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성교육 위해 엄마들이 무대에 서다

직접 만든 동극으로 성폭력예방교육 하는 시곡초 학부모회

지역내일 2011-07-25
7월 12일 시곡초등학교 2층 시청각실. 무대에서 성폭력예방 동극이 펼쳐지고 있다.
검은 옷을 입은 ‘블랙마인드’가 초등학생 ‘유리’에게 접근한다. “아저씨가 차에서 키를 떨어뜨렸는데 팔을 다쳐서 주울 수가 없어. 좀 도와줄래?” 유리가 “네~”하고 아저씨를 따라가자 관람하던 아이들이 “안 돼~ 속지 마” “따라가지 마~”소리를 질러댄다.
이때 정의의 요정 릴리가 나타나 요술지팡이를 흔들어 시간을 거꾸로 돌린다. 슬로우모션으로 뒷걸음질 쳐서 무대로 돌아온 유리와 블랙마인드. 상황은 다시 아까와 같지만 유리의 대사가 달라졌다. “싫어요. 아저씨 왼손은 안 다쳤으니까 키를 주우시면 되잖아요.” 블랙마인드가 분해하는 모습에 아이들이 고소해하며 까르르 웃는다.
성폭력예방 창작동극인데 딱딱하지 않고 재미있어서 아이들의 호응이 뜨겁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대사에다 극 전개며 의상, 배경음악까지 전문적이다. 하지만 이 공연단은 놀랍게도 시곡초 학부모회 1학년 엄마들. 두 달 남짓 연습을 해서 무대에 올렸는데 대성공이다.
“학부모회 활동으로 성교육 계획을 세우는데 엄마들이 저학년한테 동극으로 보여주자고 의견을 내더군요. 엄마들이 의욕이 무척 높아서, 직접 대본을 쓰고 의상과 소품도 다 만들었어요. 직장 다니는 엄마들이 있어서 연습은 밤 10시에 모여서 했답니다.” (학부모회장 박경숙 씨)
동극 공연에서 엄마들은 숨어있던 재능과 열정을 맘껏 발휘했다. 손미란 씨는 교회성경학교 연극지도 경험으로 대본과 연출을 맡았고, 김성심 씨는 유치원교사 경력을 다방면으로 살렸다. 뮤지컬배우가 꿈이었던 윤성희 씨는 두 달 사이에 살이 10kg이나 빠질 정도로 무대에 서는데 열성을 다했다.
의상이나 소품에도 엄마들의 센스가 엿보인다. 요정 릴리 의상은 펠트천에 프릴을 달아 만든 것외 다른 의상은 일반 옷에 포인트만 줬는데도 무대의상으로 훌륭했다. 실감나는 분장도 손재주 좋은 엄마들의 솜씨다. 
동극 공연 후 엄마들의 소감은 “우리가 이렇게 잘 할 줄 몰랐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반응이 좋고 극에 완성도가 있다고 생각하니 자신이 생겨서 기왕 연습한 김에 어디서든 공연해달라고 하면 다 찾아가서 공연을 하고 싶단다.  
시곡초 학부모회는 올해 교과부 학부모지원사업에 선정돼 300만원을 지원받았다. 사업비는 학교교육 모니터링 활동, 학교교육 지원과 봉사활동, 학부모교육 등에 쓰인다. 학부모회는 인터넷카페도 만들어 제안을 하거나 교육정보를 나눈다. 학부모회에 참여하는 엄마들은 학교현장과 더 잘 소통하고 아이와 엄마가 같이 성장하게 됐다고 한다.
중·고등학교 교사생활 20년 경력을 활용, 새로운 학부모회 운영으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학부모회장 박경숙 씨는 “엄마들의 치맛바람이 예전과 달리 ‘건강한 치맛바람’으로 바뀌었다”며 “더 많은 엄마들이 학부모회에 참여해 활동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순태 리포터 atasi22@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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