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지는 충주호와 수안보 온천으로 유명한 도시 ‘충주’와 문경새재로 익숙한 ‘문경’이었다. 떠나는 날 새벽, 맑게 갠 날씨를 간절히 빌었건만 야속하게도 비가 내렸다. 아이들에게는 충주의 고구려비나 문경의 석탄박물관보다도 과연 수상자전거를 탈 수 있을까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결론부터 짚고 가자면 아이들의 기대는 꽝. 여행 내내 하염없이 내리는 비 덕분에 차분히 수업을 듣다 돌아와야 했던 진정 교육으로 충만한(?) 하루였다.
충주박물관 내 중원고구려비 모형
우리나라 유일의 고구려비 ‘중원 고구려비’
충주(忠州)는 중(中)·심(沈)·주(州)로 국토의 중심에 위치한 고을이라는 뜻이다. 중앙에 위치해있다는 이유로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이 충주를 차지하기 위해 각축을 벌였고 그래서 늘 치열한 전쟁터였다고 전해진다. 충주를 유명하게 만든 유물은 남한 유일의 고구려비인 ‘중원 고구려비’다. 고구려비는 장수왕이 남한강 유역의 여러 성을 공략해 개척한 후 세운 기념비로 추정된다.
원래 계획은 최근에 문을 열 예정이었던 국원고구려비(박물관)에 들러 고구려비의 실물을 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잦은 장마 탓인지 다른 이유가 있는지 몰라도 박물관은 아직 개관 전이라 어쩔 수 없이 충주박물관으로 발길을 돌려야했다.
우리팀은 역사1실에 들러 중원 고구려비 모형 앞에서 오샘의 설명을 들었다. 그 중 가장 흥미로웠던 이야기는 고구려비를 찾게 된 과정. 전국을 통일한 신라에게 신라가 고구려의 동생 국가임을 새겨 놓았던 고구려비는 당연히 눈에 거슬리는 존재였다. 그래서 통일신라가 일부러 고구려비를 파묻었을 것이라 추측된다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고구려비는 글자가 많이 마모가 된 상태로 1979년 유적답사를 하던 예성동호회에 의해 우연히 발견되었다. 답사를 위해 입석마을을 지나게 된 동호회 일행. 입석이 있어 마을이름이 입석리가 된 마을 입구에 지금의 고구려비가 서 있었고 무심히 지나쳤던 비석에 희미하게 글자가 새겨져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 전에는 마을에서 빨래판으로 쓰였던 것으로도 추정된다는 믿거나말거나한 황당하면서도 어쨌든 찾게 되어 다행스럽다는 내용이다.
충주탑평리칠층석탑(중앙탑)
충주탑평리칠층석탑(중앙탑)
충주박물관과 세계술문화박물관, 충주탑평리칠층석탑(중앙탑) 등 유명한 볼거리는 모두 중앙탑공원에 위치해있다. 그 중 국보 제6호 중앙탑은 현존하는 신라의 탑 중 가장 높은 7층석탑이다. 전해오는 이야기로는 이곳에 임시로 탑을 세우고 건강한 사람을 남과 북의 끝에서 동시에 여러 차례 출발시켜봤는데 항상 탑평리에서 만나게 되어서 이곳이 중앙임을 확인하고 거대한 탑을 세웠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충주탑평리칠층석탑이라는 정식 명칭보다 중앙탑으로 불려지고 있다.
사방으로 탁트인 공원은 푸른 잔디에 녹음으로 둘러싸여 무척이나 싱그러웠다. 거대한 탑도 볼만했지만 물안개 자욱한 충주호 역시 신비롭고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석탄박물관 은성갱 입구 모습
은성탄광의 모습을 간직한 문경석탄박물관
2년 전 문경에 들렀을 때는 뜨거운 8월이었다. 땀을 뻘뻘 흘려가며 레일바이크를 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시원한 강에서 유유자적 발을 굴렸던 수상자전거도 무척 즐거웠던 추억이다. 그러나 이번 문경 방문에는 흐린 하늘에 끊임없이 내리는 비로 활동적인 놀이가 불가능했다.
점심을 맛나게 먹은 뒤 바로 모노레일 타고 방송세트장으로 갔다. 2년 전에는 너무 더워 대충 둘러봤던 ‘가은오픈세트장’이었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둘러봤다. 세트장 옆 석탄박물관은 실제 ‘은성갱’이었던 장소로 갱도도 철길도 그대로 남아있다. 연탄을 닮은 동그란 박물관 외관이 인상적이다. 박물관에 들어서자마자 우리를 맞이하는 것은 광부들의 현장 사진들. 석탄으로 검게 변한 모습은 예전에 봤을 때도 짠했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옴 몸이 검댕이로 뒤덮여 눈빛만 살아있는 사진에서 그들의 애환이 그대로 느껴졌다. 손톱 사이사이 손가락 마디마다 질기게도 묻어있는 석탄가루는 잘 지워지지도 않는다 했다.
광부로 일했던 이들의 실제 경험담을 적어놓아 사실감을 더한다. 워낙 사고가 잦은 곳이라 탄광촌금기사항도 많다. 실내전시장을 벗어나면 야외전시장이 있는데 비가 많이 내려 패스. 곧바로 갱도전시장으로 향했다. 은성갱 입구에 있는 진폐순직자위령비 앞에서 짧은 묵념을 올린 후 갱으로 들어갔다. 비가 와서인지 쨍할 때보다 더욱 많은 물이 천장에서 떨어졌고 으스스한지 한 아이는 무섭다며 빨리 나가자고 보챘다. 먹고 살기 위해 땅 속 600m를 내려가야만 했던 광부들의 고단했던 삶을 이런 체험으로 알아간다는 것에 괜히 죄송스러운 마음이었다.
아름다운 충주중앙탑공원
굵어지는 빗줄기에 레일자전거도 수상자전거도 눈으로만 보는 데 만족하며 다음을 기약했다. 매번 교과서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오늘의 체험이 아이들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가 참으로 궁금하다. 딱히 많은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다만 조금씩이라도 역사에 대해, 남겨진 유산에 대해 스스로 자랑스러워하는 마음을 키워나갔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은 있다.
문경새재길
info. 충주·문경 둘러보기
충주 풍경 감상코스로 계명산 → 충주댐 → 충주호선착장 → 조동리선사유적박물관 → 중앙탑 → 탄금호국제조정경기장 → 탄금대 → 충렬사로 돌아오는 시원한 호반도로를 추천한다. 걷고 싶다면 ‘월악산 하늘재길’, 여름철 피서를 즐기고 싶다면 ‘송계계곡’도 좋다. 충주에는 수안보온천과 앙성탄산온천, 문강유황온천 등 유명 온천이 있어 휴양하기에도 손색이 없다.
문경새재는 옛날에 ‘새도 날아 넘기 힘들다’고 할 만큼 높고 험한 고개로 유명했다. 현재 새재길은 관광지로 개발돼 빼어난 경관과 운치있는 길로 사랑받고 있다. 매년 4~10월 보름을 전후한 토요일에 1관문~2관문(왕복 6㎞)을 걷는 ‘문경새재 과거길 달빛사랑여행’ 행사가 열리고 있다.
이수정리포터 cccc09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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