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동 한주아파트 입구에 자리 잡은 ‘블랙빈’의 문을 열면, 너무나 인상 좋은 여현석()씨가 행복하게 샌드위치와 커피를 만들고 있다. 아토피가 있는 아이들에게 마음 놓고 먹일 수 있는 샌드위치, 학교나 관공서의 단체 손님들도 개인적으로 다시 찾는 샌드위치. 한 번 먹어본 사람들은 ‘정말 정직한 샌드위치’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 이곳의 샌드위치에는 뭔가 특별한 사연이 숨겨져 있었다.
“처음 시작했던 식당을 집 한 채 날리고서 접었습니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두 아이와 임신한 아내가 있었죠.” 하지만 몸도 마음도 지쳐있던 그에게 새로운 희망을 심어 준 것은 아내였다. “아내가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서 아주 작은 카페를 해보자는 거예요. 사이드 메뉴는 자기가 개발하겠다고요.” 요리 하나만큼은 자신이 있었던 그의 아내는 그때부터 샌드위치를 만들기 시작했다. “빵과 속재료, 소스를 달리해서 대략 200종류의 샌드위치를 만들었던 것 같아요. 그때마다 주위 사람들에게 평가를 받았죠.” 그래서 탄생한 것이 곡물 빵에 속재료만 10가지가 넘게 들어가는 ‘블랙빈’ 샌드위치다. 소스도 직접 만들었다. 발효치즈를 사용하고, 설탕 대신 직접 양봉을 하는 처가댁에서 공수한 꿀을 사용했다. 물론 조미료는 일체 사용하지 않았다. “좋은 재료 쓴다고 누가 알아주냐는 분들도 계셨어요. 하지만 아내와 저는 정직하고 좋은 음식을 팔겠다는 초심을 잃지 말자고 다짐했죠.”
그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5개월만에 따냈고, 그의 아내는 누가 먹어도 고개를 끄덕일만한 샌드위치를 만들어냈다. 그러는 동안 배 속에 있던 아기도 세상에 태어난 엄마 아빠와 함께 힘든 시절을 겪었다. “갓난 아기를 업고 서울을 오가며 재료 준비를 한 아내는 시장 거리에서 젖을 먹였어요. 아이는 감기를 달고 다니다 입원도 두 번이나 했죠. 그때 생각하면 너무 미안하고 마음이 아파요.”
아침 단체 주문이라도 있는 날이면 새벽 2시부터 재료 준비에 나서지만, 샌드위치와 커피를 만들고 배달하는 일이 행복하다는 여현석씨. “아이들이랑 함께 시간을 못보내는 것이 가장 아쉬워요. 다음 달이면 우리 막낸 두 돌인데,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게 웃음 잃지 않는 아이들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그의 바람에서 이곳 샌드위치의 특별한 비밀은 무엇보다 가족에 대한 사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의 264-2882
현정희 리포터 imhj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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