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구석 골목의 힘 - 우리동네 알찬가게
“팍팍한 살림 걱정, 우리가 덜어드려야죠”
구제역, 배추파동, 장마를 거치며 물가, 엄청 올랐다. 몇 개 사지도 않았는데 10만원이 훌쩍.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면서 장을 보는 내내 가계부가 걱정이다. 그러나 둘러보면 좋은 물건 신선하고 값싸게 구입할 수 있는 곳, 얼마든지 있다. 물가 비싸기로 유명한 분당에서 그나마 시름을 덜어주는 중소 상인들. 통큰세일, 대박세일은 없지만 손품들이고 발품 팔아 좋은 물건을 공급하려고 애를 쓴다. 대형 유통 센타의 천편일률적 장보기에서 벗어나 좋고 불경기 주머니 사정에도 도움 주는 작지만 알찬 가게들이다.
박신영 리포터 jump1042@hanmail.net
정혜정 리포터 hc0913@naver.com
분당 곳곳 누빈 지 20년 ‘차량 반찬 아저씨’
“땡땡 종소리 들리면 얼른들 나오세요~”
꼭 그 시간만 되면 땡땡~~ 작은 종소리를 내면서 반찬 실은 차량이 들어서고 기다렸다는 듯 주부들이 모여 든다. “아저씨 두부?한모 주세요.?깨소금도 있나요.” “그럼요, 있구 말굽쇼.”
환한 웃음으로 응대하는 ‘두부 장수 아저씨’ 이정판(60)씨.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하루도 빠짐없이 찾아오는 차 장수 아저씨다. “신도시 입주 때부터 찾았으니 근 20년이 돼 가네요. 방금 두부 사간 저 처자도 애기 때부터 봤으니까요. 허허” 뚝섬에서 분당으로 매일 출퇴근한 역사(?)가 있어 그에게 분당은 제2의 고향처럼 친근한 곳이란다. “판교로 이사 간 손님들이 딴 두부는 못 먹겠다고 해서 요즘엔 판교로 배달도 가. 이민 간 단골이 ‘아저씨 반찬 생각난다고 택배로 붙여 달라’고 할 때는 뿌듯해요.(웃음)” 스스로 “이 장사로 딸 둘을 대학 보냈고 취직시켰으니 놀고먹어도 된다”면서도 “기다리는 손님들 때문에 쉽사리 손을 놓을 수가 없다”며 환하게 웃는다.
차량을 들여다보니 인기메뉴인 두부 외에도 계란, 어묵, 콩나물이 보이고 각종 젓갈과 콩자반 등 반찬거리를 두루 갖췄다. 주부 신수경(38·정자동)씨는 “저녁 찬거리가 없을 때 종종 아저씨한테 구입한다. 맛있고 저렴하게 살 수 있어 그 시간이 되면 나도 모르게 종소리를 기다리게 된다”고 말했다.
두부 아저씨의 일과는 바쁘다. 오전에는 두부를 만들고 오후 2시부터는 푸른마을, 샛별마을, 정든마을 등 분당지역과 판교를 돈다. 팔고 남는 물건을 단골식당에 갖다 주고나면 늦은 밤. 아파도 꼭 주말에만 아픈 게 희한하다며 껄껄 웃는 그에게 롱런의 비결을 물었다. “비결? 그런 게 뭐 있나요. 좋은 재료와 정성이면 되지요. 처음에 800원 받던 두부를 지금은 1700원 받아요. 콩 값이 올라 얼마 전에 200원 올렸는데 그게 너무 미안해요.”
문의 010-3778-6159
갓 구운 빵이 5개 2천원 ‘ 빵터지는집’
인테리어·유통 거품 빼고 대형 빵집과 경쟁해요
이름부터 시선을 끈다. 그 다음에 놀란 건 가격. 2000원에 다섯 개, 아님 3개란다. 소보루 빵 두 개 고르고 도넛류 몇 개로 다섯 개를 채웠는데 왠지 미안한 맘이 들어 다른 빵을 더 골라 4000원을 채웠다. 도로에 접한 진열장에서 빵을 줄 서서 담아가고 계산하는 시스템. 이곳은 그 광경이 신기해서라도 한번 쯤 쳐다보게 하는 빵집이다. 즉석에서 생산, 판매하기에 별도의 유통과정이 없고, 인테리어 비용에 돈이 들지 않아 빵을 싼 가격에 공급할 수 있다고. 계산을 기다리며 살짝 들여다보니 제빵사 서 너 명이 열심히 빵을 굽고 있다. 대여섯 평 되는 공간에 별다른 인테리어 없이 오로지 빵만 만들어 파는데도 인근 프렌차이즈와의 경쟁에서 선전하고 있다고. “갓 만들어 뜨끈뜨근하구요. 가격에 비해 맛도 괜찮아요. 꾸미지 않은 빵모양이 옛날에 먹던 그대로인거 같아 어릴 적 생각하면서 종종 들려요” 김화정(59·신갈동)씨의 말대로 어디서 본 듯한 추억이 얹혀있는 곳이다.
문의 031-705-9291(서현점) 031-281-9299(신갈점)
아이스크림, 여기다 모였네 ‘아이스크림 상설할인점’
아이스크림 덕분에 IMF 시원하게 이겨냈죠
여름이면 냉장고에 쟁여 놓아도 후딱 없어지고야 마는 아이스크림. 지금이야 할인이 일반화됐지만 20년 전부터 한자리에서 아이스크림 하나만 취급한 가게가 있다. 별다른 상호 없이 파란 입간판에 ‘아이스크림’이라고만 써 놓은 이곳. 싸게 살 수 있어 단체주문처로도 인기 높다는 이상욱·이금순 부부의 아이스크림 가게다.
“IMF 터지면서 먹고 살 일이 막막했어요. 뭐라도 하긴 해야겠고. 가게가 좁으니 아이스크림이라도 팔아보자고 했지.” 차분한 말투와 맵시. 뭔가 더 있을 것 같은 사연에 대해서 말을 아꼈지만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그 시절의 어려움’이다.
두 평 남짓한 작은 가게 안, 5대의 냉장고에는 콘, 바 외에도 제과점용 아이스크림과 고급 브랜드 품목이 보기 좋게 진열돼있다. 하루에 배달만 수십 군데라 묵은 제품은 취급할 수도 취급하지도 않는다고.
“1989년도엔 이런 데가 없었죠. 아이스크림만 파니까 신기했는지 애들이 많이 왔어요. 그러다가 주변 학교로 배달을 하게 됐고. 소문이 나면서 손님이 늘었지. 큰 욕심 안내고 열심히 살게 해 준 고마운 가게에요.(웃음)”
위치 분당구 정자동 129-4
문의 031-713-7157
깐깐한 분당 주부들에게 인정받은 ‘선미네 야채가게’
“동네장사는 신용과 인심이 든든한 밑천”
친숙해 보이는 간판, 꾸미지 않은 매장은 어릴 적 엄마 따라 다니던 재래시장과 닮았다. 1000원, 2000원에 골라 담을 수 있는 야채가 가득하고 입맛 까다로운 주부들에게 인정받은 싱싱한 과일이 한가득. 물가 비싸기로 유명한 분당이지만 이곳에 가면 가계부를 절약할 수 있는 기쁨이 있다. 주인 김성애(53)씨는 지금 가게의 맞은편에서 10년간 차량행상을 했다. 오전 5시, 가락시장에서 직접 떼 온 싱싱한 물건 덕에 신용이 쌓였고 단골이 늘면서 가게를 차리기에 이르렀다고.
“가게 차리고 빨리 자리를 잡게 된 것도 단골들 덕분이에요. 아들, 딸이랑 함께하니까 인건비로 나갈게 없어서 싸게 팔 수 있지. 물가가 비싼데 저렴하게 장 볼 수 있으니까 좋아들 해요.”
장사하는 틈틈이 포대에 담긴 야채를 작은 봉지에 나눠담고 점심 준비까지 분주한 김씨. 손품 듦을 귀찮아 않고 알뜰살뜰 아끼는 게 나뿐 아니라 손님에게도 득이 되기 때문이라며 부지런을 떤다. “힘닿는 데 까지 열심히 해야죠. 동네장사는 신용장사, 인심장사잖아요. 나중에 아들한테 물려줘야 하니까 더 열심히 잘 하려고요. 하하”
위치 분당구 정자동 한솔5단지 상가 1층
문의 031-712-5334
사시사철 딸기를 만나는 ‘딸기농장’
“부모님이 농사지은 딸기로 딸기세상 만들었죠”
더위가 익어가는 계절, 하얗게 갈린 얼음위에 달콤한 토핑을 올린 빙수가 생각난다면 수내역 근처 딸기농장(이하 딸농)에 가보자. 가게 중앙의 책장과 원목테이블 주변에 놓인 책이 실내 장식의 전부일 만큼 소박한 이곳은 젊은 자매가 운영하며 모든 메뉴를 매장에서 직접 만든다. 그런데 어떻게 한철 과일인 딸기를 사계절 내내 쓸 수 있을까?
“경남 밀양에서 부모님이 딸기농장을 하세요. 농장에서 무농약으로 재배한 딸기를 수확즉시 급냉 보관하기 때문에 언제고 맛있는 딸기를 쓸 수 있죠.” 이런 딸기를 가지고 만든 딸기잼은 딸기 80% 설탕 20% 로 설탕의 단맛을 줄여 딸기 본연의 맛과 향을 더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주인 자매는 “방부제나 팩틴 등 일체의 첨가물 없이 만들기 때문에 반드시 냉장보관 해야 한다”고 친절히 당부한다.
따끈한 음료인 딸기차와 딸기라떼부터 지금 계절에 인기 있는 딸기쥬스와 스무디도 향을 첨가한 인공음료와는 확연히 다른 맛이다. 투명한 잔에 담겨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운 딸기음료는 안심하고 아이에게 먹일 수 있는 영양 음료. 또 곁들이기 좋은 딸기쿠키는 맛도 맛이지만 핑크색의 색깔과 예쁜 모양으로 눈이 먼저 즐겁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메뉴라 가족단위의 손님이 많으세요.” 아이스크림에 ‘진짜’딸기를 듬뿍 넣어주는 딸기아이스크림과 찰랑찰랑 곧 녹아버릴 듯 한 젤리는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 또 샌드위치와 음료를 묶어 판매하는 세트메뉴는 한 끼 식사로도 모자람이 전혀 없다. 예쁘게 포장해서 판매하는 잼과 쿠키는 선물용으로 그만이다.
위치 수내역 3번 출구 맥도날드 뒤
문의 031-726-5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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