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전문의, 의학박사, 수필가
남호탁
아침에 잠에서 막 깨어났을 때와 식사 후에 가장 활발하고 왕성하다. 이런 이유로 변비를 예방하는데 있어선 꼬박꼬박 아침식사를 챙겨먹는 것 만한 게 없다. 될 수 있으면 아침을 거르지 말라고 하는 이유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물이나 음식이 위로 들어가면 이내 대장으로 신호가 전해져 건강한 사람이라면 화장실에 가고픈 욕구를 느끼게 되는데, 이를 의학적으로는 ‘위-대장 반사’라 한다. 커피 몇 모금이나 물 한잔이 이내 직장까지 도달할 수야 없는 노릇일 터, 더군다나 이들이 그새 똥으로 변하는 거야 아닐 테고 다만 똥을 누고 싶은 자극을 전달하는 기폭제가 됨에 틀림없다.
만성변비로 고생하는 환자들을 보면 삼겹살이다 과일이다 야채다 하는 온갖 음식들이 위로 들어와도 좀처럼 대장은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토록 많은 음식물이 위에 차곡차곡 쌓이기만 할뿐 대장의 움직임을 유도하는 자극제가 될 수 없는 것이라니, 안타깝고 기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만성변비 환자들이 쉬이 낙담하고 포기할 일은 아니다. 대장의 움직임이 가장 활발한 이른 아침에 물이고 야채고 뭐든 먹다보면 잠들어 있던 ‘위-대장 반사’도 언젠가는 스르르 깨어나 얼마든지 제 기능을 하려들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른 아침 물 한자만 마셔도 화장실에 가고픈 욕구를 느끼게끔 굳이 그렇게 조물주께서 인간의 몸을 만드신 이유가 뭘까 하는 생각에 젖을 때가 더러 있다. 먹는 것과 싸는 행위는 그야말로 정반대의 현상인데, 무슨 이유로 이토록 상극의 행동이 동시에 이루어지게끔 인간의 몸뚱이를 지으신 걸까 하는.
혹여 인간이란 존재가 얻는 만큼 버릴 줄도 알아야 건강하고 제대로 된 삶을 살아갈 수 있음을 알려주려 하시는 건 아닐는지.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음을, 상처가 있으면 영광도 있음을, 생명이 있으면 죽음도 있음을, 솟구쳐오를 때가 있으면 곤두박질칠 때도 있음을. 바로 그런 숙명을 양 어깨에 동시에 짊어지고 살아가야 하는 존재가 인간임을 신께서는 ‘위-대장 반사’라는 메신저를 통해 매일 아침 우리에게 일깨워주시는 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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