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권 미끼로 일제고사 성적 부추겨

학부모 “공교육 정도 벗어나”…교육청, 타 지역도 실시해 어쩔 수 없어

지역내일 2011-07-18
7월12일 전국에서 일제히 치러진 일제고사(국가수준 학업성취도 검사)를 앞두고 대전지역 일부 학교에서 상품권을 미끼로 시험성적을 부추겨 파장이 일고 있다.
대전 서구 A중학교 2학년 김아영(가명) 양은 “선생님이 일제고사에서 우리반이 1등할 것을 강요했다. 우리학교가 성적이 오르면 교장선생님이나 선생들만 좋은 것 아니냐. 학생들이 학교 서열화에 들러리 선 것 같다”고 말했다.
일제고사를 마치고 하굣길에서 만난 B중학교 3학년 김소영양도 “2달여 전부터 풀기 시작한 일제고사 대비용 문제집을 풀지 않아도 되니 속이 후련하다” 며 “그동안 학교는 정규수업보다 일제고사에만 집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제고사에서 낮은 등급을 받은 학생들은 여름방학에 학교에 나가 ‘방과후 수업’에 참여해야 해 학생들이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방과후 수업의 수업료는 학생들이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제고사 1등하면 30만원 상품권 지급=
대전 서구의 C중학교는 학교측이 시험을 앞두고 일제고사를 대비한 모의고사에서 1등한 학급에 피자와 콜라를 제공 했다. 이 학교는 본 시험에서 1등을 할 경우 한 학급에 30만원어치 상품권을 주겠다고 해 파장이 일고 있다.
C중학교 3학년 김영진(가명)의 부모는 “도대체 일제고사가 뭐기에 아이들에게 먹을 것과 상품권까지 미끼(?)로 던져가며 공부를 시키는지 모르겠다”고 씁쓸해 했다.
D중학교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번 일제고사에서 시험성적이 우수한 2개 반과 지난 3월 학력평가보다 성적이 많이 오른 2개 반을 선정해 각 10만원씩의 상품권을 지급하기로 했다.
E중학교는 일제고사를 보는 12일 앞뒤인 11일과 13일에 기말고사를 치러 원성을 사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학부모 김 모씨는 “기말고사와 일제고사를 한꺼번에 치르는 아들에게 ‘일제고사는 대충 보라’고 했다”면서 “일제고사 성적을 올리기 위한 얄팍한 술수 같았다”고 말했다. 이 학교 역시 성적이 좋은 반에는 상품권 지급을 하기로 했다.
초등학교도 미끼 상품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대전 서구 F초등학교는 기말고사가 아닌 일제고사 성적으로 ‘성적우수자 상장’을 수여하기로 해 아이들의 원성을 샀다. G고등학교는 놀토와 일요일에도 학생들을 강제로 등교시켜 일제고사 문제집을 풀도록 해 불만의 소리가 높았다.
월평동에 사는 학부모 김미성(가명)씨는 “상품권을 앞세워 성적몰이에 내세우는 것은 공교육이 정도를 벗어난 것 같다”며 “학사운영 파행, 학생과 학교서열화 부추기기 등의 문제가 야기되는 일제고사가 꼭 필요한지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육청 “성적 떨어지면 인사 불이익 줄 것”=
일선 학교들이 상품권이나 피자 콜라를 내세워 학생들을 성적올리기에 내몰고 있을까.
교육청 시도평가에서는 대전시교육청이 상위권을 유지했다. 그런데 지난해 학력평가에서 하위권에 머물렀다.

전교조 대전지부 관계자는“교육청에서 각 학교를 방문해 이번 일제고사 결과를 학교평가에 반영하고, 떨어질 경우 인사에 불이익을 주겠다며 성적올릴 것을 강요했다”고 말했다.
상품권 지급 논란에 대해 대전시 교육청 관계자는 “다른 지역 학교들도 다 비슷한 방법으로 시험을 준비하는데 우리만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일제고사가 실시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제고사가 실시된 12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 앞에서는 일제고사 반대 시민모임과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이날 전국에서 시험을 거부하고 체험학습에 참가하거나 등교 후 일제고사에 응시하지 않은 학생은 187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미 응시 학생을 지역별로 분류한 결과 경북이 34명으로 가장 많았고, 전북 서울 경기 순이었다. 대전 울산 강원도는 미응시자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교과부는 개별학교에서 대체 프로그램이나 체험학습을 시행할 경우 ‘무단결석’이나 ‘무단결과’로 처리하도록 지난달 시도 교육청에 지침을 보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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