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의 맛을 찾아서 - 대를 잇는 ‘순대 국밥’

서민들의 애환이 한 그릇 가득, 오늘 순댓국 당기네!

지역내일 2011-07-06 (수정 2011-07-06 오후 8:51:08)


뚝배기 한가득 진한 국물이며 고기, 내장, 순대. 김치만 있어도 밥 한 그릇 뚝딱 넘어갈 서민 대표메뉴 순대국밥이시다. 북쪽 함경도에서 남쪽 제주도까지 남녀노소가 즐긴다는 순대, 지역마다 먹는 법 만드는 법이 다르다. 그럼 춘천을 대표하는 순대국밥 맛은 어떨까. 요즘 체인화 된 곳들은 깔끔한 맛과 편안함으로 손님들의 발길을 붙든다. 그래도 순대국밥하면 허름한 선술집 분위기를 떠올리게 되는 게 우리네 정서인가 싶다. 출출한 저녁, 시장 좁은 골목 어딘가의 국밥집 풍경처럼. 삼삼오오 모여 앉은 틈을 비집고 들어가 엉덩이 턱 걸치고 앉은 채 밥 한 그릇 말아 후루룩 비워내던 순대국밥. 어쩌면 소주 한 잔과 함께 사연 많은 하루를 마감하던 통과의례 같은 것이었을 수도. 긴 세월을 춘천사람들의 애환과 함께해온 전통의 순대국밥 집을 소개한다.




동부시장 지하 꿀벌식당
80년대 춘천에서 대학을 나온 이들 가운데는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가 트레이드마크였던 꿀벌식당 사장님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그 당시 우리아버지 목소리는 대단했죠. 그때 대학생들이 이제는 40대 후반의 아저씨가 되어 퇴근 후 그 시절을 추억하며 찾아옵니다. 식사시간마다 찾아오시던 공무원들은 지금은 다들 퇴직하셨지만 우리 아버지처럼 꼬부랑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꾸준히 찾아오시네요.” 서글서글한 웃음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꿀벌식당 조현옥(45) 사장. 아버지를 빼닮은 외모와 시원하고 굵은 목소리가 단골손님들에게는 과거 꿀벌식당의 명성을 추억하게 한다.
꿀벌식당 순대국밥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얼큰한 국물과 푸짐한 건더기. 추운 겨울뿐만 아니라 요즘과 같은 장마철에도 손님들이 먼저 알고 찾아온다.
“당신들은 못 배워서 이런 일을 한다지만 너는 배울 거 다 배우고 왜 이 장사를 하려고 하냐며 처음엔 엄마가 많이 반대했죠. 하지만 잘한 것 같아요. 아버지 어머니의 순대 맛을 기억하고 찾아오시는 손님들이 너무 많아요. 요즘같이 힘든 때 우리 순대국밥 한 그릇 뚝딱 하시고 일터로 나가시는 분들을 보면 제가 다 힘이 난다니까요.”
꿀벌식당의 순대는 그야말로 인정받은 맛. 조현옥 사장의 남동생이 농공단지에서 직접 순대를 만들어 춘천의 여러 가게에도 납품한다고. 이들 꿀벌남매의 부지런한 행보가 있기에 앞으로도 계속 꿀벌식당의 얼큰한 순대국물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중앙시장 제일백화점 진향식당
화사한 오렌지색 한복으로 단장한 할머니, 혹자에 의하면 순대국밥보다 더 유명하다는 진향식당 최민자(72) 사장이다. 일흔둘의 나이가 무색하게 식당 이곳저곳을 오가는가 하면 식사를 마친 손님의 계산을 치르는 것도 그의 몫이다. 아들 같은 손님들에게 술 너무 많이 먹지 말라며 잔소리까지. 제일백화점 건물이 들어서기 이전부터 25년이 넘는 시간 이렇게 곱게 한복을 갖춰 입고 손님을 받아왔다.
“내가 한복을 참 좋아해요. 집에 한 40벌 정도 있지요. 내가 봐도 이리 고운데, 그러니 손님들도 참 좋아하세요. 순대국밥 맛도 그대로여야 하지만, 나도 그대로지요.”
진향식당의 순댓국은 돼지 사골의 뽀얀 국물이 특징이다. 여기에 얼큰한 맛을 즐기는 분을 위해 청양고추와 갖은 채소를 볶은 양념이 추가된다. 새벽마다 순대 만드는 일, 이가 약한 노인손님을 위해 고기를 잘게 썰어 내가는 일까지 최 사장의 정성도 더해진다.
“내가 참 인복이 많아요. 한 번 오신 분들이 잊지 않고 와주시니.” 외국 나가 있다가 20년 만에 왔다는 한 손님이 음료수나 사드시라며 3만원을 꼭 쥐어주고 간 일도 있다고.
요즘 최 사장은 전철개통과 낭만시장 효과로 부쩍 늘어난 서울손님들에게 신경이 많이 쓰인다. 그 역시 춘천의 이미지에 한 점 누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우리네 할머니의 푸짐한 인심이 담긴 한결 같은 국물 맛으로 진향식당은 중앙시장의 지킴이가 되고 있다.




취향대로 입맛대로 즐기는 순대국밥
신북읍 율문리 천전초등학교 정문에 위치한 ‘가보자순대국’ 역시 꿀벌식당, 진향식당에 버금가는 전통을 잇고 있는 곳이다. 허름한 외관과 도심에서 다소 먼 거리임에도 식사시간 순대국밥 마니아들로 북적이는 명물이다. 한편 매콤하면서 진한 국물 맛으로 젊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조부자 매운순대家’는 춘천에서 시작해 현재 13개의 춘천점 체인과 함께 동해, 여수, 평촌까지 뻗은 브랜드라고. 만천리에서 구봉산 올라가는 사거리에 위치한 ‘만천리병천순대’도 담백한 맛으로 춘천 미식가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꿀벌식당 : 252-1503
진향식당 : 252-1291
가보자순대국 : 253-5025
만천리병천순대 : 244-0082
 
fa10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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