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부업 시대, 조금만 눈 돌리면 길이 보인다.

육아와 살림 함께 하는 시간제 부업

지역내일 2011-05-31

주부부업 시대, 조금만 눈 돌리면 길이 보인다.
-육아와 살림 함께 하는 시간제 부업


 해마다 동결되는 남편 월급, 치솟는 물가. 정말 안 쓰고 안 먹는다고 하는데도 남는 건 없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큰 아이 학원 하나를 더 보낼 예정이었지만 여기서 줄이고 저기서 빼 봐도 답이 안 나온다. 이럴 때마다 어디 가서 아이 학원비만이라도 벌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는다. 하지만 막상 도전 하려고 하면 시간이 맞지 않는다. 그렇다고 창업을 하기엔 배보다 배꼽이 더 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애꿎은 남편만 노려본다.
크게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는 부업이 없을까? 여기 짧은 시간을 할애 해 다양한 부업 전선으로 뛰어든 주부들이 있다.


일하는 보람이 더 큰 방과 후 교사
초등학교에서 종이접기 방과 후 교사를 하고 있는 박영미(공릉동. 35세) 씨. 그가 이 일을 시작한 것은 작년부터이다. 평소 손재주가 많고 꾸미기를 좋아했던 박영미 주부는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빈 시간도 활용하고 자신의 재능도 살릴 겸 집 근처 종이접기 교육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하나씩 배워가는 재미도 있었지만 작품을 완성할 때마다 성취감이 느껴졌다. 종이접기영재지도사1급을 따고 나니 관련분야의 관심도 생겼다. 그 뒤 클레이공예, 비즈 공예 등으로 영역을 확장해 나갔고, 자격증도 늘어 5개를 취득하게 됐다. 둘째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자 이제 자신도 배워둔 것을 활용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서울시교육청에서 정보를 얻어 방과 후 교사를 신청했다. 그동안 열심히 실력을 쌓아놓은 덕인지 서류전형을 통과, 최종 면접을 거쳐 자신이 집과 그리 멀리 않은 학교의 수업을 맡게 되었다.
박씨는 “방과 후 교사는 육아나 살림에 크게 구애를 받지 않고 자신의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물론 준비시간이 좀 오래 걸리지만, 집에서 시간 날 때마다 짬짬이 하기 때문에 아이들과도 충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죠”라고 전한다. 방과 후 교사를 시작한 후 남편도 육아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대화 내용도 폭넓어져 무척 만족하고 있다. 그는 “엄마 입장이다 보니 다른 아이들을 보며 내 아이도 다시 보게 되고, 수업 받는 아이들에게도 더 관심을 갖게 된다”고 전한다. 지금은 방과 후 수업만 진행하고 있지만, 학교 CA, 문화센터 강사 등도 도전해 볼 생각이다. 방과 후 교사의 수입은 맡은 수업량과 인원에 따라 정해진다. 하지만 한 두 학교 수업이면 두 아이 학원비 정도는 마련할 수 있다고 귀띔한다.


집에서 내 아이와 함께 홈 스쿨
상계동에 사는 이금산(39세)씨는 윗집 아이를 맡게 된 것이 부업과 인연이 됐다. 퇴근이 늦은 윗집 엄마는 아이를 마땅히 맡길 곳이 없어 평소 믿고 지내던 이씨에게 부탁을 했다. 그는 흔쾌히 승낙했고 자신이 아이와 함께 하던 국어 공부를 윗집 아이와도 함께 했다.
“결혼 전 국어학습지강사로 일을 해서 평소 딸과 국어와 논술 공부를 했어요. 윗집 아이도 함께 하면 우리 아이가 재미있어하겠다 싶었죠.”
윗집 엄마는 뜻밖의 덤이었던 아이 공부에 만족했는지 동네 엄마들에게 이씨의 이야기를 전했다. 그 뒤 논술수업 제의가 하나씩 들어왔다. 마침 윗집 아이도 종일제 돌보미 신청이 받아들여져 이씨의 손이 필요 없게 되어 그룹 수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그에게 만족한 엄마들의 입소문으로 수업 제의가 늘다 보니 좀 더 전문적인 수업을 해야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는 독서논술지도사 과정을 이수하고 현재 홈스쿨로 허가를 받아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수입은 학생 수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평균 100만원선. 더 욕심을 내고 싶지만 ‘아이 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가 처음 시작할 때 결심이었기 때문에 이 정도에서 만족하기로 했다.


다양화 된 시간제 부업
오수연(상계동. 39세)씨는 파티플래너다. 임신 중 태교로 요리와 첫 아이 돌 준비를 직접 차려보겠다는 심산으로 풍선아트를 문화센터에서 배웠다. 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갈 무렵 돌잔치나 각종 생일파티 준비를 해주는 시간제 부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주말에 일하는 것이 흠이긴 하지만 몇 시간 돌잔치 도우미로 일해주면 5만원을 손에 쥘 수 있었던 것. 평소 오씨의 솜씨를 눈여겨보던 메인 플래너가 함께 일할 것을 제의했고, 이제 이름을 함께 내걸어서인지 일당도 제법 올랐다. 요즘에는 돌잔치나 생일파티를 토요일이나 일요일보다 목요일, 금요일을 선호해 주말에도 아이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다고.
김경나(가명. 상계동. 37세)는 부업을 시작하려 보니 전문지식도 없고, 그 흔한 PC도 잘 다루지 못해 도전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때 눈에 들어 온 인터넷 구직란. 자판기 관리다. 한 회사 건물에 있는 자판기를 일정시간에 가서 청소해주고 모자란 물품을 채워주는 것. 오전 3시간정도만 일하면 되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처음엔 일에 손이 붙지 않아 시간이 더 오래 걸리기도 했지만 1년이 다 돼가니 정해진 시간보다 더 빨리 끝난다. 월~금까지 짧은 시간을 투자하고 받는 수입은 48만원. 아이 영어학원비는 이제 문제없다.
이송이(가명. 하계동. 43세)는 단체급식소 조리원이다. 학원이나 학교 급식시간에 가서 배식도 해주고 설거지를 한다. 궂은일이라 처음엔 망설이긴 했지만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맞출 수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급여도 다른 시간제 아르바이트보다는 높은 편이다. 시간당 5500원~6500원선. 3~5시간 정도 일하고 35만원~60만원은 가져올 수 있어 작지만 생활에 보탬이 되고 있다.


김옥기 리포터 bjoct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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