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낡은 필름처럼 아득하지만 야구를 보면서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다. 덕진야구장, 그곳은 한때 프로야구가 열릴 때면 전북도민들의 환호성으로 가득했다. 전북도민이 목청 높여 전설의 이름, ‘쌍방울 레이더스’를 응원하며 하나가 되었던 시절이었다.
90년대 전북을 연고로 한 쌍방울 레이더스는 만년 꼴찌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96년과 97년 정규시즌에서 각각 2위 3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최근, 쌍방울 레이더스가 해체된 지 10여년 만에 다시 전북에서 프로야구단 창단이 논의되고 있어 지역 사회의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해체 이후 쌍방울 레이더스 마지막 팬클럽 회원들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야구 이야기를 들어보자.
* 쌍방울 레이더스 2루수로 활동한 최태원 코치(기아)와 박동찬 이재선 회원
진정한 쌍방울 알리고 싶어
90년대 프로야구팀인 쌍방울 레이더스는 2000년 해체 후, 점차 세인들의 관심에서 사라져갔다. 그러나 쌍방울 레이더스와 언제나 함께 있고 싶다는 소망을 간직하고 사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쌍방울 레이더스의 마지막 팬클럽이다. 이들은 2003년에 결성되어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회원 수는 1800여 명. 최근 전북에서 프로야구 10구단 창단에 관심이 모아지면서 예전 전북 연고팀인 쌍방울 레이더스를 기억하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4년 동안 팬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박동찬(대학원생)씨는 “진정한 쌍방울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일반 야구팬들에게 쌍방울 레이더스는 가난하고 야구 못했던 팀으로만 기억에 남아있다. 하지만 박씨는 “쌍방울이 한국야구에 기여한 바는 상당히 많다. 8개 구단 체제를 10년이나 유지시켰다는 점과 광역시가 아닌 도시에 야구단을 유치했던 점이다. 만약 이때 쌍방울이 90년대 야구단을 유지시키지 못했다면 현재 한국야구의 영광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신생팀의 한계를 한동안 깨지 못했지만 96년, 97년 대기업지원을 받는 팀들을 넘어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것은 팬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기억된다”고 말했다.
기억 속에서 기록으로 남기기
2008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하면서 팬클럽의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회원들 이 쌍방울의 경기모습을 회상했다면, 2008년부터는 쌍방울 레이더스의 왜곡된 모습보다 한국야구에 기여한 바를 증명하려는 노력들이 더해졌다.
이에 발맞춰 2009년 ‘해태타이거즈와 김대중’이라는 책은 쌍방울 레이더스의 이야기를 일부 담고 있다. 2010년 쌍방울 레이더스 해체 10주기에는 네이버와 연계하여 ‘쌍방울 레이더스 해체10주기’ 기사를 3부에 걸쳐 연재하기도 했다.
또 팬들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야구팀이 아니라 기록으로 남기는 일에도 회원들의 힘이 보태지고 있다. 카페회원들은 기부와 경매사이트를 통해 슬라이드 사진 300점, 관련 잡지 25종, 박물류 50~60점 등을 수집해 오고 있다.
박동찬씨는 “앞으로 야구박물관이 건립되면 우리 팬클럽의 이름으로 쌍방울 레이더스의 기록물을 남기고 싶다”고 밝혔다.
전북 10구단 창단을 꿈꾸며
최근 전북에 프로야구 창단 움직임이 있다. 과거 쌍방울을 응원했던 팬들은 전북 야구단 창단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쌍방울 레이더스 팬클럽은 과거 쌍방울의 야구 역사를 이어줄 수 있는 전북팀이 만들어지길 소망하고 있다.
팬클럽 운영자 박동찬씨는 “1년에 9경기 열리는 기아타이거즈의 군산 경기 평균 관중수가 8000명을 상회한다. 이는 광역시인 대전의 7000명, 대구의 6000명을 능가하는 수치이다. 그리고 전북은 과거 야구의 고장으로 명성을 떨칠 정도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의 야구 인프라가 있는 만큼 가능성이 있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쌍방울 레이더스는 가진 것도 없고 힘도 없던 시절, 전북도민들에게 야구라는 이름으로 가슴을 설레게 했다. 변변한 야구경기장이 없던 시절, 쌍방울 레이더스는 꼴찌의 설움을 딛고 당당하게 일어서 전북의 자존심을 세웠던 팀이었다. 그 시절 김기태, 최태원, 심성보, 박경완, 김현욱, 김기덕 등 걸출한 스타급 선수들의 이름은 아직도 뇌리에 생생하다.
김은영 리포터 key3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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