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세월. 환경 활동. 그리고 뚝심.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세 가지 주제를 고집해온 여성이 있다. 부천 동시모(동네 산을 지키는 시민모임) 이희옥(58) 대표다. 어린 시절 그녀는 도시였지만 시골스러웠던 한강 유역에서 자라났다. 그곳에서 놀던 기억을 현재 살고 있는 부천지역에 되살려 자기 삶의 울타리를 생태 환경으로 가꿔온 희옥 씨. 6월 5일 환경의 날에 잘 어울리는 그녀를 지난 달 30일 만났다.
어릴 때 기억은 자연스러운 사람으로 살게 했다
희옥 씨의 어린 시절은 어땠을까? 그녀가 자연에 이끌리게 된 것은 국민학교(현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당시 담임선생님이 야생화를 구해 오라고 한 것이 시발점이다.
“산으로 들로 다니며 자연 숙제를 했어요. 선생님은 야생화의 이름과 생긴 모양을 잘 관찰하라고 일러주셨죠. 그때부터 자연과 하나 되는 생활이 시작됐다고 생각해요.”
어린 소녀는 낚시 가는 아버지를 따라가 들판에서 뛰어노는 염소와 놀았고 모래사장에서는 조개를 캤다. 오빠와 함께 어린이 신문인 소년동아일보를 보며 자연에 대한 관심의 키를 키워갔다.
그렇게 성장한 희옥 씨는 지난 96년 생명운동 흙살리기가 모토였던 부천생협 운영위원장으로 지역사회 활동을 시작했다. 어린이와 어머니 생태교실, 생협 산지체험, 글쓰기 등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자리였다. 그러면서 자연학교 설립을 생각했다. 솜다리자연학교는 그렇게 2000년 문을 열었다. 한라산과 설악산, 금강산 등 이북의 고산지역에 자라고 있는 특산식물인 솜다리를 학교 이름으로 쓴 것도 그녀에게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었다.
오감체험으로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고 교육한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흙을 밟아보며 오감체험을 하면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알게 되겠죠? 그런 취지로 문을 열었어요.” 희옥 씨가 말하는 솜다리자연학교의 설립 취지다. 어려서의 자연체험은 성인이 돼서도 일상생활에 녹아있다는 의미다. 이 학교에서는 환경교육과 자연놀이 및 민속놀이를 접목시켜 창의력과 사회성, 협동심을 키우는 데 주력한다. “자기가 사는 마을의 자연 환경을 보전하고 되살리는 데 이런 아이들이 큰 몫을 할 겁니다. 어릴 적 기억은 성인이 되어서도 그 사람의 생활을 지배한다잖아요.”
솜다리자연학교 어린이 생태 문화교실은 어린이들과 부모가 함께 참여한다. 이들은 자연 속에서 편하고, 재미있고, 신나게 노는 가운데 자연교육의 묘미를 알아가고 있다. 24절기와 음식문화, 자연놀이, 생태미술, 풍습 등을 연결하여 건강한 지구를 위한 작은 실천을 배우고 있는 것이다.
“저희 생태교실과 함께 했던 분들 중에는 단골도 있답니다. 매 번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놀 수 있도록 애쓰는 부모들이죠. 자녀와 함께 자연을 찾아다니는 시간이 많아지면 가족의 행복도 알게 모르게 찾아지겠지요?”
자연은 생명의 산실인 어머니의 자궁이다
“자연은 무한한 혜택을 줍니다. 그래서 어머니의 자궁이자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싶어요. 이런 자연의 순리를 닮은 사람은 건강하고 지혜롭고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지난 2005년 희옥 씨는 환경 단체 다섯 팀을 모아 동시모를 창립했다. 동네 작은 산을 지키는 시민모임이라는 뜻의 동시모는 현재 원미산 살리기 운동과 부천 시민의 강 지킴이 등의 활동을 하고 있으며 서울 보라매공원 생태문화 숲 체험 교실에도 출강 중이다. 희옥 씨가 해놓은 일은 더 있다. 2006년 부천시 홍보 교육용 자료집 우리 고장 부천의 보물 ‘자연의 소리, 향기, 빛깔을 찾아서’를 펴낸 일이다 이 자료집에 들어간 사진은 모두 그녀가 찍었다. 숲 체험과 더불어 생태 교육을 하며 부천의 산과 들에서 발견한 나무와 식물, 곤충들을 담아낸 것이다.
“부천의 숲과 자연을 자식같이 아끼고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바라봐주세요. 둘레 길을 만든다고 무분별한 개발을 진행하는 것은 생태환경을 파괴하는 일입니다. 스스로 그러한 자연의 의미를 생각해보세요. 우리 지역 환경은 우리 스스로 가꿔가야 한다는 게 제 지론입니다.”
임옥경 리포터 jayu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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