 탁구장은 30분 정도 기다려야 할 정도로 호응 높다. 입주한 지 3년이 안 된 단지에서 등산회와 골프회가 조직될 정도로 스스럼없이 어울리게 된 데는 공동 사우나 덕이 컸다. 입주자대표회의 김진화 회장은 “처음엔 집에서 샤워할 수 있는 데 굳이 돈 들이며 운영할 필요가 있냐는 의견도 있었다”면서 “의견수렴을 통해 세대별로 비밀번호를 부여하고 월 1만원씩의 회비로 자유롭게 이용하게 했더니 지금은 하루이용객만 200여명에 이른다”며 “남탕에선 이웃들이 등 밀어주는 훈훈한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엄마들이 가장 원하는 곳, 도서관!   
분당구 수내3동 푸른마을 아파트 단지 내에 위치한 ‘푸른마을 도서관’. 1993년 개관 이래 꾸준히 운영해 온 이곳은 얼마 전 경기도내 작은 도서관 최우수단지로 선정되면서 리모델링을 거쳐 깔끔하게 탈바꿈했다. 롱런의 비결인 자원봉사자들의 열정에 깨끗한 환경이 더해지면서 이용객의 발길 역시 잦아지고 있다. 올해로 4회째인 ‘알뜰벼룩시장’과 필요치 않은 책을 돌려보자는 취지의 ‘도서바자회’는 이곳만의 특별한 행사. 올봄에 처음 개최한 ‘도서바자회’는 외부로부터 기증받은 책 중 도서관의 소장 도서와 중복됐거나 각 가정에서 불필요해진 책을 주민들로부터 기증받아 개최했는데 수천 권의 책이 모아지고 인근 단지에서 찾아올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고. 푸른마을 도서관의 송은화 관장은 “행사로 얻은 수익금은 영리목적이 아닌 도서구입과 도서관 발전기금에 전액 사용하고 있다”면서 “이용객들 역시 구입금의 10%를 도서관 활성기금에 기부함으로써 나눔 문화에 동참한다는 뜻이 어우러져 호응이 컸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중원구 금광동 삼성래미안 아파트의 ‘래미안 금광도서관’은 2007년 재건축과 함께 개관했다. 시공 당시부터 도서관 부지가 있었지만, 이용 여부는 오롯이 주민들의 몫. 금광도서관 이영애 관장은 “세 아파트를 함께 재건축하면서 1000세대가 넘는 대단지로 바뀌었다. 큰 도서관에 가려면 멀고 번거로워 단지 안에 도서관을 희망하는 주민들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건설사와 입주회의 도움으로 책과 장비를 지원받아 면모를 갖춘 후 주민 21명이 자원봉사로 운영 중이다. 약 9800권의 도서를 소장하고 있으며 ‘아가를 위한 동화읽기 모임’ 비즈와 뜨개질 모임, 방학특강 등으로 아파트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여은영(42)씨는 “요즘 엄마들이 가장 원하는 곳은 도서관”이라며 “지인들로부터 도서관이 있어 부럽다는 말을 들을 때면 뿌듯”하다고 미소 지었다.




주민들 대신해 봉사도 보람차게
야탑동 장미마을 현대아파트 주민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나눔’이다. 이곳에는 남녀 혼성 봉사모임인 ‘장미회’가 존재한다. 아파트의 공공기금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소모성이 아닌 좋은 곳에 쓰자는 게 모임의 결성 이유다. 남성회원들이 동참하다보니 2000세대가 넘는 대단지 청소 뿐 아니라 야간순찰 등 다소 어려운 봉사도 가능해졌다. 한 달에 세 번, 25명의 회원 모두는 조를 나눠 단지 곳곳을 순찰한다. 망가진 등은 없는지, 움푹 파인 곳은 없는지 등 위험요소를 꼼꼼히 살핀 후 관리사무소에 조처토록 하는 것. 2주마다 실시하는 단지청소 역시 5년간 거르는 법이 없었단다. 장미회를 이끌고 있는 박종순 회장은 “대청소 때에는 아파트 주변과 뒷담 사이사이에 낀 쓰레기까지 빠짐없이 수거한다”며 회원모두가 “몸은 힘들어도 단지를 위해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보람차게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나눔은 단지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여성 회원들은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에 중탑복지관의 배식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단순 배식뿐 아니라 조리부터 설거지, 배달용 도시락까지 오전시간 모두를 할애한다. 장애인 시설인 ‘예가원’의 김장 돕기는 2008년부터 시작했다. 갈 때마다 생필품을 나눠주고 아파트에서 수거한 헌옷을 깨끗이 손질해 수시로 전달한다. 입주자대표회의 황용만 회장은 “우리단지가 전년도에 성남시 최우수단지로 뽑힌 데는  장미회의 공이 컸다”면서 “단지 활성화에 기여하고 모범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어 주민들이 고마움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박신영 리포터 jump104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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