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소방서 119구조대 정재훈 소방장, 허주웅 소방교
다양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도시 한복판, 일산소방서 119구조대 상황실은 늘 긴장상태다. 일산에서 일어나는 위험한 사고현장의 해결사로, 어떤 상황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는 119 구조대원들. 불길이 번지면서 유독가스가 순식간에 빌딩 전체로 퍼지는 상황, 한치 앞도 안 보이는 연기 속에 몸을 던져야 하는 일촉즉발의 순간부터, 강아지가 엘리베이터에 갇혀있다는 구조요청까지....일산의 평화는 어쩌면 그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인지 모른다. 그들 중에서도 정재훈 소방장과 허주웅 소방교는 강한 정신력과 체력으로 무장된 최강 구조대원들. 위험한 사고현장에선 목숨도 걸어야 하는 상황이 다반사, 서로를 신뢰하지 않으면 둘 다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오랫동안 일산소방서에서 함께 근무해온 이들은 서로를 “1분 1초 급박하게 상황판단을 해야 하는 사건현장에서 말이 필요 없는 최고의 파트너”라 부른다.
명절도, 가족의 기념일도 챙기지 못하지만 귀한 생명을 구하는 직업, 자랑스럽다
정재훈 소방장과 허주웅 소방교는 이미 유명인사(?)다. 2009년 한 케이블 TV에서 방송된 ‘Heroes''란 프로그램에서 그들의 파란만장한 구조일지가 방영됐기 때문. 방송 당시 정재훈 소방장, 정세종 소방장, 허주웅 소방사(현재는 소방교로 진급), 백성원 소방사가 한 팀이던 일산 구조대 4인방. 그 중에서 정세종 소방장과 백성원 소방사는 각각 고양과 파주소방서로 근무지가 바뀌었고 정재훈 소방장과 허주웅 소방교는 변함없이 일산구조대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상황실의 긴장은 여전하고, 3팀 3교대로 돌아가는 구조대의 일상도 긴장의 연속이다. 명절이나 결혼기념일, 아이의 생일도 거의 챙기지 못하지만 “남을 돕고 귀한 생명을 구하는 직업이 보람되고 자랑스럽다”고 입을 모으는 정재훈 소방장과 허주웅 소방교. 정재훈 소방장은 소방관련학과를 졸업하고 전문자격을 취득한 반면, 허주웅 소방교는 군 특수부대 출신으로 특별채용을 통해 구조대원이 됐다. 구조대원이 된 과정은 다르지만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은 쌍벽을 이룰 정도로 자부심이 대단하다.
“직업의 특성상 크리스마스나 어린이날 등 가족과 함께 보내야 하는 날, 비상근무를 해야 하는 가장이지만 아내와 아이들이 나의 직업을 이해해주고 자랑스러워 해주는 것이 가장 큰 힘이 된다”는 정 소방장. 그는 말보다 행동으로 먼저 솔선수범하는 리더다. 또 호리호리한 체구에 여려 보이는 외모의 허 소방교는 2006년 도 대표 최강소방관으로 선발됐을 정도로 강철 체력을 자랑하는 최강 구조대원. 정 소방장은 “도내 35개 소방서에서 1~2명씩 선발된 대원 들 중 최종 5명이 도 대표로 선발되는데 그 중에 허주웅 소방교가 선발됐다”고 귀뜸한다. 최강소방관 선발은 10kg 해머를 50회 치기, 82.8㎏ 호스 끌기, 25kg 마네킹 업고 뛰기 등 단계별로 초인적인 힘과 스피드를 요구하는 경기로 진행된다. 그야말로 최강 중의 최강을 선발하는 대회, 이쯤 되면 허주웅 소방교의 체력은 자타가 공인한 셈.
체력단련을 위해 그는 5km의 출근길도 승용차 대신 마라톤을 즐긴다. 정 소방장은 “순발력과 판단력, 체력단련을 위해 자기계발을 늦추지 않는 후배가 자랑스럽다”고 추켜세운다. 이에 허 소방교는 “체력에 관한 한 선배도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 분”이라며 정 소방장은 철인3종 등을 즐기는 스포츠마니아라고 한다. 구조대원으로서 필요에 의해 심해잠수, 수상인명구조, 보트조정면허 등 다양한 자격증을 갖고 있는 정 소방장은 얼마 전 일본지진현장의 구조대원으로 파견됐을 정도로 체력 단단한 베테랑으로 타의 모범이 되고 있다.
힘든 현장 함께 한 형제 이상의 동지애로 팀워크 No.1!!
아무리 체력 강한 정예 구조대원이라고 해도 그들도 위험한 상황에 빠질 때가 많다. 사고현장은 1분 1초 상황판단이 조금만 늦어져도 구조대원들의 목숨도 보장할 수 없는 급박한 상황에 빠지기도 한다. “사건현장에선 경험이나 경력은 필요치 않아요. 늘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죠. 특히 화재현장의 검은 연기는 여전히 공포의 대상입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칠흑의 어두움, 정말 무서워요.” 베테랑 구조대원인 정 소방장에게도 검은 연기는 공포 그 자체란다. 그 두려움을 극복하고 위험에 빠진 생명을 구조하는 일, 용기와는 또 다른 차원의 희생정신이 아니면 불가능 할 터.
“가장 기억에 남는, 잊을 수 없는 현장이 있느냐?”고 허 소방교에게 물었다. “글쎄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현장은 없어요. 아니 기억하지 않으려고 하는 지도 모르죠. 아무리 강한 사람도 끔찍한 사고를 겪거나 현장을 직접 보게 되면 ‘외상 후 스트레스’라는 걸 겪게 되지요. 그래서 일부러 빨리 잊으려고 노력합니다. 빨리 잊어야 다시 사고현장에 씩씩하게 구조를 나갈 수 있거든요. (웃음)” 깊이 생각하지 않고 내뱉은 질문이 부끄러워지는 대답, 그들이 겪는 애환이 가슴에 와 닿는다.
언제 어느 때 돌발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 사고현장, 그런 만큼 서로에 대한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재훈 소방장과 허주웅 소방교는 오랫동안 함께 근무하면서 형제 이상의 진한 동지애로 뭉친 사이. “근무시간이 일정치 않은 일의 특성상 학교 때 친구들을 만나기 어렵기 때문에 직장동료가 친구나 다름없다”고 한다. 함께 하는 시간이 많다보니 상사, 선후배의 관계보다 친동기간 같은 유대감을 느낀다는 그들. “그러다 보니 서로 말하지 않아도 척 하면 그 다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정도”라고 한다. 허 소방교는 현장에 나가면 팀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해 정 소방장과는 기계가 톱니바퀴 돌아가듯 말이 필요 없는 관계란다.
“남들과 다른 라이프 싸이클, 늘 위험한 현장 등 쉽지 않은 일이지만 아이가 하고 싶다면 구조대원이 되는 것 말리지 않겠다”는 정 소방장, 2학년, 4학년, 6학년 2남 1녀의 자녀들 중 막내가 성격도 활발하고 대범해 구조대원 아주 잘 할 것 같단다. 허 소방교도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해 동생에게도 적극 추천, 동생은 대전 소방서에 근무하고 있다고.
자신의 일에 뜨거운 열정으로 혼신을 다하는 그들, 요란하게 울리는 출동 사이렌에 또 다시 현장으로 달려 나가는 그들의 이름은 Heroes, 그들이 지켜주는 이 도시의 평화가 참 감사하다.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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