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전문의, 수필가, 의학박사
남호탁
갑작스레 항문 주변이 뻐근하면서 심한 통증이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경우 항문주위농양이 생긴 건 아닌지 확인해보아야만 합니다.
항문주위농양은 말 그대로 항문주변에 고름이 잡히는 질환을 일컫습니다. 항문주위농양이 생길 경우 보통은 항문주변이 부풀어 오르면서 부풀어 오른 부위를 건드리면 심한 통증이 유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고 고름이 항문 안쪽에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에는 통증만 있을 뿐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합니다.
항문주위농양이 생겨 병원을 찾는 분들 중 “제가 항문 관리를 청결하게 하지 못해서 고름이 생긴 건가요?”라며 자책조의 질문을 던지는 분들이 많습니다만 그렇지 않습니다. 항문 관리와 상관없이 누구든 생길 수 있는 병이 항문주위농양이라는 질환입니다.
그렇다면 항문주변으로 고름이 잡히는 이유는 뭘까요? 항문안쪽을 보면 항문소와라는 작은 구멍이 다수 존재하는데 이들 항문소와 중 어느 한곳에 염증이 생길 경우 항문주변이 곪게 됩니다. 그러니까 항문주변으로 고름집이 부풀어 오르더라도 병은 항문 안쪽에서 시작되었다는 얘기가 되는 것입니다.
항문주위농양의 치료는 매우 간단합니다. 고름집만 터뜨려주면 언제 통증이 있었다는 듯 거짓말처럼 통증이 가시게 됩니다. 보통 하루 정도 입원해서 치료를 받게 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 번의 수술로 항문주위농양이 완치되는 경우는 20~30%에 불과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수술 후 몇 개월이 지나 치루가 생기게 되고 치루를 제거해주어야만 100% 완치될 수 있습니다.
한 번의 수술로 완치가 어려운 이유는 항문주변이 곪을 경우 다수의 항문소와 중 어느 항문소와에서 염증이 시작되었는지 현대의학으로선 밝혀낼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치루로 발전할 경우에는 치루관이 생기게 되기 때문에 이를 따라가면 염증의 시발점을 찾을 수 있고 이런 이유가 100% 완치가 가능합니다.
항문주위농양으로 수술 받은 분들 중 많은 분들이 치루가 생길 경우 병이 재발했다며 불만스런 얼굴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이는 병이 재발한 것이 아닙니다. 수술 후 시간이 지나면서 치루로 발전한 것이고 이는 대부분의 항문주위농양이 거치게 되는 자연스런 과정입니다. 항문주위농양과 치루는 같은 병이고 대부분의 항문주위농양이 치루로 발전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두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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