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기 들고 경복궁 가자

생생한 역사 가이드,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지역내일 2011-06-19 (수정 2011-06-20 오후 12:11:19)

 






남도 답사 일번지를 시작으로 1993년 출간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는 ‘아는 만큼 보인다’는 유행어와 함께 전 국토가 박물관이라는 사실을 깨우쳐 주었고 문화유산 신드롬을 일으켰다. ‘유홍준’ 이름 석자는 문화유적 답사의 스타 브랜드가 되었고 책에 소개되었던 남도의 한정식집은 유명세를 탄 후 밀려드는 손님 때문에 아예 문을 닫아버리는 등 숱한 일화도 남겼다.






꼭 10년 만에 유홍준은 숨어 있는 고수를 만나면서 얻은 새로운 깨달음을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란 화두를 던지며 <나의문화유산답사기6>을 펴냈다.






 






경복궁과 광화문의 재발견






답사에 연륜이 더해지고 방대한 지식의 내공이 깊어진 이번 책에서는 누구나 쉽게 둘러볼 수 있는 경복궁과 광화문 이야기로 시작한다. 중국을 향한 문화적 콤플렉스를 은연중에 내비치며 ‘경복궁은 자금성에 비하면 뒷간 밖에 안 된다’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자기비하에 늘 화가 난다며 저자는 경복궁의 숨은 매력을 조목조목 짚어준다.






흔히들 경복궁이 자금성을 모방, 축소해 만든 것으로 알고 있지만 자금성 보다 25년 먼저 지어진 사실부터 궁궐 어느 곳에서나 북악산과 인왕산을 정원처럼 바라볼 수 있는 자연과의 어울림이 경복궁의 최고 자랑거리라는 사실도 들려준다. 특히 태조 이성계의 명을 받아 정도전이 신도읍 마스터플랜을 3개월 만에 만들었고 그로부터 단 10개월 만에 궁궐 공사를 마쳤다는 대목도 눈길을 끈다. 또한 경복궁 건축의 꽃인 경회루를 만든 박자청은 노비 출신에서 종1품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토목 건축가로 신하들의 시샘과 질시 속에서 세종의 총애를 받았던 사연 등 역사 속에 감추어졌던 보석 같은 이야기를 풀어낸다.






세종 때는 훈민정음을 만들었던 집현전, 훗날엔 갑오경장을 실시한 군국기무처가 있던 역사적 건물인 수정전을 비롯해 붉은색 벽돌에 매화, 모란 등 온갖 꽃무늬로 디자인해 집보다 담이 더 아름다운 자경전 등 경복궁 전각마다 간직한 역사와 건축미를 꼼꼼히 알려준다.






경복궁의 건립과정부터 화재로 소실되었던 사연 그리고 일제강점기를 겪으며 쇠락해가기까지 경복궁 스토리를 통해 조선왕조 500년 역사의 흥망성쇠를 만날 수 있어 생생한 역사교과서로도 손색이 없다.








길에서 만난 인생 고수






책 중간 중간 마다 인생의 고수와 만난 경험담도 재미있는 읽을거리다. 문화재청장 부임 당시 경복궁 관리소장과의 일화가 한 예다. 경복궁은 언제 가장 아름답냐고 질문을 던지자 “억수같이 비오는 날 근정전 앞마당을 찾으면 박석마당의 이음새를 따라 빗물이 구불구불 흐르며 만들어 내는 동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는 정년을 앞둔 관리소장의 답변에서 궁궐 바닥재인 박석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된 계기, 그 후 명맥이 끊긴 박석광산을 수소문해 어렵사리 강화도에서 박석채취에 성공한 사연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광화문 복원공사 때 30억원 상당의 강익중 화가의 작품을 공사장 가림막으로 썼던 사연, 광화문이 헐리는 순간부터 완공될 때까지 5년간의 일을 다큐멘터리와 책으로 제작하겠다고 자청한 사람이 한국인이 아닌 하워드 리드란 영국인이어서 고마움과 부끄러움을 동시에 느꼈던 일화, 전국의 아름다운 돌담길을 복원하며 생긴 일 등 문화재청장을 하면서 경험한 사연들까지 더해져 책 내용이 더욱 풍성하다.






 






답사로 배우는 생생한 우리 역사저자가 자주 찾는다는 전남 순청의 선암사를 비롯해 충남 부여 일대의 백제문화유산, 경남 거창과 합천의 고택, 최초의 한문소설을 지은 김시습이 당대의 천재 아웃사이더였다는 사연 등이 재미있게 술술 읽힌다. 특히 서울토박이인 저자가 부여를 제2의 고향으로 삼아 쉬고 또 쉰다는 뜻의 ‘휴휴당’이란 시골집을 짓기까지 스토리, 60이 다 된 나이에 마을청년회원이 된 사연 등 간간이 소개한 저자의 개인적인 이야기도 흥미롭다.






우리 문화재에 대하 가치와 깨달음은 책으로 읽을 때 보다 현장에서 직접 보고 감촉을 느껴봐야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자녀에게만 무작정 권하기 보다는 부모 먼저 이 책을 읽고 직접 현장에 나가 아이들과 함께 스토리의 주인공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친절하게도 책 말미에는 직접 답사에 나설 독자를 위해 시간대별 일정표와 안내 지도까지 덧붙였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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