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는 없다. 인생은 축적이다.

내만사 - 롤러코스터 인생 주인공, 신지식인 김수범

지역내일 2011-08-15 (수정 2011-08-20 오후 3:05:09)
 올해 대한민국 신지식인으로 뽑힌 김수범(62세). 대학이나 공무원 대상으로 강연할 때마다 그의 단골 테마는 ‘성공과 행복’이다. 뻔한 주제에 사람들이 울고 웃으며 감동하는 것은 롤러코스터 인생을 산 그의 생생한 경험담이 울림을 주기 때문이다.

 중앙대 경제학과 69학번 김수범은 굴곡진 현대사의 격동기에 대학을 다녔다. 천성적으로 사람 모아서 일 벌이는 걸 좋아해 서슬 푸르던 시절에도 ‘전국대학 학생경제학회’를 조직해 조순 교수 등 내로라하는 경제학자를 초청해 심포지엄을 여는가 하면 전국 규모의 체육대회를 열며 다이내믹한 학창시절을 보냈다. 


3개 국어 능통한 비지니스맨으로 날다


열혈청년의 기질은 직장생활로도 이어진다. 영어만큼은 자신 있었던 그는 입사 3달 만에 사우디아라비아 주재원으로 발탁된다. “사내 모집공고가 뜨자마자 햇병아리 신참이 바나나 한 뭉치 사들고 인사팀장 집을 무작정 찾아갔죠. 어이없어 사면서도 얼마 후 발령을 내주었어요.” 사우디아라비아와 두바이에서 4년간 근무하며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수출역군으로 치열한 20대 후반을 보냈다.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못하던  70~80년대에 50개국을 돌았죠. 무역업으로 좌충우돌하며 국제비지니스 최전선에서 뛰다보니 세상을 보는 안목이 넓어졌죠.” 대상그룹으로 옮긴 후에도 승승장구했다. 부장을 거쳐 이사까지 고속으로 발탁승진을 거듭했으며 무역사업본부장으로 350명의 직원을 거느렸다. “매출증가율이 1천%에 달할 만큼 거침없이 성장했어요. 새벽 출근, 한밤중 퇴근이 다반사였지만 안팎으로 기대를 받으며 신나게 일했죠. 장밋빛 인생만 펼쳐질 줄 알았죠.”




 그는 자신이 목표한 분야에서는 1등을 해야만 직성이 풀렸다. 업무상 해외출장이 잦다보니 외국어는 필수였다. “40대 초반 중국을 갔는데 말이 안 통하니 무척 답답했어요. 중국어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죠. 의사소통에 별 어려움이 없는 영어와 일어 실력도 이참에 고급 수준까지 끌어올리기로 결심했죠.” 여의도 회사 근처에 어학원에 영어,일어,중국어 3개반을 동시에 등록했다. 출근 전, 퇴근 후 꼬박 2년을 투자하니 3개 국어가 술술 나왔다.




실패 또 실패, 긍정의 힘으로 버티다 
그러다 1997년 IMF를 만났다. 국가 부도 위기 속에서 회사는 해외사업부부터 정리하지 미련 없이 퇴직했다. “잘나가던 김수범인데 뭐든 안되겠냐 내심 자신만만했죠.” 잘나가던 대기업 임원에서 자연인 김수범이 되었다. 하지만 회사 울타리를 벗어난 뒤에는 실패와 좌절의 연속이었다. 4년간 카페,음식점,숙박업,운수업, 보험업,PC방까지 10여개 업종에 손댔지만 모두 망했다. “뭔가를 빨리 해야 한다는 불안감에 쫓기다 보니 경험도 지식도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이것저것 벌렸죠. 도곡동과 서초동 아파트와 서산의 땅까지 수십억 재산을 날리고 빈털터리가 됐죠.” 명예도 돈도 모두 잃고 나락으로 떨어졌다. “어느 날인가 지하철을 탔는데 생활고에 찌든 아주머니 한분이 눈에 들어왔어요. 당시 내 처지와 그분의 인생 애환이 오버랩되면서 울컥하더라구요. 때마침 구의원 선거 팜플렛이 눈에 보였어요. 순간 이거다 싶었죠. 어려운 이웃에게 희망을 보여주리라 마음 먹었어요.”


 ‘노력이 운명을 이긴’ 3모작 인생




 구의원 출마를 결심하자 아내를 비롯해 온가족이 결사 반대했다. 하지만 뜻을 굽히지 않고 아무런 연고가 없는 광진구로 이사와 선거운동을 펼쳤다. 2006년 구의원으로 당선되었고 현재 그는 재선의원으로 광진구의회 의장이다. “돌이켜 보니 3모작 인생을 살고 있어요. 잘나가던 대기업 임원시절이 1기라면 시작한 사업마다 실패를 맛보았던 50대가 2기 그리고 구의원과 강연자로 사는 지금이 3기. 이만큼 살고 보니 인생에 사이클이 있다는 걸 알겠어요.”
우연히 강연자로 무대에 설 기회가 찾아왔다. “곡절 많은 인생을 살다보니 해주고 싶은 말이 점점 많아졌어요. 때마침 상공회의소에서 강연 요청이 들어왔지요. 해외 비즈니스하며 겪은 수많은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니 많이들 공감하더라구요.” 세종대,건국대, 광진구 내 각종 지역단체, 중학교,교회 등지에서 강연 요청이 줄을 이었다. 김 의장은 올해 한국신지식인협회가 주는 신지식인상을 수상했고 교육분야 최우수 사례로 선정되었다. “신지식인상을 받은 게 일종의 강사 자격증을 딴 셈이죠. 강의 준비하면서 꽤 많은 공력이 들어가요. 20년 넘게 해온 신문스크랩과 그동안 꼼꼼히 모아놓은 자료가 큰 도움이 되죠.” 김 의장은 메모광이다. 그의 수첩에는 순간순간 생각난 아이디어가 깨알 같은 글씨고 빼곡이 적혀있다.




남다른 경험 치와 좋은 강의를 위한 노력 여기에 독특한 유머 감각이 버무려져 그의 강의는 재미있다.




  “제 강의 핵심은 1등이 되어라, 잘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거지요. 가장 강조하는 건 노력은 운명을 이긴다는 점이구요. 날 봐요. 바닥으로 추락해도 좌절하지 않고 때를 기다렸잖아요. 인생에 로또는 없어요.” 농담을 섞어 유쾌하게 풀어내는 그의 말 속에 ‘뼈’가 있었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