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공신을 찾아서- 곽현서(불곡고등학교 2학년)
중학교 전교 200등이 고등학교 전교 1등이 되기까지
초등학교때 우등생 아닌 사람이 있을까? 누구나 90점 이상에 1~2등 한번쯤은 해봤다고 말한다. 하지만 진짜 공부는 뒷심. 초등학교보다는 중학교, 중학교보다는 고등학교 성적이 좋아야 한다. 불곡고등학교 2학년 곽현서 양이 바로 그런 케이스.
초등학교 때 공부와는 거리가 먼 동네에서 가장 자유로운 아이였고 중학교 때는 수학 영어가 전교 200등대 성적으로 중하위권에 머물렀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해 전교 1등까지 올라 누구나 부러워하는 공신이 됐다. 처음부터 공부를 못했기 때문에 두려울 것이 없다는 곽 양. 부딪히고 좌절하면서 꾸준한 진화를 거듭한 너무도 인간적인 공신 곽현서 양을 만나보았다.
혼자 놀기의 달인, 과학책 읽으며 스스로 호기심 해결
“엄마가 중학교 과학 선생님이신데 초등학교 때 학원 한번 안 보내셨어요. 제 주변 거의 모든 아이들이 학원에 다니다보니 저는 같이 놀 친구도 없었어요. 동네에서 유일하게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였어요. 같이 놀고 싶어서 친구 집 초인종을 너무 자주 눌러 동네에서는 제가 기피학생 이었다니까요. 하하”
친구들이 영어와 수학학원에 다닐 때 곽 양은 누구보다 자유롭게 놀면서 책 속에 빠져들었다. 책 읽기도 자신의 관심과 흥미가 생기는 분야에만 열중했다. 미술과 음악을 좋아했고 특히 과학은 곽 양에게 가장 즐거운 놀이 같았다.
“저는 우리 아파트 정원에 어떤 곤충들이 사는지 다 알았어요. 매일 관찰하고 다녔으니까요. 개미굴이 어디 있는지 매미가 밤에는 어디서 자는지 화단에 피는 꽃 이름은 물론 꽃 피는 시기도 다 아는 유일한 아이였어요.”
순전히 혼자 놀면서 터득한 것이라고 곽 양은 말한다. 놀다가 궁금한 것이 생기면 과학책을 읽으며 해결해 나갔고 엄마와의 대화로 지식의 영역을 넓혀나갔다.
“아이들이 모르는 것을 제가 많이 알고 있었나 봐요. 수업시간에 제가 아는 것이 나오면 정말 신났거든요. 발표도 잘했어요. 어느 순간 제가 천재 같으면서 엉뚱한, 한 4차원쯤 되는 아이로 알려져 있더라고요.”
중1 첫 시험 영어수학 200등대 중반기록
곽 양이 처음 학과 공부학원을 찾은 것은 중학교 진학을 앞둔 6학년 겨울방학. 공부에 대해 처음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한 것도 그 때부터다. 종합반에 들어가기 위해 테스트를 봤는데 그만 충격적 결과를 받아들었다. 최하위반에 배정을 받게 된 것.
“공부에 관심이 별로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최하위반에 배정받고 나니까 엄마한테 창피하기도 했지만 내심 제 자신에게 실망했어요. ‘내가 이 정도 밖에 안 되는 아이였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오기가 생겼고 공부가 하고 싶어졌어요.”
학원은 매월 평가를 통해 반 편성을 하는데 곽 양은 2개월 만에 최상위반으로 뛰어 올랐다. 자존심은 회복되었고 성취의 달콤함에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것이 진짜 실력은 아니었다. 영어와 수학 등 주요과목에 기본기가 약한 탓인지 중학교 진학 이후 학교 성적은 좀처럼 나와 주지 않았던 것.
“중학교 1학년 첫 시험을 보고 정말 놀랐어요. 가장 중요한 과목인 영어와 수학 성적이 글쎄 전교에서 200등 대 중간 쯤 됐거든요. 특히 수학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70점대로 100등대를 벗어나기 힘들었고 점점 공부와는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교진학 앞두고 대입 정보 수집하며 입시이해
초등학교 때부터 꾸준히 해오던 첼로. 수학이 넘어설 수 없는 벽이라 생각하면서 곽 양은 첼로로 방향을 바꾸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수학을 피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첼로 연주를 무척 좋아해 손에서 놓지 않았어요. 중학교 이후 성적이 안 나올 때마다 ‘난 첼로가 있으니까’ 하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았죠. 지금 생각해보면 안일한 현실도피였어요. 예체능계열은 공부 안 해도 된다는 정말 웃기는 생각을 했으니까요.”
곽 양에게 기피과목이던 수학이 좋아지게 된 것은 중학교 2학년 때. 학원 수학 선생님과 친해지면서 부터다. 선생님을 통해 수학에 대한 두려움을 씻을 수 있었다고.
“수학을 잘 하고 싶었지만 성적은 안 나와 안타까운 상황이었죠. 선생님은 제가 충분히 수학을 잘 할 수 있는 아이라고 계속 말해주셨어요. 선생님께 정말 잘 보이고 싶었고 처음으로 수학을 정복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행히 성적은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어요.”
고교진학을 앞 둔 중학교 3학년말. 수시와 정시, 입학사정관제 등 곽 양은 입시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스스로 정보를 찾고 설명회를 들으며 대학 입시라는 큰 숲을 보게 된 것.
“입시에 대해 연구하고 나니 전략이 나오더라고요. 정말 공부할 일만 남았어요. 특히 수학과 영어가 안 되면 갈 대학이 없다는 현실도 깨닫게 되었죠. 시간이 많지 않았고 지금부터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가 너무도 분명해졌어요.”
고교 이후 꾸준히 상승곡선 그려 전교 1등까지
이과인 만큼 곽 양에게 가장 중요한 과목은 수학. 하지만 수학기초가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곽 양은 스스로를 진단한다. 수학은 듣는 것만으로는 안 되고 반드시 자기학습 시간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자습시간을 많이 확보했다.
“몇몇 사이트를 돌아다니면서 저한테 맞는 강좌를 알아봤어요. 다행히 귀에 쏙쏙 들어오는 강의를 찾았죠. 일주일에 이틀은 강의를 듣고 이틀은 그 과정을 복습하는 것으로 학습계획을 짰고 주말은 그 중에 어려웠던 문제와 부족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풀었어요.”
고교 진학 이후 곽 양의 수학 성적은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렸다. 고1 첫 시험에서 전교 20등에서 기말고사에서는 문·이과 통틀어 전교 1등까지 올랐다. 이후 지금까지 수학은 전교 세 번째 손가락에 전 과목 평균은 전교 1등이다.
“한 번도 공부 잘하는 아이라는 소리를 들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저는 쉽사리 좌절하지 않아요. 다른 사람의 시선도 별로 신경 안 쓰는 편이죠. 여기서 자유로운 것이 오히려 저의 경쟁력인지도 모르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지역균형 전형으로 진학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루 6시간 이상은 반드시 수면을 취한다는 곽 양은 무엇보다 몸과 마음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수험생이 지켜야할 미덕이라고 강조한다.
“시험기간에 잠을 줄여서 공부하다보면 리듬이 깨지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다보면 정작 중요한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못하게 되더라고요. 배운 내용은 주 단위로 평소에 소화해 시험기간에 문제풀이 위주로 공부하는 것이 효과적인 것 같아요.”
이춘희 리포터 chlee1218@empa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