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장애 치유, 아이들 스스로 자기변화를 할 수 있도록 도와야
「아이들이 겪는 ‘마음의 병’이 심각한 수준이다. 사회성에 문제가 있어 치료가 필요한 경증 자폐인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초등학생이 2.64%에 달한다고 한다. 미국 예일대 의대 소아정신과 김영신 교수와 모 사회성발달연구소가 경기도 고양시의 초등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 유병률(有病率)을 전수(全數)조사한 결과다. 정신과 분야에서의 전수조사는 세계 최초인데다 국내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 유병률 조사가 이뤄진 것 또한 처음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이번 조사 결과는 어린이 40명 중 1명이 겪을 정도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바로 우리 주변의 일이란 사실을 일깨운다.」
최근 모 일간지에 보도된 바와 같이 정서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다. 대화동에 위치한 ‘사회성 교실’은 바로 이런 정서장애를 안은 아이들(7세~고등학교 2학년 대상)을 위한 개선 프로그램을 운영, 아이들 스스로 자기변화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사회성강화는 교육이나 치료 개념이 아닌 ‘프로그램’
‘사회성교실’ 박은희 선생은 정신의료사회복지사로, 10여 년 병원에 근무하면서 경험한 다양한 임상사례를 통해 장애와 일반인의 경계선에 있는 아이들을 위한 개선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한다. 1997년 시작한 ‘사회성강화교실’은 바로 이런 필요성에 의해 시작된 프로그램으로, 그 이론적 배경은 ‘마음이론’과 ‘정서적, 합리적 치료이론’이다. 쉽게 말해 해야 되는 것보다 하고 싶은 일들을 하도록 돕는 것, 즉 뇌에 인지시키는 것이 아니라 머리(마음)에 호소해 언어와 행동을 수정할 수 있도록 돕는 개선 프로그램이 ‘사회성 교실’의 역할이다. 예를 들면 욕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욕을 하니까 기분이 나빠진다. 그러니까 욕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스스로 느끼게 해 언어와 행동을 수정하도록 돕는다.
“물론 사례마다 다 다르고, 한마디로 어떤 것이 개선효과가 있다 없다 단정 짓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경계선에 있는 아이들, 또는 경미한 정서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치료 차원에서 먼저 접근하면, 단기적으로 눈에 드러나는 효과는 있을지 모르나 어쩌면 아이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거나 평생 약물에 의존해야 하는 폐단이 생길 수 있다”는 박 선생.그가 강조하는 것은 “사회성교실은 교육이나 치료 개념이 아닌 프로그램”이라는 것. 아이를 바꾸려고 하는 노력이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자기 발전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자존감 회복 프로그램’이라고 말한다. 즉 사회성교실은 자기 안의 좋은 점이 자신의 단점을 감싸 안도록 도와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목적이다.
사회성은 사교성과 달라, 때와 장소에 따라 알맞은 행동과 말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박은희 선생의 ‘사회성교실’은 10여 년 넘게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아이는 물론 그 부모, 또 정신과 의사와 여타 치료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개선 효과가 높은 프로그램으로 인정받아왔다. 이곳 사회성프로그램은 1) 마음읽기, 2) 상대방 행동 예측하기, 3) 내 마음 챙기기. 4) 생각하는 과정을 익히는 요리실습, 5) 심리미술과 문예요법(정신치료에서 쓰는 요법으로 예를 들면 스토리텔링이나 독서요법 등도 문예요법의 한 부분이다), 6) 국내외 현장학습, 7) 진로지도로 진행된다.
특히 국내외 현장학습은 언제 어느 때 돌발행동을 할 지 모르는 정서장애아들과 미술관 음악회, 체험관 등의 견학, 농장실습 등 야외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 사회적응을 돕는다. 또 올 초 처음으로 상당한 위험부담을 무릎 쓰고 감행한(?) 바르셀로나, 니스 등을 둘러본 해외현장학습은 아이들에게 큰 자신감을 불어넣어줘 많은 학부모들이 차기 해외현장학습을 학수고대하고 있을 정도. 또 한 가지, 진로지도로 진행하고 있는 제과제빵사 수업은 2명이 이미 중학교 3학년 때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필기합격자는 5명이나 된다. 박 선생은 “학생들의 어려워하는 것은 실기보다 이론이다. 일반학생들의 몇 배의 어려움을 이겨낸 것은 물론 아이들이 무엇을 어려워하는지 알기 위해 어머니들이 그 과정을 선행하는 등 부모가 함께 노력해 이뤄낸 결과”라고 한다.
어머니들이 아이의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는 ‘어머니교육’도 진행
박은희 선생은 “상담을 하다보면 아이보다 어머니나 부모의 교육이 먼저 이뤄져야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들 뿐 아니라 어머니들이 아이의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는 ‘어머니교육’도 진행한다. 사실 아동사회성강화교실은 더러 있지만 어머니교육을 여는 곳은 드물다. 하지만 부모와 가족이 적절히 적응하고 정신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성공적인 장애 개선에 필수조건이다. 특히 가정 중심축인 엄마교육은 남편과 다른 자녀와의 관계까지 건강하게 만들고 자존감을 갖게 해 결국 문제를 가진 아동을 전력으로 도와줄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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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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