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공신을 찾아서 - 안현세(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예과 1년)

지역내일 2011-07-10 (수정 2011-07-10 오후 1:18:47)

 서현고 최상위권들도 인정한 전설적인 공신



공부하지 않은 고3이 어디 있을까? 고등학교 1학년부터 사실상 수험기간에 돌입하는 것이 요즘입시 환경. 그 만큼 대학가기 어려워졌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놀 것 다 놀고 취미생활까지 즐기며 수험생활을 하면서도 연세대학교 치과대학에 합격한 진정한 두뇌형 공신이 있다. 올해 서현고를 졸업하고 현재 연세대 치대 예과 1년에 다니고 있는 안현세 씨다. 유머와 위트가 가득한 말솜씨와 성격. 일반적인 우등생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어(?)보이지만 고3 당시 내신 1.3등급에 모의고사 전국 백분위 100%로 전국 1등까지 한 전설적인 공신이다.


내신 1.3등급임에도 수시 과감히 포기하고 정시에 전념
아무리 내신과 모의고사 성적이 우수해도 입시를 앞둔 수험생은 긴장되고 두렵기 마련. 입시는 실력과 더불어 치열한 전략이 요구되는 싸움이기 때문이다. 최상위권 다툼이 치열한 서현고에서 내신 1.3등급은 그야말로 신의 성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씨는 수시전형 에 한 군데도 지원하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저는 정말 관리가 안 된 학생이었어요. 수시전형에 원서라도 넣으려면 여러 가지 스펙 같은 것이 있어야 할 텐데 저는 그렇지 않았거든요. 막상 원서를 쓰려고 하니까 성적 외엔 서류나 비교과영역에서 딱히 내세울만한 것이 없었죠. 그저 주어진 공부하면서 시간나면 운동하고 놀기 바빴던 거죠. 솔직히 대학에 내는 전형료가 아깝기도 했구요. 하하.”
수험생이 수시전형을 과감하게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보험 삼아 적어도 3군데 이상 10군데까지 지원하는 학생들이 대부분. 하지만 안 씨는 과감하게 선택했고 또 집중했다. 
“전형적인 정시형이라고 스스로 생각했어요. 내신보다는 수능모의고사가 저에겐 훨씬 쉬웠고 자신 있었거든요. 수시를 접고 오로지 수능에만 전념했어요. 사실 작년 수능이 10년래 가장 어려운 수능이라 할 만큼 난이도가 높았는데 제가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백분위 환산점수 언어 99%, 수학 100%, 영어 99%, 물리 99%, 화학Ⅰ 99%, 화학Ⅱ 100%, 생물100% 안씨의 수능성적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합격은 운이 좋은 덕분이었다고 연신 강조하는 안 씨다.


모범생과 거리 먼 중상위권 평범한 중학생
여느 공신들처럼 손에 책을 드는 대신 농구공을 들고 다니는 모습이 더 익숙했다고 그의 친구들은 증언한다. 좀처럼 공부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음에도 1등을 놓치지 않는 것을 보면 원래 두뇌를 타고 난 공신인가 싶다. 하지만 안 씨는 손사래를 친다. 
“두뇌가 좋다는 것은 동의할 수 없어요. 중학교 때만 해도 성적은 별로였어요. 중3때는 전교 100등까지도 떨어진 적도 있거든요. 수업시간에 장난도 심해 선생님께 자주 혼나는 장난꾸러기였죠. 어머니가 학교에 오셔야 할 일도 종종 만들었기 때문에 어떤 선생님께 저는 문제 학생이기도 했답니다.”
그렇다고 끈기 있는 성격도 아니라고 안 씨는 스스로를 말한다. 과고준비를 했지만 그 공부가 너무 힘들어 중도에 포기했다. 빡빡하게 짜인 과고입시 스케줄이 자유로운 성향의 그에게 맞지 않았기 때문.
“수학과 과학이 좋아 과고에 가려고 마음먹었고 중2때 학원 과고대비반에 들어갔어요. 어느 날 문득 ‘행복해지려고 공부하는 건데 지금 나는 너무 불행하다’고 어머니께 말씀드렸어요. 제 말에 어머니는 모든 학원을 끊으시더라고요. 그땐 정말 좋았어요. 도서관에 다니면서 그동안 읽고 싶은 책들을 마음껏 읽었죠. 그런데 처음엔 심심하다가 점점 불안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공부의 비밀은 ‘왜?’라고 물으며 원리를 터득하는 습관
안 씨가 공부다운 공부를 한 것은 중3 겨울방학. 고교진학을 앞두고 예비 고1과정을 공부하면서부터다. 고1 모의고사 문제를 풀며 다양한 수능유형을 접하면서 나름대로 문제풀이 방법도 터득했다. 의미없이 외우는 공부를 싫어하고 교과서 위주의 틀에 갇힌 공부에 흥미를 못 느꼈던 안 씨는 사고력 중심의 수능형 문제에서 비로소 흥미를 느꼈고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무조건 공식을 외우고 문제에 대입해 풀면 자꾸 까먹기도 하고 한계가 있어요. 수학이 재미있게 된 것은 ‘어떤 원리에서 이 공식이 도출됐을까’ 하는 것을 늘 생각하면서부터죠. 원리를 알면 어떤 새로운 유형의 문제가 나와도 적용할 수 있거든요.”
안 씨의 공부비밀이 풀렸다. 하나를 알면 열을 응용할 줄 아니는 원리중심 학습이 그것. 수능은 새로운 문제에 대한 적응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고 보면 원리를 문제에 적용하는 능력이 탁월한 안 씨에게 가장 적합한 형태의 시험이다.
“하나의 공식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것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로 갈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때문에 기본 공식만 알면 언제든지 새로운 공식을 만들 수도 있죠. 수능 공부를 하다보면 문제를 많이 풀게 되는데 모든 문제에 그 원리가 들어있어요. 때문에 문제를 풀 때마다 이 문제를 푸는 공식은 어떤 원리에서 파생되었나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수능 전 마지막 여름방학, 실천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워야 
3년의 수험기간을 지내오면서 안 씨는 늘 마음을 비우는 연습을 했다. 후배들에게 수험생이 지녀야 할 덕목으로 정서적 심리적 안정이 최우선이라고 조언했다.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해야겠죠. 하지만 수능은 어느 정도 운도 따르는 것 같아요. 저는 늘 마음속으로 ‘수능에서 실수해도 마음을 비우자’를 속으로 되뇌었어요. 매년 난이도도 다를 수 있고 또 개인적인 운도 작용한다고 생각해요. 아는 것도 실수도 할 수 있고, 또 반대로 몰라서 찍었는데 맞을 수도 있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져요.”
쉬운 수능 어려운 수능 해마다 난이도는 다르지만 결국 입시에서 가장 변별력이 큰 것은 수능임은 분명하다. 100여일 앞으로 다가 온 수능. 안 씨에게 고3 수험생 여름방학 공부요령에 대한 멘토링을 부탁했다.
“수능을 코앞에 둔 수험생에게 여름방학은 성적을 높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도 합니다. 흔히 불안한 마음에 많은 계획을 세우게는 되는데 절대로 무리한 계획을 세우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제 경우 하루 15문제씩만 풀었어요. 어기지 않는 것에 초점을 두고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물론 기본기가 갖춰진 학생의 경우입니다.”
어려서 몇 번인가 만났던 의사들은 늘 무뚝뚝하고 차가운 사람들이었다고 그는 회상한다. 예과 2년 본과 4년 6년의 긴 치대 공부. 이제 시작이지만 환자의 아픔과 마음까지 보듬을 수 있는 따뜻한 의사이고 싶다고 그는 말한다.
이춘희 리포터 chlee1218@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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