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명동에서 중앙시장을 통과해 춘천초등학교 방면을 향해 조금 내려오다 보면 시장이 끝나는 지점에서 몇 개 되지 않는 소박한 분식점들을 만난다. 이따금씩 주인아저씨가 밖으로 나와 기름에 만두를 튀기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그 고소한 소리와 냄새에 이끌려 발길이 머무를 수밖에 없는 곳. 이곳이 바로 춘천의 명물, 춘천의 추억 한 자락을 붙들고 있는 튀김만두골목이다. 별미당, 팬더하우스, 또또아, 맞은 편 슈퍼스넥까지. 서로들 전혀 연관성 없어 보이는 상호들의 나열이지만 오랜 시간 동안 춘천 튀김만두의 명맥을 이어온 역사와 전통의 분식점 타운이다.
춘천을 기억하는 사람들, 그리고 추억의 튀김만두
요즘 분식점들은 참 많이도 세련돼졌다. 강원대 인근이나 웬만한 아파트 상가 쪽만 가도 체인화된 분식점들의 컬러풀한 간판들이 눈에 들어온다. 독특한 상호와 깔끔한 인테리어는 어지간한 커피전문점은 저리 가라 식이다. 시장통 낡은 옛 풍경을 간직한 튀김만두가게들의 꾸준한 인기는 그래서 더욱 값진 의미로 다가온다.
춘천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이 맛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70년대 ‘영일당’, ‘중앙당’을 기억하는 중년 분들에게 튀김만두는 한 편의 추억이다. 당시 중앙시장에는 이런 분위기의 분식집들이 즐비했다고 한다. 세월을 넘어 그 명맥을 유지했다는 것 자체가 튀김만두의 오묘한 그 맛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 때문이지 않았을까.
“예전에 어렵게 살 땐 뭐 간식이 따로 있었나요. 애들 데리고 와서 자주 먹었죠.” 이제는 5살 손녀딸이 좋아해 가끔 같이 온다는 김남순(68) 할머니, “학교 때 친구들이랑 먹던, 여전히 바삭바삭한 그 맛이 매력이죠.” 하며 남자친구와 함께 온 이선주(22)씨까지 그야말로 남녀노소 즐겨 찾는 시대를 초월한 ‘주전부리’라 할 수 있겠다.
잊을만할 때면 생각나는 바삭하고 고소한 유혹
크지도 작지도 않은 것이 한입에 쏙 들어가는 만두. 어찌 보면 배부른 올챙이를 닮았는데 그 모양이 참 정겹다. 노릇노릇 고소한 맛. 그러고 보니 만두 속이 화려한 것도 아니다. 오랜 시간을 견뎌온 낡은 가게들의 외관만큼이나 소박하다.
“정성이 정말 많이 들어가는 만두입니다. 원재료가 다 되어있는 기계만두와는 차원이 달라요.” 별미당 전인숙(45) 사장의 말처럼 만두는 하나에서 열까지 일일이 사람 손을 거친다. 밀가루 반죽해서 만두 피 만들고, 재료 다듬고, 손질한 뒤 볶아서 속 반죽하고, 넣고, 만들고. 거기서 끝이 아니다. 1차 작업으로 찐만두, 그 다음에 튀긴다. 작은 만두 한 개를 위한 공정이 여간 복잡한 게 아니다. 오전의 튀김만두 가게들에서는 집집마다 만두 빚는 풍경이 연출된다. 그래야만 하루 동안 손님에게 내 줄 만큼의 양을 맞출 수 있다고.
“예전에 드셔보신 분들이 많이들 다시 찾아오지요. 반갑고 고맙지요.” 1974년부터 튀김만두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또또아 조진기(68), 권수남(64) 사장부부에게 튀김만두는 그들 삶의 역사이자 자식 같은 존재일 수밖에.
가게마다의 노하우로, 색깔로
네 곳의 튀김만두 집은 각각의 포지션도 정해져 있는 듯하다. 같은 튀김만두라도 전부 맛이 다르고 단골 고객들 또한 다르다고.
40년 동안 만두를 빚어온 장인의 손맛과 노부부의 정겨운 파트너십(?)을 자랑하는 또또아, 젊은 층의 취향과 입맛을 공략해 성공적인 입지를 다지고 있는 팬더하우스, 과거 전통의 별미당을 인수받아 재료를 업그레이드하고 배달서비스로 특화된 별미당, 튀김만두 외에도 다양한 분식류들 자랑하는 슈퍼스넥.
허름한 간판을 머리에 인 이 튀김만두집들에 추억 하나 가지고 있지 않은 춘천 토박이들이 있을까. 혹시 외지에서 온 새댁들이라면 일단 춘천의 고소함을 맛보자. 맛도 맛이려니와 또 하나의 춘천과의 인연이 될 테니까.
[BOX]
또또아 251-3374 팬더하우스 256-0920 별미당 254-1153 슈퍼스넥 242-2442 |
김연주 리포터 fa1003@naver.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