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지만 모두에게 위안이 되는 밥
5천원 들고 나가 밥 한 끼 사먹기 힘든 요즘이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에 주부들의 장바구니와 직장인들의 주머니가 가벼워지고 있다. 특히 매일 점심을 밖에서 해결해야 하는 직장인에게 밥 한 끼는 비중이 크다. 요즘 같이 물가가 높을 땐 구내식당을 갖춘 회사는 ‘좋은 직장’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도 하다. 그런데 직장인이 아니어도 저렴하면서 알찬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일반인이 늘어나고 있다. 밥 세끼 집에서 챙겨먹어 삼식이라는 핀잔을 피하고 싶은 은퇴자들, 소일거리 외출이 필요하신 어르신들, 지역문화센터를 이용하며 동료들과 오붓한 점심시간을 갖는 주부들, 용돈이 풍족하지 못한 취업준비생까지….
소박하지만 모두에게 위안이 되는 밥 한 끼 먹기 좋은 지역의 구내식당을 소개한다.
오은정 리포터 ohej0622@nate.com
<지역주민 릴레이 인터뷰 - “내가 구내식당을 찾는 이유”>
#우리 부부는 매주 3번 정도 꼭 구내식당에 와서 점심을 먹어요. 평생밥상 차린 집사람 한 끼 수고라도 덜게요. 우리 두 사람이 이렇게 반찬 해먹으려면 재료값이 더 들걸요? 여기서 먹고 가는 게 경제적이고 재미있잖아요. 오늘은 무슨 반찬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 하나로클럽 구내식당에서 김상래 씨 (71· 분당 구미동)
#소일 삼아 버스타고 와서 노래교실도 가고, 친구들과 점심 먹고 시장도 보고 가요. 한 장소에서 다 해결되니까 우리 같은 노인들에겐 참 편한 장소지요. 4천원에 생선도 있고, 고기도 있으니 한 끼에 이 정도면 괜찮지. 남이 해주는 밥이라 항상 맛있고 감사하게 먹고 있어요. - 하나로클럽 구내식당에서 손흥옥 씨 (81· 용인 수지)
#지난 여름방학 때 아이들과 야탑 탄천 물놀이장에 놀러왔을 때 만나교회에 주차하게 됐어요. 같이 온 엄마가 교회 구내식당에서 아이들 밥 먹이고 물놀이 하자고 해서 처음 이용하게 됐죠. 저렴하지만 제대로 된 밥을 먹일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 이후로 종종 이용하고 있어요. - 만나교회 구내식당에서 김승민 씨 (38· 분당 야탑동)
#탄천 변을 걷다가 점심시간에 젊은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어요. 궁금해서 따라가 물어봤더니 건물 꼭대기에 전망 좋은 구내식당이 있다더군요. 그때부터 이용하기 시작했어요. 나이 들면 음식 솜씨도 줄고, 밥하기 귀찮은데 이곳에서 한 끼 먹고 가면 편하죠. - 코리아디자인센터 구내식당에서 김언자 씨 (67· 분당 야탑동)
#대기업 건물에 스포츠센터가 있어서 일반인에게도 오픈된 공간이죠.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거라 위생적이고 메뉴도 괜찮아 일부러 찾아와 드시는 분들도 많아요. 같은 건물에 스포츠센터에서 운동 끝나고 동료들과 어울려 자주 점심 먹기 때문에 식권을 한꺼번에 사놓죠.
- KT 구내식당에서 정인수 씨 (49·경기도 광주 오포)
#은퇴한 후 개인 시간이 많아져서 용인여성회관에서 강좌도 듣고 도서관도 활용하고 있는데, 나온 김에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가죠. 혼자 먹는 점심이지만 구내식당은 어색하지 않고 편해요. 중년 여성들이 많이 이용해서 그런지 반찬이 집에서 한 것처럼 담백하고 입맛에 잘 맞아요. 그 날 반찬을 사가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용인여성회관 구내식당에서 신수임 씨 (60·용인 수지 상현동)
구내식당 필요에 따라 이용하면 편리해
구내식당을 찾는 일반인들의 이유는 다양했다. 하지만 구내식당을 찾는 일반인들은 4천원 안팎의 돈으로 든든한 밥 한 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이유로 삼았다.
구내식당을 찾는 일반인들의 연령대는 식당의 위치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었지만 40대 이상으로 높았다. 다양한 먹을거리로 한 끼 식사를 선택할 수 있는 젊은 층에 비해 40대 이상 연령층 들은 ‘밥 한 끼’에 대한 고정관념이 강해 밥·국·반찬으로 구성된 가정식 백반을 선호했다. 가격에 비해 음식의 질은 대체로 만족하는 편이었다. 어차피 외부 식당에서 5천원 미만의 돈으로 제대로 된 밥 먹기 힘들고, 구내식당 밥에 대한 기대치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구내식당 밥의 패턴은 비슷해서 특정 구내식당을 멀리서 찾아오는 경우는 별로 없어 보였다. 구내식당이 있는 건물이나 그 근처에 볼 일이 있을 경우 겸사겸사 식사를 하고 가는 것이다. 미리 구내식당 별 위치를 숙지하고, 용도를 정해 놓는다면 상황에 따라 효율적인 동선과 알뜰한 지출, 균형 잡힌 식단, 세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리포터의 우리지역 구내식당에서 점심 먹기 투어
필자도 외부 활동이 잦아 혼자 점심을 해결할 경우가 많다. 취재를 간 지역에 좋은 구내식당이 있다면 마다할 일이 없다. 저렴하고 알찬 백반만큼 좋은 점심이 어디 있단 말인가.
이참에 좋은 구내식당 정보 사냥을 나서보고 각 식당의 음식도 직접 맛보는 기회를 가져보았다.
<분당 하나로 클럽 직영식당>
분당 하나로 클럽의 경우 식당의 규모가 크고, 11년째 문화센터를 운영하고 있어 일반인들의 이용도가 매우 높다. 위치도 분당과 용인 죽전 중간 대로변에 위치해 지역주민들의 접근이 용이하다. 이곳 구내식당에는 다른 곳에 비해 50~60대 이상의 노인 고객들이 많다. 국산농수산물과 지상 주차장을 선호하는 실버층의 쇼핑 장소임을 증명하는 듯. 자체 농수산물 식재료 수급이 원활해 다른 곳보다 음식이 충실하다는 평이다.
*식사시간 : 조식 오전8시~10시 / 중식 오전11시 반~오후2시 / 석식 오후5시 반~7시
*가격 : 4000원 (1인 1식판, 1식판으로 나누어 먹지 말것)
*위치 : 성남대로변 하나로클럽 문화센터 입구 하나로 식당 (지하 주차장과 연결)
*문의 : 031-738-9130
<만나교회 구내식당>
야탑 탄천 물놀이장을 이용할 때 알아두면 좋은 곳이다. 우선 만나교회에서는 탄천 물놀이장을 찾는 지역주민에게 주차장을 무료로 개방한다. 주차장과 이어지는 지하 1층에 교회 구내식당이 있는데, 이곳에서 물놀이 전후 식사시간을 맞추면 일거양득이다.
*식사시간 : 조식 오전 7시~9시 반 (일요일) / 중식 오전11시 반~오후1시 (평일) / 석식 오후5시 반~7시(금요일)
*가격 : 3000원 (일요일 단품 중식 1500원)
*위치 :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393 (지하1층)
*문의 : 031-702-6642
<코리아디자인센터 구내식당>
탄천이 내려다보이는 전망이 좋은 구내식당이다. 코리아디자인센터 8층 식당은 주말엔 결혼식 피로연 장소로 사용되는 곳인데, 피로연을 담당하는 외식업체가 평일에 구내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6가지 찬을 뷔페식으로 도시락 상자에 담아올 수 있다. 지하 주차장에 차를 대고 주차증을 받아오면 구내식당에서 확인 도장을 찍어준다.
*식사시간 : 낮12시~1시반
*가격 : 4500원
*위치 : 성남시 분당구 야탑1동 344-1 8층
*문의 : 031-791-5959
<KT 구내식당>
기업체 건물에 스포츠센터가 있어 일반인에게도 개방된 곳이다. 지하 1층에 위치한 구내식당은 깔끔하고 최신식 시설로 일반인들이 많이 이용한다. 11시 30분부터는 직원들이 이용하고 12시 20분부터 일반인들이 이용할 수 있다. 반찬은 웰빙식으로 간이 세지 않고 담백한 편. 정해진 반찬 외에 샐러드를 마음껏 가져다 먹을 수 있게 준비해놓았다. 주차장이 30분까지 무료이고 이후부터는 10분마다 500원씩 부과되니 배보다 배꼽이 큰 주차비를 물 수 있다.
*식사시간 : 중식 12시 20분부터, 석식 오후6시부터
*가격 : 4000원
*위치 :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206번지 지하1층
*문의 : 031-727-0114
<성남아트센터>
성남아트센터 내에는 레스토랑 업타운과 마리에뜨 비스트로가 있으나 공연 전후 간편하게 식사를 해결하고 싶다면 구내식당 아트랑을 이용할 수 있다. 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후면 1층에 위치한 구내식당은 1식 4찬의 매일 새로운 식사를 제공한다. 간혹 공연 상주 단체 식사와 몰리는 경우도 있으나 일반인 식사 시간에 맞춰 가면 무리 없이 먹을 수 있다.
*식사시간 : 중식 오전11시30분~오후1시 / 석식 오후5시~6시30분 / 라면제공 오전 9시~10시 반, 오후2시~4시 반
*가격 : 4500원
*위치 :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후면 1층
*문의 : 031-783-8299
<용인여성회관 구내식당>
각종 강좌와 문화센터, 스포츠센터, 공공도서관이 있어 늘 붐비는 구내식당이다. 모든 음식에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아 집 밥처럼 담백한 것이 특징이다. 특정 시간에 국한하지 않고 계속 손님이 들기 때문에 점심시간부터 저녁시간까지 오픈되어 있다. 그날 반찬과 김치를 판매하기도 한다.
*식사시간 : 오전11시반~오후7시
*가격 : 4500원
*위치 : 용인여성회관 1층
*문의 : 031-324-2114
<NC백화점 야탑점 직원식당>
*식사시간 : 중식 오전11시30분~오후2시반 / 석식 오후5시~7시 반
*가격 : 3300원
*위치 : 아미고타워 지하 1층
*문의 : 031-622-0102
<성남시청 구내식당>
*식사시간 : 조식 오전7시~오전9시 / 중식 오전11시50분~오후1시30분 / 석식 오후6시~7시
*가격 : 3000원
*위치 : 성남시청 3층
*문의 : 031-729-4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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