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 전문의, 의학박사, 수필가
남호탁
“레이저 수술 되죠?”
내게 진료를 받는 분들 중 많은 분들이 던지는 질문 가운데 하나입니다. 질문을 던지는 분들의 마음이야 이해할 것도 같습니다만 레이저를 만능인 양 여기고 질문을 던지는 분들이 많다는 생각에 마음이 씁쓸한 것도 사실입니다.
물론 레이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수술도 있습니다. 하지만 치질 수술의 경우, 레이저는 그다지 큰 장점이 없고 이런 이유로 전문병원이나 대학병원의 경우에도 레이저로 수술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장점이 없음에도 굳이 레이저라는 고가의 의료장비를 사용할 이유는 없는 게 아니겠습니까?
치핵을 제거함에 있어 레이저가 되었든 전기가 되었든 매스가 되었든 차이가 없고 대부분의 병원에서 시행되는 치핵절제술 역시 매스를 이용해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두시면 도움이 될 듯합니다.
“치질수술을 받으면 배변조절이 잘 안 돼 자신도 모르게 대변이 줄줄 샌다고 하던데….”
잔뜩 걱정스런 얼굴로 이렇게 묻는 분들도 많습니다. 대변이 줄줄 샌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치질수술 후 혹여 그런 위험이 많다면 치질수술을 받기 보다는 차라리 치질을 지닌 채 살아가는 쪽이 낫지 않겠습니까?
다행히 사람의 몸은 그렇듯 허술하게 만들어져 있지 않습니다. 항문을 열고 닫는 근육을 항문괄약근이라고 하는데, 매우 정교하고 치밀하게 만들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 겹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어느 한 근육이 손상을 입었다고 해도 배변조절 이상이 생기는 경우는 좀처럼 없습니다.
항문괄약근은 내괄약근과 외괄약근으로 되어 있는데 외괄약근은 3겹으로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근육의 크기도 크기 때문에 수술을 하면서 외괄약근 전체에 손상을 입힐 위험은 거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치골직장근이라는 U자형의 근육이 직장을 둘러쌈으로써 배변기능을 보완하고 있기 때문에 여간해서 변실금은 생기지 않습니다.
물론 다발성 치루나 병변이 깊은 치루를 수술할 경우에는 항문괄약근 손상 또한 크기 때문에 가스를 참기 어렵다거나 묽은 변을 참기 어려운 경우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치루의 경우, 이런 위험은 거의 없습니다.
치질수술을 함에 있어 레이저와 매스는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에 굳이 레이저수술을 선호할 이유는 없습니다. 치질수술 후 변실금이 생기는 경우 또한 거의 없다는 것을 아시고 편안한 마음으로 수술을 받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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