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여름방학 독서지도
우리 아이 ‘독서 매니저’가 되자
공부는 선두를 유지하면서 책은 1년에 100권 이상 읽어내는 아이들이 한 반에 몇 명씩 있다. 일선 교사들은 이런 아이들은 부모의 집요한 관심과 노력, 점검을 통해 습관이 반듯하게 길러진 공통점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방학을 앞두고 초‧중생 자녀의 독서 지도법을 고민하는 엄마들을 위해 노하우를 가이드한다.
책 읽지 않는 초등학생, ‘읽어주세요’
책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에게 무조건 책을 읽으라고 하면 역효과가 난다. 우선 엄마는 아이의 ‘독서 롤 모델’이 되어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치밀한 사전 준비가 중요하다.
‘책 읽어주는 선생님’으로 유명한 강백향 교사(신일초)는 올해 담임을 맡은 초등학교 6학년생들에게도 꾸준히 책을 읽어준다. “아이들에게 어린 시절 한번쯤 읽어본 동화책 <지각 대장 존>을 읽어줬어요. 저자인 존 버닝햄에 대한 스토리도 다양하게 곁들여 주면 아이들이 귀를 쫑긋 세워요.”
강교사의 독서 지도법처럼 책을 멀리하는 아이한테는 고학년이라도 엄마가 꾸준히 읽어주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권한다. <강남엄마>의 저자 김소희씨 역시 어릴 때 독서시기를 놓쳐 독해력이 떨어지는 초등학생 딸에게 밤마다 목이 아플 정도로 꾸준히 책을 읽어주면서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고 한다. 책을 읽은 뒤에는 등장인물, 장소, 이야기 흐름을 말하도록 훈련 시켰고 독해력을 높이기 위해 한자공부도 병행했다.
독서 습관이 다져지면 ‘고급 독서’ 유도
어느 정도 독서 습관이 길러진 다음에는 책을 편식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책읽기 전에 배경 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관련 전시회나 박물관을 데리고 가 자연스럽게 호기심을 유도하는 것도 효과가 높다.
잠실 버들초 박명선 교사는 “대입에서 독서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어릴 때부터 입시용 스펙 쌓기 독서를 강요받다 보니 아이들의 독서량을 늘었는데 ‘마음으로 읽지 못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문제점을 지적한다. 그 대안으로 관련 영상자료를 활용해 아이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책읽기가 잘 다져진 초등 고학년생은 중학교 수준의 책까지 폭넓게 읽히는 것이 좋다. 소설류 편식을 피하고 위인전, 자기계발서 같은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책을 다양하게 읽도록 해주어야 한다. 읽을 때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나 감동적인 글귀에 밑줄을 그어가며 보거나 좀 더 완벽한 독서를 위해서는 필사를 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중학생 독서, 토론과 논술 연계 독서가 중요
중학교 이후부터는 다독보다는 정독에 힘써야 한다. 무작정 많이 읽는 것은 시간 대비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때부터는 대입을 위한 토론과 논술까지 염두에 두고 독서 플랜을 짜는 것이 좋다.
논술로 유명한 강방식 교사(동북고)는 “창의적으로 독서를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진로나 사회적인 이슈와 연결시켜 ‘자기 문제 의식’을 갖고 읽어야 한다. 장래에 의사를 꿈꾸는 학생이라면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를 읽으며 시동생의 죽음을 목격한 후 받은 정신적 충격 때문에 평생 두통을 안고 산 어머니의 스토리에서 의사라는 직업과 연결고리를 찾아보는 것이 한 예다.”고 조언한다.
최근에 중고교 교과서가 검인정으로 바뀌면서 교과서에 수록되는 작품 수가 대폭 늘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 “학생들에게 시간적 여유가 있는 방학 때 국어교과서 수록 작품을 한데 묶은 책을 읽어보라고 권합니다. 줄거리 요약본만 읽는 학생과 원문을 꼼꼼하게 읽어 흐름을 파악한 학생을 비교해 보면 결과가 분명 다릅니다.” 보성중 박종혁 국어교사의 조언이다.
블로그를 통한 독서 글쓰기도 적절히 활용하면 효과적이다. 책을 읽은 뒤에는 꾸준히 자신의 블로그에 느낀 점 등을 기록하게 하고 여기에 부모가 댓글을 달아주며 서로의 생각을 나눠보는 것이다.
독서 지도 참고 사이트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www.readread.or.kr ․강백향의 책 읽어 주는 선생님 www.mymei.pe.kr ․어린이도서연구회 www.childbook.org |
[나만의 책읽기 노하우]
박지훈 “9년째 독서기록장 써요”
“카프카의 <변신>을 인상 깊게 읽었어요. 물신주의 시대에 인간이란 존재를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됐죠.” 박지훈(잠신중 3)군의 독서 내공은 상당하다. 최근엔 <해리포터 시리즈> 원서 읽는 재미에 빠져 새벽 2시까지 책을 놓지 않아 엄마에게 꾸중까지 듣는다.
다양한 책을 섭렵한 박군이지만 어릴 땐 도통 책을 읽지 않았다고 한다. 바쁜 워킹맘이었던 지훈 엄마는 고민 끝에 독서지도를 받도록 했다고 한다. “주 3~4회 집중적으로 시켰어요. 억지로 읽기를 강요하지 않고 놀이처럼 생각하도록 지도교사에게 특별히 부탁했어요.” 박 군 어머니가 들려주는 경험담이다. 석 달이 지나자 지훈 군은 심심할 때마다 책을 펴기 시작했고 점차 ‘책 맛’을 터득해 나갔다. 유치원시절 시작된 독서지도는 학과 공부에 빡빡한 중3이 된 현재까지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분석적으로 책을 읽는 편이에요. 주요 등장인물들이 무엇을 왜 했는지, 내가 그 입장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곰곰이 생각하며 봐요. 모르는 어휘나 배경지식을 모르면 인터넷 등을 통해 찾아 보구요.“ 박군의 독서 스타일이다. 책을 읽은 뒤에는 여럿이 토론하며 각자의 생각을 비교해 본 후 마지막으로 글로 정리한다. 그동안 차곡차곡 모아 놓은 독서기록장 분량도 상당하다. 9년에 걸친 꾸준한 독서활동의 결과로 지훈 군의 글 솜씨는 논리적 전개와 표현력이 돋보인다. 각종 글쓰기 대회에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장래 희망이 외교관이라는 박군은 현재 외고 입시를 준비하는 틈틈이 읽고 싶은 책 목록을 정해 한권씩 독파중이라고 한다.
도움말 버들초 박명선 교사
신일초 강백향 교사
동북고 강방식 교사
보성중 박종혁 교사
한우리열린교육 강동문화원장 황인란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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