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쾌활한 우리는 복싱맨
계속되는 장마와 습기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중산권투체육관(관장 신성욱)을 찾아가던 날도 장맛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체육관 건물 엘리베이터 바닥에 깔아 놓은 종이상자도 흠뻑 젖었다. 이런 날씨에 땀 흘리며 운동하는 사람들, 나이를 막론하고 존경받을 만하다.
키 쑥쑥 어린이 복싱단
근육질의 사내들이 샌드백을 두들기고 있을 거란 예상과는 달리, 리포터를 맞아준 것은 생글생글 웃는 초등학생들이었다. 중산권투체육관의 어린이 복싱단 친구들이다. 체육관을 찾은 시간은 오후 6시 무렵, 아직 어른들보다는 어린이들이 주를 이루는 시간이란다. 이곳에는 권투에 관심 있는 어린이는 물론이고 비만, 작은 키, 낮은 체력으로 자신감이 떨어져 고민하는 어린이들도 많이 찾는다. 운동 순서는 복싱 에어로빅, 줄넘기, 스텝과 잽 기본동작, 샌드백 치기, 줄넘기, 스트레칭과 결점 보완 후 마무리 한다.
박지연(모당초5) 양은 다닌 지 9개월 쯤 됐다. 친구가 하는 모습을 보고 재미있어 따라 나왔다. 복싱을 배우는 시간이 가장 즐거운데 그 중에서도 ‘훅’이 마음에 든다. “시합은 잘 될 때도 있고 잘 안될 때도 있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어린이답지 않은 초연함이 느껴진다. 박 양은 “권투를 배우면서 용기가 생겼다”면서 눈을 반짝거린다.
이찬용(안곡초5) 군은 배운 지 한 달 만에 체중을 3kg 줄였다. 이 군과 함께 다니는 어머니 오금희 씨는 “기초 체력이 좋아지고 아침에 붓지 않아 좋다”고 말한다. 또 “복싱 에어로빅이 재미있고, 자상하고 유머러스한 관장님 덕에 더 즐겁게 다닌다”고 자랑한다. 오 씨는 신 관장에 대해 “학생들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 상대를 해주고, 생각을 많이 한 후 한마디씩 던지는 말씀이 마음에 여운으로 남는 분”이라고 자랑한다. 역시 ‘사부’에 대한 존경심은 운동의 기본이다.
몸짱도 되고 체력도 기르고
사춘기에 접어든 청소년들도 여럿이다. 초등학생들이 까불거리며 체육관을 종횡무진하는 동안, ‘형님’들은 조용히 줄넘기를 뛰거나 러닝머신 위를 달린다.
이정민(호곡중3) 군은 권투를 배운지 다섯 달 째다. 부모님이 권하고 친구가 추천해 중산권투체육관에 다니기 시작했다. 권투를 하면서 힘도 기르고 행여나 접할지 모르는 ‘학교폭력’에서 자신을 보호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몇 달 안됐지만 변화를 느낀다. 그사이 키가 4cm나 자랐기 때문이다. 친구들은 팔씨름을 하더니 “힘이 세졌다”고 칭찬한다. 이 군은 “몸짱도 되고 체력도 기르고 고입 준비 들어가니 체력은 필수”라고 말한다.
김찬영(안곡중1) 군은 권투를 시작한지 이제 만1년 반을 넘었다. 그 사이 키는 10cm자랐고 살도 빠졌다. 김 군은 “다른 운동보다 질리지 않고 재미있다. 스파링이 신난다”고 자랑한다. 스트레스를 받은 날 체육관에 와서 운동을 하다 보면 기분이 확 풀리는 것도 매력이다. 이 날 체육관에서 만난 청소년들은 비슷한 또래들과 달리 ‘불안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갈 곳도 쉴 곳도 적다. 마음 놓고 달리고 뛰고 칠 수 있는 권투를 만났기에 그들의 얼굴이 편안해 보였던 거라고 짐작한다면, 너무 섣부른 일일까.
어린이부터 60대까지 남녀노소 즐기는 권투
저녁 시간이 가까워지자 성인들이 하나 둘 체육관으로 들어온다. 수업을 마치고 온 대학생 이은지 씨는 이제 열흘 된 신입회원이다. 그는 “재미있을 것 같아 시작했다”며 밝게 웃었다. 매니큐어를 바른 손톱과 압박붕대가 경쾌하게 어울렸다.
이우남 씨는 하루에 담배를 1갑씩 피우다 호흡이 가빠져서 체육관을 찾았다. 건강이 좋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한 달 만에 몸에 변화를 느끼고 있다. 처음에 러닝머신을 1km 달렸는데 지금은 4km를 뛴다. 흡연양도 줄고 한결 편안해 졌다. 그는 “꾸준히 연습하니 더 나아질 거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중산권투체육관에는 어린이들부터 환갑 넘은 어르신들까지 다닌다. “당뇨 등 특별히 주의가 필요한 환자가 아니라면 누구든 할 수 있다”는 것이 서 관장의 설명이다. 안전규칙을 따르면 안전한 운동이다.
2등 없이 챔피언만 있는 복싱, 그게 세상이죠
신성욱 관장은 얼핏 보면 배우 송강호를 닮았다. 아이들이 매달리면 귀찮을 법도 한데 개구쟁이 조카들 데리고 놀듯 허물없다.
신 관장은 여기서 한국미들급챔피언 박장욱 선수, 세계챔피언 최현미 선수를 배출했다. 과거에 비해 권투의 열기도 인기도 식었지만 권투를 만나 자신감 갖고 성장하는 회원들을 보며 보람을 찾는다. 고등학생 시절 취미로 시작해 한국 랭킹에 오르는 프로 선수가 되었고, 지금은 후진을 양성하는 지도자로 바뀌었다. 세월은 가고 세상은 변했지만 “권투는 세상을 배우는 멋진 스포츠”라는 믿음만은 그대로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고교시절부터 양성해 프로가 된 박장욱 선수가 챔피언이 되던 순간이다. 방어전에서 밀려 타이틀은 빼앗겼지만, 그것이 복싱이고 세상의 이치라고 허허 웃는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우리 지역 권투 배울 곳
일산주엽권투체육관 / 일산서구 주엽동 67 / 917-3320
중산권투체육관 / 일산동구 중산동 1670-2 / 975-5112
일산호수권투클럽 / 일산동구 장항동 756-2 / 905-7608
신성권투체육관 / 일산서구 대화동 2057 / 919-3902
조아다이어트복싱클럽 / 일산서구 일산동 1064/ 922-8212
CM복싱체육관 / 일산동구 마두동 753-3/ 901-5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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