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텃밭, 감성 키우는 최고의 공간
최근 학교마다 ‘텃밭 만들기’ 열풍이 불고 있다. ‘아이들의 생태 감수성을 기르기 위해서는 텃밭 농사가 최고’라며 텃밭을 만드는 학교가 늘고 있는 것.
학교 텃밭은 보통 운동장 화단이나 교내 유휴지를 개간한 밭, 옥상에 만든 밭, 상자에 만든 간이 텃밭으로 나뉜다. 우리 지역에도 교내 텃밭을 가꾸는 학교가 있다. 각기 다른 모습이지만, 아이들을 위한 공간임에는 틀림없다. 아이들의 감성을 키우는 최고의 공간. 가좌초, 하늘초, 행남초의 텃밭 이야기를 소개한다.
이남숙 리포터 nabisuk@naver.com
<가좌초등학교 ‘감성 텃밭’>
“학습효과 쑥쑥, 생명의 경이로움 몸소 느껴”
가좌초등학교는 사방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어디에서든 텃밭이 내려다보인다. 물레방아와 연못이 있는 조경과도 잘 어우러져 밭이 아니라 화단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만큼 관리가 잘 되어 있다. 매일 아침 텃밭으로 출근하신다는 교장 선생님의 남다른 애정 때문인지 아이들도 텃밭을 좋아한다. 가좌초가 텃밭을 가꾼 지는 올해로 6년째다.
김명수 교장은 “가까이서 자연과 접할 수 있는 것이 텃밭의 가장 큰 장점이지요. 푸른빛이 있어 아이들 정서가 안정되고, 감성도 풍부해지죠. 교사들도 이곳에 오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합니다”라고 한다.
가촤초 텃밭에는 뿌리채소, 잎줄기채소, 약욕식물, 열매채소 등 15~20종의 농작물이 있다. 특이하게 둥글레, 마, 도라지, 더덕 등의 약욕식물이 있다. 텃밭에서 난 채소들은 학교 급식 에 사용하기도 한다.
이창혜 교사는 “우리의 먹거리를 재배하는 곳임과 동시에 아이들 학습 자료가 가득한 교재원입니다. 과학 시간에 ‘잎맥’이 나오면 바로 내려와서 눈으로 확인합니다. 다른 설명이 필요 없죠. 일 년 내내 농작물로 꽉 차 있어, 자연관찰이 자연스럽습니다. 식물도감을 만들기도 하지요”라며 텃밭 활용을 설명한다.
장동원 교사도 “우리 텃밭은 훈화 시간에 생명존중의 감성 교육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1600여명이 넘는 아이들이 열매를 따지 않고 눈으로 보는 것에 익숙해 있지요. 식물도 하나의 생명으로 받아들여 존중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라고 전한다.
<하늘초등학교 ‘나눔 텃밭’>
“텃밭에서 수확한 배추로 나눔 실천했어요.”
하늘초등학교는 작년부터 텃밭을 가꾸고 있다. 올해는 잔디밭을 개간해 텃밭 규모를 늘렸다. 박성찬 교사는 “작년에는 고구마, 배추 위주로 농사를 지었습니다. 고구마 캐기 체험도 하고, 김장 20통을 담가 불우이웃 돕기도 했습니다. 올해는 풍년이라 더 많이 나눌 수 있겠네요(웃음)”라고 한다.
올해는 교육과정에 나와 있는 다양한 농작물을 심어 학습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실제 하늘초 텃밭에는 양배추, 겨자채, 노멘, 오크, 파프리카, 부추, 쑥갓, 수박, 참외 등 80종이 넘는 농작물이 있다. 과학시간의 학습 자료로 활용하기도 하고, 인근학교 영재반 아이들이 관찰하러 오기도 한다.
학교 울타리를 삥 둘러 옥수수가 심어져 있고, 그 사이사이에 20종이 넘는 호박이 자라고 있다. 안경수 교감은 “에버랜드 할로윈 축제에서 수 십 가지가 넘는 호박을 봤어요. 우리 아이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어, 수소문 끝에 농업 진흥원에서 20종의 호박씨를 지원받았습니다”라고 설명한다. 호박 모종은 다른 학교에도 분양 했다. 목화씨도 구해서 심어 놨다. 내년에는 사탕수수를 심을 예정이다. 잘라서 먹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보여주면 좋을 거 같다는 안경수 교감의 야심찬 계획이다.
“특별한 체험이 아니더라도 관찰과 관상용으로 전시만 해도 아이들의 정서순화에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우리 텃밭에서 난 농산물을 가지고 축제를 열고 싶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콩 타작도 하고, 박타기도 하면서 ‘하늘초 신토불이 한마당 축체’를 하는 거지요(웃음).”
<행남초등학교 ‘가족농장’>
“텃밭을 가족농장으로 분양했어요.”
행남초등학교는 ‘2011학년도 경기도 학교농장 시험학교’이다. 행남초 텃밭은 ‘상자 간이 텃밭’이다. 체험활동이 없는 1~4학년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그 가족에게 분양했다. 온 가족이 가꾸는 주말 농장인 셈이다. 텃밭 규모는 130여개 정도이다. 농장 착공식 날 100여명의 학부모가 참석해 각자 원하는 모종을 심었다. 농작물을 기르고, 관리하는 것은 전적으로 학부모와 아이들의 몫이다.
진희영 교사는 “주말이면 아빠엄마와 함께 학교 농장으로 향합니다. 서로 ‘얼마만큼 자랐나’ 비교도 하고, 가족끼리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꽃도 피우지요”라고 한다.
상추, 케일, 호박, 고추 등 채소를 길러 다른 가족과 나누어 먹기도 한다. 아이들은 수시로 드나들면서 물을 준다. 관찰 학습지를 위해 꽃과 열매를 자세히 관찰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노지를 얻어서 텃밭을 운영할까 했어요. 도심 속 학교에서 밭을 일군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고민 끝에 그래도 가까이서 매일 들여다보는 것이 좋겠다 싶어 작지만 이렇게 시작하였습니다. 상자에 담긴 아주 작은 밭이지만, 학생들이 생명의 경이로움을 몸소 느끼기에는 충분합니다. 그리고 가족 간의 유대관계가 좋아지고, 아이들 인성 교육에도 도움이 됩니다.” (진희영 교사)
행남초에는 상자 텃밭 외에도 학교 주차장 쪽에 화단 텃밭이 있다. 화단을 개간해 만든 이 텃밭은 5·6학년에게 반별로 분양했다. “작년보다 잘 자라는 편입니다. 올해는 일조량이 많아선지 열매가 많이 달려 수확이 기다려진답니다.”(진희영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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