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정체기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지역내일 2011-07-26
정다운 한의원 유승선 원장

지루한 장마가 끝나고 갓 세수를 마친 얼굴처럼 말갛게 갠 파란 하늘이 반가운 요즘입니다. 그래도 오늘 더위는 좀 심하다 싶네요. 한의원에 출근하는 짧은 시간동안, 아침에 한 샤워가 무색하게 온통 땀범벅이 되어버렸답니다. 하지만 한의학의 고전인 <황제내경>에서는 여름에는 햇빛을 싫어하지 말고, 일찍 일어나고 늦게 자는 생활을 하라고 합니다. 즉, 여름의 뜨거운 열기에 맞추어 활동적인 생활을 하라는 것이죠. 에어컨 사용이 일반화된 요즘, 전에 없던 ‘냉방병‘이 생긴 걸 보면 옛 사람들의 지혜에 새삼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이렇듯 동양에서는 사람을 소우주라고 부르며 자연의 일부로 여기는 사고가 자연스러웠습니다. 사시의 흐름에 맞추어 뜨거운 여름을 더 뜨겁게 보내라는 이천년 전의 메시지는 늘 마음이 조급하고 분주한 현대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다이어트를 예로 들어볼까요?
다이어트는 마음먹기는 쉽지만 작심삼일로 끝나고 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간절한 이유로 하루도 빠짐없이 자신을 다독이며 식욕조절과 규칙적인 운동을 수행해 내는 분들도 계십니다. 이런 분들은 날마다 줄어가는 체중에 재미를 느끼고 나태한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했다는 생각에 뿌듯함과 자신감을 얻게 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열심히 해도 고비가 찾아오기 마련이니, 이른바 ‘정체기’라고 부르는 시기가 바로 그것입니다. 죽어라 운동하고, 남들 먹는 것의 반도 먹질 않는데도 체중계의 눈금은 야속하리만큼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하루에도 수시로 체중계 위로 올라가고 100~200그램의 체중변화에도 기분이 롤러코스터마냥 오르락내리락 하게 됩니다. 어느덧, 다이어트가 생활의 중심으로 자리 잡으며 짜증과 불안, 우울감의 수치가 상승합니다. 이 모든 걸 한마디로 정의하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사실 정체기라는 건 꾸준한 운동을 통해 근육량이 늘고, 체지방이 연소되는 과정이라고도 얘기할 수 있습니다. 지방량이 근육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볍기 때문에 ‘더하고 빼기‘를 하다보면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수치에는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이런 사실을 안다 해도 몸무게는 민감할 수 밖 에 없는 주제입니다. 이런 분들을 보는 저의 마음은 참 안타까운데요. 자연에 순응하는 삶처럼, 정체기도 자연스럽게 맞이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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