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장마를 끝으로 무더위가 시작되는 여름이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식욕이 줄고 피로해 하거나, 두통이나 복통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난다. 흔히 ‘여름을 탄다’, ‘더위 먹었다’고 말하는데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증상을 주하병(注夏病)이라고 한다.동의보감에 따르면 ‘늦은 봄부터 초여름이 되면 머리가 아프고 다리가 약해지며, 입맛이 떨어지고 몸에서 열이 나는 것을 민간에서는 주하병이라 한다. 이는 음허(陰虛)에 속하며 원기(元氣)가 부족한 것이다’라고 하여 계절적인 질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여름철 질환 주하병에 대해 부산시 한의사회 정흥식 부회장(現 정흥식한의원 원장)의 도움말로 들어본다.
심장과 체내 기운 허약으로 과열이 원인
여름은 다양한 질병에 노출되기 쉬운 때다. 특히 더위에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면 주하병에 걸리기 십상이다. 더운 기운이 과다하게 체내에 파고들면 병이 생기는데 몸 안의 더운 기운을 떨어뜨리고 동시에 떨어진 기운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주하병의 흔한 증상은 머리가 아프고 다리에 힘이 없으며 입맛이 떨어지고 몸에서 열이 나게 된다. 어떤 사람은 가슴이 답답하고 현기증이 난다고 말하기도 하고 몸이 떨리면서 오한과 함께 기침을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또한 갑자기 심한 갈증을 느끼거나 하루 종일 무기력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는 더운 날씨에 우리 몸을 과로하여 원기가 부족해지고 열이 나는 것이 원인인데, 즉 기계를 너무 오래 돌리면 과열되어서 식혀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부산시 한의사회 정흥식 부회장은 “주하병은 병원의 각종 검사 상 질병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이 시기에는 심장과 체내의 기운이 허약하고 과열되어서 열이 나는 상태이므로 그냥 방치하면 또 다른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있으므로 곧바로 치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사직동에 사는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초등학생 때부터 매년 초여름 기말고사 준비를 위해 공부할 때 쯤이면 머리가 아프고 식욕이 떨어지며 전신이 무력해지고 땀이 많아지는 증상으로 고생하다가 일반 병원에서 여러 검사를 하였으나 모두 정상이었다. 그래서 주변으로부터 공부하기 싫어서 생긴 꾀병이라고 오해를 받기도 하였지만 한의원에서 주하병이라고 진단을 받아 오해를 풀 수 있었다.
특히 수험생의 경우 가장 어려운 시기가 지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어서 이 시기엔 집중력이 크게 떨어지고 피로감을 호소하게 된다. 물론 가장 큰 원인은 정신적인 스트레스이지만 갑자기 더워진 날씨 탓도 적지 않다.
손상된 기와 혈 보충해야
주하병은 외부온도 상승으로 인체가 더워지기 시작하면서 열기에 적응하지 못하여 생기는데, 인체의 기운도 몸의 겉 부분으로 떠올라 뱃속의 양기가 부족해지고 땀 등으로 인한 몸의 진액 소모로 인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노약자, 어린이, 임신부들은 더위가 시작되면서 면역이 떨어지는 즉, 원기가 약하여 열기에 적응하지 못해 나타나는 일련의 피로증후군으로 볼 수 있다.
정 부회장은 “이런 경우 미리 한의원에서 진료를 받아서 기와 혈을 보충하는 약을 먹어두면 여름나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특히 무더운 여름에 학습능률은 떨어지나 어쩔 수 없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수험생이라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조언한다.
주하병의 치료는 과로와 여름의 더운 열기에 손상된 기운을 보충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며 보음(補陰), 생진(生津)하는 약물을 처방하여 손상된 기운을 보충해주고 몸의 수액인 진액을 공급해 주어야 한다. 이와 함께 더위를 풀어주고 갈증을 멈추게 하는 한방차를 마신다면 여름나기가 훨씬 편해질 것이다.
또한 에어컨 밑에서 시원함을 즐기기보다는 등산과 가벼운 조깅을 통해서 적절히 땀을 배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면 중에는 배를 잘 덮어서 체온이 유지되도록 하며 아이스크림이나 음료수 등 차가운 음식을 피하고 따뜻한 음식을 섭취하여야 한다.
도움말: 부산시 한의사회 정흥식 부회장
김영희 리포터 lagoon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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