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 때문에 토사가 흘러내려 선착장을 덮쳤어요. 수달이 안식처가 망가져 걱정이에요.”
지난 12일 뿌리공원 놀이 배 선착장에서 만난 ‘수달아저씨’ 황의삼(58)씨는 무너져버린 선착장과 파손된 오리 배보다 수달을 먼저 걱정했다. 황씨는 뿌리공원에서 놀이배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 그가 사업 손실보다 수달을 먼저 걱정하는 이유가 뭘까.
물이 맑아지니 수달이 찾아왔다
황씨는 1997년 놀이 배 운영권을 얻었다. 하지만 물은 오리 배를 띄울 수 없을 정도로 썩어있었고 악취가 진동했다. 이유는 유등천 상류에 위치한 금산군 축산농가에서 소·돼지 등의 배설물을 무단 방류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황씨는 금산군청을 찾아 무단 방류 제재를 요구했지만 법적으로 하자가 없어 곤란하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황씨는 할 수없이 20여 곳의 축산농가를 직접 찾아다니며 무단 방류의 폐해를 알렸다. 처음엔 사업장 운영을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됐고 또 자연을 보호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됐다는 황씨.
천변이나 물속에 휴지나 쓰레기가 쌓여있거나 떠 있으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환경지킴이가 되어 있었다. 2년여 동안 황씨의 모습을 지켜보던 주민들의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민들도 금산군청의 지원으로 축사에 배설물정화시설을 놓고 배설물을 퇴비로 만드는 등 환경을 살리는 일에 동참했다. 황씨는 또 인근 군부대에서 무단방류하는 오?폐수도물을 오염시킨다는 사실을 알고 정화시설을 놓도록 부탁했다.
황씨의 이러한 노력으로 뿌리공원의 물이 맑아지기 시작했다. 노력에 대한 대가 였을까. 1999년 뜻하지 않은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바로 수달 한 쌍이었다.
수달과의 인연은 황씨가 선착장 아래 그물망에 넣어 놓은 물고기를 수달이 훔쳐 먹으면서 시작됐다. 수달이 물고기를 먹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황씨는 그 때부터 놀이터 겸 먹이그물망을 만들어 미꾸라지 메기 등의 먹이를 넣어줬다. 처음엔 경계하던 수달은 항상 먹이를 챙겨주는 황씨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황씨는 그의 성을 따서 수달에게 ‘황순이, 황달이’란 이름을 붙여줬다. 뿌리공원을 찾은 1대 수달이었다. 그 후 2대 황수돌?황돌순, 3대 황덕이?황덕순이 찾아와 지냈고, 지금은 4대 수달이 뿌리공원에 서식하고 있다. 아직은 이름이 없지만 좋은 이름을 찾아 지어줄 생각이다.
10여년이 넘도록 수달의 먹이를 대 주고 있는 황씨. 그 먹이 값만 해도 수 천 만원에 달한다.
수달의 모습만 계속 볼 수 있다면 미꾸라지는 언제까지고 그물망에 넣어놓겠다는 황씨다.
인터뷰 전날, 선착장에 찾아온 수달을 핸드폰으로 찍었다며 “귀엽죠”라는 말과 함께 보여주는 황씨. “수달을 보여주고 싶은데 바로 올 것 같지 않다”며 아쉬워한다. 마치 자식을 자랑하는 팔불출 아빠의 모습이었다.
“동물이 살수 없는 환경은 인간도 살아갈 수 없죠”
황씨는 뿌리공원 주변을 돌며 청소를 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요즘은 더 바쁘다. 장맛비에 떠내려 온 쓰레기 폐그물 등이 뿌리공원 주변에 가득하기 때문이다. 황씨는 폐그물이 쓰레기와 엉켜 있는 모습을 보고는 물속으로 들어가 걷어내기 시작했다. 10분도 채 되지 않은 시간, 자갈밭위에는 쓰레기가 수북하다.
황씨는 "동물이 살 수 없는 환경에선 인간도 살 수 없다. 지금은 수달이 찾아와 살고 있지만 쓰레기가 쌓이고 다시 물이 더러워지면 언젠가 사라질 것"이라며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진숙 리포터 kjs997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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