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 먹을까 말까
감기는 아주 흔한 호흡기질환이며 감기로 발생한 의료비가 1조 2,000억원으로 전체 의료비의 6.4%를 차지한다.
이러한 감기에 약이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감기는 ‘놔두면 7일, 약을 복용하면 1주일만에 낫는다.’ 는 속담도 있듯이 쉬면 낫는다.
몸이 찌뿌등하고 목이 아프고 열이 나는 것은 좀 쉬어달라는 몸의 신호이므로 따뜻한 미음이나 죽을 먹고 이불싸매고 한숨 푹자면 컨디션이 개운해지면서 어느새 감기기운이 없어진 경험을 한번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렇게 맘편하게 쉬지 못한다. 내가 쉬면 직장에서 눈치보이고, 내 일을 다른 사람이 떠맡아야 하기도 하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다니는 아이가 감기로 아파도 맞벌이에 아이를 봐 줄 사람이 없기에 감기약먹이고 다시 아침 일찍 어린이집에 맡겨놓을 수 밖에 없다.‘쉰다’라는 것은 교과서적인 정답이지, 한국사회에서는 ‘사치’내지 ‘민폐’다. 대충 약 우겨넣고 빨리빨리 이겨내야 한다.
그럼 이제 병원에 간다. 감기초기에 병원, 한의원에 가는 것은 의미가 있다.내가 감기라 알고 있는 이 증상이 진짜 감기인지를 감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감기’라 진단받고 약을 받는다.
의원이나 한의원에서 주는 약들은 감기 바이러스 자체를 타겟으로 한 항바이러스제제가 아닌 대증요법을 위한 약- 감기처럼 self-limited한 질환을 보다 편안하고 가볍게 넘어가기 위한 도움을 주는 약들이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항생제가 항상 언급된다.
세균성’ 감염질환으로 의심될 경우 세균을 확정지어 거기에 맞는 항생제를 투여하는 것보다 비용-편의관점에서 경험적 항생제 처방을 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지만, 감기시 항생제 사용은 내성세균을 발생시키고, 기침과 가래로 내성세균확산을 촉진할수 있기에 항생제 남용은 아무래도 주의해야하겠다. 항생제 남용은 이제는 국가를 넘어선 세계적 관리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항생제 내성이 생기면 거기에 맞춰서 항생제를 개발하면 되지 않겠냐고 생각할수 있으나 새로운 항생제를 만들때 보통 약8,000억원 이상의 비용과 10년 정도의 개발기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페니실린과 같은 기적의 약을 만들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으므로 보건당국에서도 내성예방과 확산방지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추세다. 환자들도 병원에 가서 빨리 낫게 해달라고 항생제 넣어달라는 요구를 하지 말아야 겠다. 요약하자면, 감기에는 쉬는게 제일 좋으나 쉴 수 없을 땐 적절한 의학적 도움을 받는 것이 증상경감에 효과적이다. 그리고 바이러스성 감기일때는 항생제처방은 피하라. 이는 의사와 환자의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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