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용인시 ''참 잘했어요''
발칙한 상상력과 기획이 빚어내는 알찬 성과
지방자치는 참여와 관심을 먹고 성장한다고 합니다. 잘못한 점은 호되게 야단 치고 잘한 일에는 진심을 담은 칭찬을 보내줘야 우리가 몸담고 살아가는 도시가 피어납니다.
하지만 돌아보건대 잘못한 일에만 쉽게 손가락질 해오지 않았나 자문해봅니다. 둘러보면 참신한 기획과 아이디어, 우직한 뚝심으로 열정을 보이는 공무원들도 많은데 말이죠. 이제는 애써 외면해 왔던 노력들에 관심을 갖고 칭찬해 주는 일도 필요할 듯합니다.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면 더욱 알토란같은 결실로 맺을 일들이 성남과 용인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으니까요. 우리 도시가 잘하고 있는 점, 긍정의 효과를 기대하며 살펴보았습니다.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성남ㆍ용인 일하는 공무원이 아름답다
용인의 대표적 예산 낭비사업으로 꼽히고 있는 경전철 사업. 그 뼈아픈 실수를 발판으로 올해 새롭게 탄생된 부서가 있다. 용인시 감사관실 소속 ‘계약심사팀’이다.
계약 심사는 말 그대로 불필요한 예산낭비 요인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사업 발주 전, 원가 계산이 정확하게 됐는지, 공사 방법과 선택이 적절한지, 낭비 없는 설계가 이뤄졌는지 등을 심사하는 시스템이다.
올 1월에 신설된 용인시 계약심사팀은 이제 막 상반기 활동을 마무리한 상태. 하지만 심사팀의 성과는 예상보다 컸다. 상반기 심사를 통해 약 44억 원의 예산을 절감한 것.
이는 용인시 전체 예산의 약 8%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제도 신설 반년 만에 이뤄낸 결과치고는 꽤 괜찮은 성적이다.
용인시 계약심사팀의 이형주 팀장은 “용인시의 재정난이 악화 되면서 사업발주 부분부터 예산을 검토해 누수되는 예산을 줄여보자는 취지였는데 생각보다 결과가 좋아 고무돼 있다”고 전했다. 용인시의 계약심사팀 제도는 시군단위에선 첫 시범으로 타 지자체의 모델이 되고 있다.
계약 심사팀, 시민주주기업 아이디어 빛나
그런가 하면 성남시가 시민주주기업에게 청소용역을 맡긴 사례도 타 시도의 벤치마킹이 잇따르고 있을 만큼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평가받고 있다.
성남시민이 주인인 시민주주기업에게 청소 용역을 맡기고 이를 사회적기업으로 육성한다는 기획은 성남시 청소행정팀 손성주 실무관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손 실무관은 “시에서 발주하는 공사나 사업에 성남시민이나 기업이 참여할 수 있다면 지역경제와 시민이 함께 성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기획”이라고 설명했다.
아직은 시행초기 단계지만 현재 나눔환경, 두레, 우리환경개발 등 3개 시민주주업체가 성남시의 청소대행업체로 선정돼 시민주주기업의 조건을 만들어 내고 있다. 고용노동부도 성남시의 사례를 모델로 삼아 정책 반영에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서 더욱 반가운 소식.
이렇듯 작지만 의미 있는 노력들은 시가 하는 일에 대한 관심과 자긍심을 높여주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용인에 사는 김현정(39ㆍ죽전동)씨는 “6년 전에 용인으로 이사를 왔는데 아이들 데리고 갈만 한 공원도 많이 생기고 다채롭고 저렴한 문화예술 공연에 시민들을 위해 챙겨주는 교육 특강 등 용인시가 잘하고 있는 게 느껴진다”며 “보건소에서 아이들 치과 검진까지 해주고 있어 세금이 아깝지 않고 용인시민인 것이 뿌듯하다”고 전했다.
분당구 금곡동의 최은영(42)씨도 “사시사철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보여주는 탄천을 보면 성남의 큰 자랑으로 생각된다”며 “올해 생겨난 하루 명예시장체험 등은 발상이 새롭고 재미있어 시에서 하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크고 굵직한 정치 논리가 아니라 우리 생활과 연결된 쾌적함과 안전함, 시민을 배려하는 작은 정책 아이디어에서 오히려 고마움을 느낀다는 시민들.
역시나 시에서 하는 작은 노력에 따뜻한 시선과 격려를 보내준다면 공무원들도 춤추게 하는 동력이 될 것이다.
미니 인터뷰1: 용인시 계약심사팀 이형주 팀장
“용인시에 예산 낭비요? 이제는 어림없습니다”
올해 1월 토목, 건축, 전기기계 공업, 학술, 행정 등 각 분야 전문가로 뽑히는 5명의 공무원이 용인시 계약심사팀으로 뭉쳤다. 이들은 5천 만 원 이상의 용인시 발주 공사와 용역, 2천 만 원 이상의 물품 구입에 물샐 틈 없는 심사를 맡은 것.
“처음엔 저희들도 과연 절감이 될까 반신반의했는데 막상 심사를 해보니 ‘그동안 허술했던 점이 많았구나’를 느꼈죠. 사업 전에 계약이나 설계 단계를 미리 검토해 보면서 ‘그냥 발주했으면 몇 억은 업주가 가져갔겠구나’ 싶어 아찔할 때가 많았으니까요.” 지방 제정파트의 전문가인 이형주 계약심사팀장의 설명이다.
도면과 금액으로 산출된 설계 내역서가 맞는지 공사 현장에 나가 실사도 해보고 공사 시행 전 설계내역에 부풀린 예산은 없는지 꼼꼼히 따져보는 게 팀의 임무. 사업이 연 초에 몰리다 보니 3월엔 팀원들 모두 눈이 벌게지도록 밤새 설계도면을 심사하곤 했단다.
공원에 비싼 자갈 대신 황토를 깔아 예산을 줄이고, 한 두 그루에만 필요한 소나무 전지를 모든 소나무에 적용한 사례를 발견해 내는 등 크고 작은 공사에서의 예산 절감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그렇게 절감한 예산은 공사 36억 원, 용역 7억여 원, 물품구입 2천만 원 등 약 44억 원. 절감한 재원은 다시 용인시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재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예전만해도 관급공사는 노다지 사업으로 인식하고 있었는데 이제 그런 일은 찾기 어려울 겁니다.”
심사 과정에서 데이터들이 모이고 노하우가 쌓이면 앞으로 더 많은 예산 절감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이형주 팀장. 올 한 해 60억 원을 절감하는 것이 팀의 목표다.
“처음엔 예산절감에 초점을 뒀다면 이제는 절감한 내용을 시의 다른 부서에도 알려 어떻게 아끼고 절감할 수 있는지 팁을 마련해 주는 것이 우리 팀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미니 인터뷰 2: 시민주주기업에 청소용역 아이디어 낸 청소행정팀 손성주 실무관
“성남시민과 기업이 잘돼야 저희도 빛나죠”
작년 12월부터 고용지원팀 주관으로 시민주주기업 육성을 추진해온 성남시. 올해 청소용역 파트에서 사업의 첫 물꼬를 마련했다.
구성원이 20명 이상이면서 성남시민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매년 기업이윤의 3분의 2를 사회에 환원해야 하는 조건의 시민주주기업. ‘COSC (Corporations Owned by Seongnam Citizens)’ 기준에 맞는 시민주주기업에게 청소용역을 맡긴다는 청소행정팀 손성주 실무관의 기획이 빛을 본 것.
“처음부터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시민기업은 없었어요. 왜냐하면 작년 12월부터 COSC의 기준을 만들었고 이제 막 일을 추진하는 단계니까요. 하지만 이를 토대로 점차 성남시민이 주인인 사회적 기업이 육성되고 또 성남시에서 발주하는 공사나 용역에 참여한다면 의미 있는 고용환경이 마련될 수 있는 거죠.”
성남시의 이 같은 시민주주기업 사례는 다른 지자체의 벤치마킹으로 이어졌다. 가까이는 서울, 멀게는 창원에서도 사례연구를 위해 배우러 온 것.
“주로는 법적으로 하자는 없는지 추진과정에서 편파적으로 운영되지는 않을지, 없는 과정을 처음 만들면서 겪는 애로사항은 어떤 것들인지 많이들 물어보시더라고요.”
아직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사업을 실행해 가고 있다는 손 실무관. 실제 청소용역은 작년 말부터 기획, 올 2월에 업체를 선정했고 3월부터 생활쓰레기 작업에 투입돼 용역이 이뤄지고 있다. 올 10월부터는 판교 청소업무에도 참여 할 예정.
“저희가 낸 청소용역 기획안에 시의 의지가 없었다면 실현 불가능한 일이었죠. 마찬가지로 시민들의 관심과 애정이 저희들에게 큰 격려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ZOOM IN: 성남, 용인시 눈에 띄는 칭찬 사업
* 성남시, 어린이 식생활 안전 관리 돋보여
성남시가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우수기관으로 평가돼 기관 표창을 받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인구 50만 이상의 전국 21개 시ㆍ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평가에서 성남시가 2위인 우수상을 차지한 것.
성남시 보건위생과 식품안전팀 남영희 팀장은 “지난 2009년부터 지역 내 초ㆍ중ㆍ고등학교 주변 문방구나 분식점, 학교 내 매점 등을 중점적으로 관리해 저가 식품이나 과자 등을 수거 검사하고 전담 관리원 18명을 고용해 주기적으로 관리해 온 것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식품 안전팀의 노력으로 좌판에 늘어놓고 판매하던 분식점 음식에 덮개가 덮였고 업주들은 앞치마와 위생복을 착용하고 건강검진을 받는 등 세세한 곳까지 변화가 나타났다.
“개선이 많이 된 업소는 우수판매업소로 지정해 냉장고를 구입해 주는 등 지원을 하기도 했어요. 또 학교매점에 고열량 간식대신 딸기, 수박 등 과일을 잘라 판매할 수 있도록 과일냉장고를 배치하기도 했죠.”
생각만큼 학생들의 이용이 많지 않아 애로사항이 있긴 하지만 이런 시도들을 지속적으로 해나간다면 조금씩 아이들의 먹거리 환경이 나아질 거라 남 팀장은 기대한다.
한편 팀은 운동과 식생활 관리 등을 담은 콘텐츠를 각 급 학교 IPTV로 송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도 하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급식 메뉴의 영양표시, 몸에 좋은 음식, 편식 지도 등의 내용을 저학년과 고학년으로 나누어 송출하고 있다.
문의: 성남시 보건위생과 식품안전팀 031-729-3092
* 용인시, 마루홀 키즈 인비또로 빛나다
용인시 마루홀이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가 주최한 ‘2011 문예회관 운영 우수사례’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전국 148개 문화예술기관이 경합을 벌였고 용인시 마루홀의 ‘키즈 인비또 콘서트’가 어린이 관객들의 문화적 성장을 위한 특화프로그램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것.
키즈 인비또 콘서트를 기획한 용인시 공연기획팀의 이은신 실무관은 “용인시 지역 특성에 맞는 공연장을 운영했던 것과 수요에 적합한 공연을 제공했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며 기쁨을 전했다.
이 실무관은 “4세 이하 어린이들에게 클래식 공연을 하는 곳이 많지 않은데 애니메이션과 음악을 도입해 보여주고 중간 중간 실제 공연도 첨가하는 등 눈높이에 맞는 공연으로 호응을 얻어왔다”고 전했다.
“마루홀이 주말이나 저녁 시간대에는 수준 높은 문화 공연으로 시민들에게 자리를 잡았지만 평일 낮 시간대에는 객석 점유율이 낮은 편이었어요. 기왕에 지어 놓은 시설인데 시민들을 위해 더 많이 활용되면 좋을 것 같아 낮 시간대 활용 아이디어를 기획했고 그렇게 키즈 인비또가 탄생된 거죠.”
작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키즈 인비또는 춤곡, 피아노, 바이올린 등의 연주도 직접 보여주는 등 매달 다채로운 공연을 쉽게 재미있게 펼쳐 용인시 관내 유치원과 어린이집 등의 단체 관람으로 객석 점유율이 98%에 이르게 되었다. 여기에 비용대비 시민들에게 어필된 프로젝트로 꼽혀 용인시정 베스트 5위 안에 꼽히기도 했다고.
“시민들이 칭찬해 주시고 큰 상도 받게 되니 힘을 더 얻게 되더라고요. 앞으로는 문화 취약계층의 어린이들을 초대해 다양한 공연을 열도록 연구해볼 생각입니다.”
한편 키즈 인비또는 용인시 마루홀에서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 30분에 열리며 아이들의 감수성 향상에 탁월한 클래식 음악을 통해 인기 상설공연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관람비는 2000원이다.
문의: 용인시 문화예술과 공연기획팀 031-324-4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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