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醫를 만나다- 정자헌내과 정자헌 원장
류마티스 관절염, 젊다고 안심할 수 없어
‘무릎이 콕콕 쑤시는걸 보니 비가 오려나’
기상청 일기예보보다 더 정확한 우리 몸의 관절.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오는 걸 귀신같이 맞추는 관절염 환자들은 요즘같은 장마철이면 더욱 괴롭다. 장마철에 관절염 환자들의 통증이 더 심해지는 건 왜일까. 분당 야탑동 정자헌내과의 정자헌(47) 원장은 “기압이 낮은 장마에는 상대적으로 관절 내부의 기압이 팽창해 관절 주위 조직들의 활동이 왕성해진다”며 “이때 관절을 둘러싸고 있는 활액막에 분포한 신경이 자극을 받아 통증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자가면역질환인 류마티스, 나이 관계없이 발병
나이가 들면 으레 찾아오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관절염. 하지만 노화로 인한 퇴행성 관절염 외에도 염증질환의 하나인 류마티스관절염이 40대 미만의 젊은 여성들까지 위협하고 있다. 류마티스내과 전문의 정자헌 원장은 “자가면역질환인 류마티스관절염은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겨 인체 스스로 체내의 세포를 공격해 나타나는 질병”이라며 “관절염은 나이가 들어야만 나타난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마티스가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선 완벽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어요. 유전적인 이유, 환경의 변화, 바이러스에 의한 정상 면역기능의 훼손, 호르몬 과다(과소)분비로 인한 이상 현상 등으로 추정할 뿐이죠. 그래서 이 병이 났을 땐 이리저리 병원을 찾아 헤매게 되는 겁니다.”
정 원장은 류마티스는 최초 발병 후 초기 1~3년 안에 관절의 손상이 시작되기 때문에 조기에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환자와 맺은 인연 평생 가져가는 주치의
정 원장은 한양대의대 내과에서 류마티스를 전공했다. 류마티스 질환에 관해 국내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김성윤 전 한양대병원장이 그의 스승이다. 김성윤 교수가 강남 신사동에 류마티스 클리닉을 개원할 때도 참여해 6년간 몸담으며 지속적인 해외연수 등 류마티스 질환 연구를 계속해 왔다.
“류마티스는 염증을 없애고 통증을 줄이면서 면역력을 높여주는 치료와 함께 환자의 노력이 꾸준히 뒤따라야 하는 대표적인 만성질환입니다. 그래서 환자와 맺은 인연이 길게 갈 수 밖에 없어요. 친구처럼 가족처럼 주치의로 오래 보며 함께 가는 거죠.”
한양대학병원 재직시절부터 김성윤클리닉을 거쳐 지금의 정자헌내과를 개원할때까지 그를 따라 그의 환자들도 움직였다. 훈남형의 외모에 환자들의 이야기를 차분히 들어주는 따뜻함까지 갖춘 그에겐 유난히 아줌마 팬들이 많다. ‘항상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그는 매일 하루를 돌아보며 반성의 시간을 갖는다.
“혹시 소홀히 대한 환자는 없었는지, 환자에게 확인되지 않은 불필요한 정보를 전해주진 않았는지, 환자가 좌절하지 않도록 희망과 용기를 줬는지 등을 반성합니다. 특히 환자가 궁금해 하는 건 최대한 자세히 설명하려고 노력해요.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환자의 병에 관한 이야기는 물론이고 걱정이나 고민, 소소한 가정사까지 다 들어주는 일이죠.”
환자 입장 헤아리면 환자가 원하는 것 다 보여
“류마티스로 이 병원 저 병원 옮겨 다닌 환자들은 다른 병원에서는 받아주려 하지 않습니다. 대학병원에서 류마티스로 진단받은 50대 여자환자가 찾아와 진찰을 해보니 다발성 근염이었어요. 종합병원을 추천해 보내드렸지만, 일주일 후쯤 돌아가셨단 소식이 들려왔죠. 의사로써 제 사명을 다 하지 않아 벌어진 일이 아닌가 자책감이 들었습니다.”
그는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하기보다는 류마티스를 극복하기 위한 열쇠를 하나하나 찾아간다는 생각으로 환자들을 진료한다. 어머니와 아내 등 사랑하는 가족이 류마티스로 고생하는 걸 보고 전공과를 선택했다는 정 원장. 여전히 그의 가족 사랑은 남다르다.
그는 가족과 함께 떠나는 여행을 가장 큰 낙으로 꼽았다. 유학 중인 고2 큰 딸과 중2인 아들의 스케줄에 맞춰 틈틈이 가족여행을 즐긴다. 대학 동아리에서 만나 결혼한 아내와 부부 금슬 좋기로도 소문이 자자하다. 결혼 20년차가 다 되도록 여전히 그는 아내에게 ‘조인성 같은 존재’다. 아내가 그에게 가장 많이 칭찬 중 하나는 바로 ‘멋있다, 잘 생겼다’는 말이다.
“제 가족을 돌보는 마음으로 환자들을 진료합니다. 환자의 입장을 헤아리면 환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바로 보이거든요. 특히 류마티스에 대한 사회 인식이 변화할 수 있도록 의료인의 사명감을 갖고 최선의 진료를 해 나갈 것입니다.”
홍정아 리포터 tojounga@hanmail.net
류마티스 관절염 어떻게 구별할까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류마티스 관절염은 대개 관절의 통증과 뻣뻣한 강직현상으로 시작된다. 관절 통증과 후끈거림, 압통과 함께 부어오르는 증상이 대표적이다. 정자헌 원장은 “아침에 일어날 때 관절이 뻣뻣해지는 조조강직 현상으로 류마티스 관절염을 구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퇴행성 관절염의 경우 관절을 만져보면 튀어나온 것 같고 아침보다는 주로 운동한 뒤나 저녁에 통증이 심하다. 대부분 관절 사용을 줄이거나 쉬면 통증이 나아지는 것이 특징. 반면 류마티스 관절염은 피로를 쉽게 느끼고 아침에 일어나면 관절이 뻣뻣한 증상이 5분 이상 지속된다. 또 손목, 무릎 등의 관절에 대칭적으로 통증이 나타나는데 아픈 관절 부위에 열감이 있는 게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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