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전문의, 의학박사, 수필가
남호탁
“초등학교 3학년이나 된 아이가 팬티에 똥을 지려요?” “고3 여학생이 똥을 지리다니, 걱정입니다.” 이와 같은 걱정을 하며 병원을 찾는 부모님들이 많이 계십니다. 하긴, 사랑하는 자식이 똥을 지린다는데 태연할 부모가 어디 있겠습니까?
인터넷이 발달된 탓에, 진료실로 들어서는 부모님들은 대뜸 ‘변실금’이라는 말을 꺼냅니다. 자기도 모르게 똥이 새어나오는 것을 ‘변실금’이라고 하는 것쯤은 이미 다 안다는 거죠.
‘변실금’은 괄약근에 이상이 생겨 배변조절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병원을 찾는 부모님들의 짐작처럼 아이들에게 괄약근 이상이 생긴 것이고, 이로 인해 똥을 지리는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거의 100%, 아닙니다. 아무 이유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아이에게 괄약근 이상이 생기는 경우는 없다고 생각하셔도 무방합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슨 이유로 아이가 팬티에 똥을 지리는 것일까요?
초등학생의 경우 또래의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을 매우 좋아할 뿐만 아니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요즘엔 게임에 푹 빠져 사는 아이들도 부지기수입니다. 이렇다 보니 아이들은 똥이 마려운 신호가 와도 이를 무시하고 계속해서 친구들과 어울려 놀거나 컴퓨터 게임을 지속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대장의 끝 부분인 직장까지 이동한 똥은 더 이상 이동하지 못한 채 직장에 오랫동안 머물게 되고, 그 결과 수분을 빼앗겨 딱딱한 똥으로 변하게 됩니다. 딱딱한 똥이 직장을 막고 있으면 당연히 똥을 제대로 누지 못하게 되는 거구요. 이런 경우를 의학적으로는 ‘분변매복’이라고 부릅니다.
딱딱한 똥이 직장을 막고 있으면 변비가 초래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합니다. 하지만 고형성분이 아닌 분비물은 얼마든지 딱딱한 똥 사이를 비집고 나와 자기도 모르게 팬티에 묻는 일이 초래될 수 있는데, 이를 ‘기이성 설사’라고 일컫습니다. 대장이 딱딱한 똥으로 막혀 있는데도 설사와 같은 똥이 나오는 것이 기이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지금까지 설명 드린 대로 어린 아이들이나 중고등학생이 자기도 모르게 똥을 지리게 되는 것은 거의 대부분이 분변매복 때문입니다. 괄약근 손상으로 인해 똥을 지리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 두시고, 앞으로는 마음 푹 놓으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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