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사람 - 석수골작은도서관 임은아 관장

“아이들에겐 도서관이 ‘세상을 보는 창’이죠”

별자리도서관 운영하면서 동네에서 도서관의 중요성 깨달아

지역내일 2011-06-07

선부2동 경일고등학교 옆 골목길을 따라 쭉 들어가면 동네마당이 있는 건물 2층에 ‘석수골작은도서관’이 있다. 이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도서관에는 ‘실내정숙’이라든가 ‘쉿~ 조용히!’라는 문구 따위는 붙어있지 않다. 혼자 소리 내어 책을 읽어도 되고, 책에 대해 친구와 이야기를 나눠도 된다. 이쪽 책상에선 엄마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고, 저쪽 책상에선 아이 몇이 모여 그림을 그린다. 일상도서관이라기보다 마치 집안의 풍경처럼 자연스러운 분위기. 바로 석수골작은도서관의 풍경이다. 이 도서관의 관장은 임은아씨다.

도서관은 평등하다
이전에 경일고 교육문화관 내에 있던 ‘별자리도서관’이 지난해 8월 이곳으로 옮겨오면서 ‘석수골작은도서관’이라는 이름을 달았다. ‘별자리’란 이름이 어린이도서관 같다는 의견이 많아 동네 주민 누구에게나 열린 곳이라는 느낌이 들도록 이름을 바꿨다고 한다.
다가구주택 밀집 동네에, 작아도 버젓한 공공문화시설이 생기니 마을분위기가 달라졌다. 비록 ‘작은’ 도서관이지만 이 마을에서 도서관이 하는 역할은 크다. 
“작은도서관은 대개 외곽지역에 있어요. 다른 문화시설이 거의 없는 곳에 공공도서관이 있으니 복합적 기능을 하게 됩니다. 교육·문화적 기능과 함께, 마을관련 사업을 하지 않을 수 없어요. 자신이 사는 마을에 관심을 갖게 하고 공동체를 살리는 사업, 마을의 문화를 만드는 사업을 하게 되죠.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마을의 문화를 만드는 데 주인공이 됩니다.”
석수골은 행정안전부 주최 ‘2008 참 살기 좋은 마을가꾸기’ 전국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연립주택밀집지역인 이 동네에 주민들이 담장을 트고 곳곳에 정원을 만드는 등 마을공동체 사업을 펼쳐 좋은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수상 배경에는 도서관도 한몫했다. 주민들이 도서관에 모여 회의를 하고, 도서관이 마을만들기를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주민들이  어울리고 소통하는 매개체가 되었던 것이다.
“작은 도서관의 장점은 동네에 있으니까 사람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다는 거예요. 도서관에서 하는 행사에 부담 없이 와서 공연도 보고 음식도 나눠먹으면서 서로에 관심을 가지고  알아가다 보면 공동체 의식이 생기고, 내가 사는 마을을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되죠. 작은도서관은 마을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 마을에서 살아가야할 아이들에게 생활터전을 사랑하는 마음을 길러주자는 거죠. 우리 마을을 탐색하고, 내가 마을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아이들이 의제를 찾고 실천해봅니다.”

꿈을 심어주는 도서관
임은아 관장은 안산 작은도서관네트워크 사무국장이기도 하다. 2007년부터 별자리도서관을 운영하면서, 도서관이 동네에서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작은도서관을 운영하면서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고 했다.
“도서관은 마을의 문화공간이기도하고, 아이들에게는 세상을 보는 창이 되기도 해요. 재미있는 건 어린이면 어린이, 성인이면 성인이 도서관을 통해 변화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거예요.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새로운 관계를 맺고, 서로 뭉치고 뭔가 해보려는 논의도 하고…. 도서관은 평등한 곳이거든요. 나이가 많든 적든 부자이든 가난하든 장애가 있든 간에 누구나 이용할 수 있죠. 실제 생활에선 그렇지 않지만 도서관은 누구에게나 기회를 주죠. 저는 도서관을 통해 ‘평등’의 가치를 깨닫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맞벌이부부가 많은 석수골에서 작은도서관은 아이들에게 어디보다 안전한 공간이면서 새로운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곳이다. 아이들은 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도서관 마당에서 놀고 도서관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본다. 방학 때면 딱히 갈 곳 없는 아이들을 위해 작은도서관은 방학프로그램도 알차게 준비한다. 한 가지 주제를 정해 다양한 활동으로 도서관에서 최대한 많은 체험을 할 수 있게 하는 것. 작은도서관이기에 지역실정에 맞게 더 잘 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 도서관의 원칙 하나가 ‘내가 내 삶의 주인이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거예요.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아이들에게 희망적인 공간, 자유롭고 창의성을 발휘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려고 해요. 우리 도서관에 5년째 매일같이 오는 아이가 있거든요. 열악한 가정환경에서 자라 처음에는 자기표현도 잘 못하더니 프로그램마다 다 열심히 참여하더니 지금은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어요. 저는 작은 공공도서관이 가난한 사람에게 꿈을 심어주고, 사회적 양극화를 완화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박순태 리포터 atasi22@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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