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워서 나누자”는 행복한 과학쟁이들
플라스틱 생수병에서 불길이 치솟으며 여러 가지 색으로 타올랐다. 실험을 지켜보고 서있던 과학교사들의 입에서 짧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불꽃반응의 원리를 아는 실험이에요. 알코올에 금속을 녹인 다음 불을 붙이면 금속을 구성한 원소에 따라 노랑, 빨강, 보라색이 되는 거죠.”
방금 한 실험을 두고 선생님들의 평가가 이어졌다.
“병이 너무 얇으면 안 될 것 같아. 여기가 살짝 녹았잖아.”
병은 바로 옆에 있던 음료수 병으로 교체된다.
“원액은 위험해 보이는데. 희석하는 것이 낫겠어.”
“한 사람씩 대표로 나오게 해야지 안 그러면 불나요.”
“제가 해보니 분무기를 곧바로 씻거나 전용으로 하지 않으면 굳어서 못쓰게 되더군요.”
과학교사들 모인 실험실에는 호기심이 가득
지난 10일 저녁, 무원고에서 진행된 고양시과학교사모임에 참가한 교사들은 실험 한 가지를 두고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2008년 아는 과학교사들끼리 모여 친목모임 비슷하게 시작한 것이 자리 잡기까지는 무원고등학교의 도움이 컸다. 모임이 생길 당시 무원고등학교가 과학선도학교였기 때문에, 둘레 학교의 과학교사들에게 과학교수법이나 실험 등을 보급해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임대환, 정문희 같은 초창기 교사들의 공도 컸다. 지금은 23명의 회원들이 조금 더 체계적인 지역교사모임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지금은 별다른 지원 없이 회원들의 회비로 꾸려가고 있다.
고양시과학교사모임은 매달 셋째 주 금요일마다 무원고에서 모인다. 7시 30분에서 9시까지 2시간 30분동안 서너 가지의 실험을 하고 의견을 나눈다. 학기 중에는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실험을, 방학 중에는 5일 쯤 캠프를 열어 심도 있는 실험을 한다.
실험은 물리, 화학, 생물을 골고루 다룬다. 실험은 주로 학생들하고 교실에서 간단하게 해볼 수 있는 것들로 준비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수업을 함께 만든다
발산중학교 과학교사 유영화 씨는 과학교사모임에 나온 뒤로 수업 준비에 재미를 붙였다. 이날 아이들과 함께한 수업은 암석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는 암석을 일일이 만지면서 배우게 한다. 전에는 외우라고 사진 보여주고 “화성암 퇴적암 변성암이야. 외워 알았지?”라고 말하던 그였다.
혼자는 엄두내지 못했던 실험들을, 모임에서 함께 하면서 자신감이 붙었다. 하나를 보여주어도 기뻐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잠을 아껴가며 수업 준비를 하게 된다고 고백한다.
“요즘 아이들한테 물어봐요. 재밌니? 그럼 재밌다고 크게 반응을 해요. 기쁘죠. 오늘도 새벽 네 시에 일어났어요.”
잠시 후, 질소를 이용해 얼음과자 만드는 실험이 펼쳐졌다. 그러자 곧 같은 재료로 아이스크림 만드는 정보가 오간다. 누군가는 곁에 있던 음료수를 바로 가져가 만들어 보인다. ‘20분 안에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짧은 실험’들이 여러 갈래로 가지를 치며 풍성해진다.
실험 정보에서 선배교사 조언까지
행신중학교 과학교사 박순혜 씨는 중학교 3학년을 가르치고 있다. 내년부터는 달라진 교육과정을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걱정이 많다.
“교육 과정이 바뀌어서 책이 바뀌고 있거든요. 지금 1, 2학년 가르치는 선생님들한테 조언도 듣고 어떻게 가르칠지 도움도 받고 싶어요.”
교사들은 실험에 관한 정보를 넘어 교사로서 필요한 조언들을 얻어가기도 한다.
“열심히 하는 분들이 많으니까 거기에 자극을 받아서 나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엄마들 모임처럼 수다도 떨면서 친목 도모도 하고. 올해에는 조금 더 체계화해서 책자를 만들어 볼 계획도 세우고 있어요.”
풍동중학교 과학교사 손민희 씨의 말이다.
과학교사모임은 교사로서 자신을 끝없이 ‘업데이트’시키는 자리이기도 하다. 비싼 장비를 사놓기만 하고 활용하지 못했던 MBL 실험 도구의 경우, 각자 학교에 있는 장비를 모아 함께 맞대고 연구하면서 활용법을 배웠다. 수업시간에 해볼 수 있는 실험도 함께 찾았다. 알콜램프를 켜고 한시간 내 물 끓는 것을 실험했던 것은 옛말, 이제는 5분도 안돼서 끓는 과정까지 다 보여줄 수 있게 됐다. 혼자 했다면 시도하기 어려웠던 일이다.
나눔을 좋아하는 과학 교사들
고양시과학교사모임은 올해 고양시교육청에 등록했다. 앞으로 의정부 쪽과 연계 해 교류할 계획도 갖고 있다. 무원고 과학교사 강정호 씨는 과학 동아리 학생들과 지역아동센터에 봉사활동을 나가기도 한다. 학교에서 과학축제를 열면 회원들은 방문해서 진행을 도와준다.
강 교사는 올 해에 무원고 내 특수학급 학생들과 함께 과학실험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생각보다 호응이 좋았다. 관심 있는 학교에는 직접 찾아갈 계획도 있다. 아는 것을 한 가지라도 더 알려주려고 하는 사람들. 고양시과학교사모임에 속한 교사들은 ‘나눔’에 적극적인 사람들이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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