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운전을 잘하면 기가 세다?

지역내일 2011-07-06

얼마 전 교통안전공단이 최근 2년간 발생한 교통사고를 대상으로 제1당사자의 성별로 비교 분석한 결과, 남성과 여성의 교통사고 발생건수 비율이 남자가 여성의 5배 많다는 보고를 본적이 있다. 이것은 여성운전자가 남성에 비해 운행거리가 짧은 것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겠으나, 여성이 순발력 등 운전기능 면에서 남성보다 뒤떨어지는 특성이 있음에도, 급가속·급출발 등 난폭운전이 적고 조심스러운 운전을 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는 내용이었다.
최근 고속도로나 도심 도로에서 운행을 하다 보면 운전대를 잡고 있는 여성운전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남녀 구분 없이 마이카를 많이 소유하고 있는 시대. 하지만 대부분 여성들은 오래된 운전경력에도 불구하고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남성들에게 홀대를 당할 때가 많은데.
“이럴 때 보면 꼭 여자다”가 아닌 “이럴 때 보면 꼭 남자다”라고 여겨질 때가 언제인지 여성운전자에게 물었다.

- “저 밥해놓고 왔거든요!”(김영성 주부 경력7년차)
“첫 운전대를 잡았을 때 떨리는 그 마음은 운전대를 잡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거예요. 그래서 조심스러운 마음과 선배 운전자들에게 귀염 좀 떨어볼 심사로 자동차 뒷 유리에 <초보운전>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다녔는데 그 이후의 휴유증이 보통 아니더군요. 조금 늦게 출발하거나 좁은 길을 비켜가지 못하면 양보하고 배려해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집에 가서 밥이나 하지 왜 나왔냐?’ 혹은 ‘여자니까 저 모양이지!’라는 야유를 듣기 일쑤였어요. 누구나 다 처음엔 초보 아니예요? 저는 곧바로 <초보운전> 딱지 뜯어버렸어요. 이보세요! 저 밥먹고 설거지도 하고 아이들 학교도 다 보내고 신랑 출근시키고 그러고 나왔거든요. 제발 여자라고 무시 좀 하지 마세요!”

- “운전을 못하는 게 아니라 조심운전 하는 거예요”(최인자 자영업 경력10년차)
“여성이 운전을 시작한 역사는 그리 길지 않지만 요즘엔 도로에 나가보면 운전대를 잡고 있는 여성을 흔히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이런 시대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남성운전자들이 여성운전자들을 대하는 태도에는 아직 별 변화가 없는 것 같아요. 특히 제가 경차를 운전할 때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옆 차선에 큰 차가 지나갈 때가 있는데 사실 겁이 좀 나긴 합니다만 그 차가 안 울려도 되는 경음기를 꼭 울리고 가지요. 그리고 좁은 골목길에 양쪽 주차되어 있거나 혹 반대편에서 오는 차 기다려주고 있는데 지나가면서 열린 창문 사이로 늦게 온다고 저 욕하는 소리 들으면 정말 화나요. 봉변 당할까봐 그냥 지나가긴 하지만 그런 아저씨들 정말 싫어요. 그리고 교차로에서 신호 바뀌자마자 튀어나오는 아저씨들, 그리고 방향 지시등 안 켜고 좌, 우회전 하는 기사님들! 다른 사람 배려 좀 해 주세요”

- “잘못은 자기가 해 놓고 저한테 오히려 큰 소리쳐요”(강미연 직장인 경력4년차)
“얼마전 일하는 직장 앞에서 유턴을 하려고 하는데 뒤따라오던 차가 속도를 내는 바람에 사고가 났어요. 그런데 차에서 내리는 제가 여자인 걸 보고 큰소리를 치기 시작하는 거예요.  50대 정도 되어 보이는 아저씨였는데 제가 여자라고 아주 대놓고 무시하는 발언을 날리더군요. 운전도 제대로 못하니 하면서... 그리고 거만하게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어떠냐고 물어보지도 않고 다짜고짜 돈을 달라고 해 보험회사에 신고한다고 했더니 2만원만 달라고 하더라구요. 생각 같아선 혼줄 한번 내주고 싶었지만 저도 바쁘고 몸도 큰 충격이 없어서 그냥 2만 원 주고 보냈어요. 남자라고 큰 소리치고 하는 세상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 아닌가요?”   

이젠 우리나라에서도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증가하고 있음과 더불어 여성운전자수와 운전 실력도 날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여성 운전자들이 운전하면서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은 사고처리나 주차, 차선변경이 아니라 아직도 남성운전자들의 태도라고 하는데.
혹 남성운전자들은 남들이 자신에게 하는 양보는 당연한 것이라 여기며 주지는 않고 받고만 있는 건 아닌지. 도로에서 운전하는 여자도 집에 가면 내 아내, 내 딸이다. 
남성운전자들의 넓은 아량과 바른 운전습관으로 조금씩 양보하고 이해해주며 함께 이용하는 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여성운전자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바이다.   
김갑련리포터(ktwor0428@hanmail.net)

<TIP> 선배 여성운전자들의 한마디!
1. 규정 속도 잘 지키고 절대 서두르지 말라!
2. 차선변경 할 때 갈려면 가고 말려면 정확히 차선 유지하라!
3. 운전이 미숙 할 때는 되도록 1차선은 피하라!
4. 기본적인 기계적 지식이나 눈, 비, 안개시 주의사항도 한번쯤은 읽어두라!
5. 사고시 주위에 사람이 없을 때는 바로 차에서 내리지 말고 신고부터 하라!
6. 겁먹지 말고 당당하게 운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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