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재미있게 영어책을 읽어주면서, 자연스럽게 영어에 노출 해주어라.’ 영어 학습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지만 부모로서는 이도 쉽지만은 않다. 그런데 집 앞 도서관에서 매주 영어책을 읽어준다면 얼마나 반가운 일일까. 그것도 영어 교사 출신의 할머니와 초등학생 손녀가 함께 맛깔나고 재미있게 읽어주는 영어그림책이라면? ‘스무숲도서관’에서 영어책 읽어주기 자원봉사를 하는 권태완(67)씨와 그녀의 손녀딸, 안규원(13,성원초6)양을 만나봤다.
할머니와 손녀가 읽어주는 영어그림책
석사동 현진에버빌 1차 아파트 내에 자리 잡은 ‘스무숲도서관’. 매주 금요일 4시가 되면 영어 스토리텔링 시간이 시작된다. 어느새 책상 주위에 둘러앉은 아이들은 기대에 찬 얼굴. 책 읽기가 시작되자 아이들은 그야말로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이 시간, 영어그림책을 읽어주는 자원봉사자는 예순이 훌쩍 넘은 할머니와 그녀의 손녀딸. 옛 이야기를 하듯 차분하고 정감 있는 할머니와 맛깔 나고 생생한 손녀딸의 읽기가 함께 진행된다. 딱딱하게 책만 읽는 것도 아니다. 책 속 그림을 영어로 설명도 해주고, 퀴즈도 내면서 자연스럽게 영어 대화가 오간다. 영어를 잘하면 잘하는 대로 못하면 못하는 대로 즐겁게 영어와 만나는 시간. 영어와 친해지고 영어가 좋아지는 시간이다.
할머니에게 배운 것을 다시 나누고 싶은 손녀 딸.
손녀에게 영어를 가르쳤던 경험을 살려 스무숲도서관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권태완(67)씨는 23년 전까지 교직에 있었던 영어 선생님. 그만큼 영어 교육에 대한 소신이 있었다. “영어는 어려서부터 꾸준히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손녀딸이 세 살 때부터 영어책을 읽어주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영어교사였던 그녀 역시 영어를 가르친다는 것이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제가 교사를 했던 시절의 영어는 지금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그래서 인터넷 사이트를 많이 활용했어요. 게임, 동요, 동화 등 단계별로 수백 권의 이야기책을 볼 수 있었죠. 그 자료를 활용해 손녀도 저도 함께 공부했습니다.”
그렇게 영어책을 읽어주던 손녀는 이제 초등학교 6학년이 되었다. 그리고 할머니의 영어 실력을 넘어서 수많은 영어 말하기 대회를 휩쓸 정도로 뛰어난 영어 실력을 인정받는 재원이 되었다. 지금은 할머니와 함께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안규원양은 싱가포르에서 2년의 유학생활도 마쳤다. 유학 시절, 책 읽는 자원봉사 오디션에 합격할 정도로 발음이 정확하고 실감나게 책을 읽는 규원양은 “한국에서도 똑같은 경험을 해보고 싶었어요. 누군가에게 무엇을 가르쳐줄 수 있다는 것이 참 기분 좋은 일”이라며 달라지는 아이들을 보면 더욱 보람된다고 했다. 하지만 규원양이 더욱 예뻐 보이는 이유는 영어 때문만은 아니었다. 어린 나이지만 사람을 이해하고 자신의 삶을 가치 있게 살고자 하는 노력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전교 어린이회 부회장으로 뛰어난 리더십까지 발휘하고 있다.
영어와 함께 삶의 지혜를 전하는 할머니 선생님.
영어 실력도 국어 실력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며 책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다양한 경험과 공부의 조화가 중요하다는 할머니 선생님은 스무숲도서관의 성인 영어 동아리도 함께 이끌고 있다. 자신의 취미나 어렸을 적 추억, 죽기 전에 해야 할 열 가지 등 다양한 주제를 갖고 영어로 대화하는 시간. 성인 영어 동아리 회원인 송은하씨는 “물론 영어 공부도 되지만, 무엇보다 선생님의 살아온 경험과 지혜를 배우게 된다”며 인생을 보다 가치 있게 보내기 위해 노력하시는 삶의 태도가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해 벌써 두 권의 책을 쓰고 있다는 규원양은 작가도 되고 싶고, 심리학자도 되고 싶다고 했다. 또, 동물을 좋아해 유엔에서 동물을 보호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할머니는 삶의 다양한 측면에서 여러 가지 경험을 많이 할 수 있게 저를 이끌어주시죠. 때문에 저를 성장시키고 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분이 할머니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할머니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할머니, 많은 경험으로 저를 이끌어주시고, 사랑으로 잘 다져주셔서 제 인생이 더욱 실감나고 행복해졌어요. 정말 감사드리고 사랑해요.”
문의 257-4863
현정희 리포터 imhj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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