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칼럼

내 아이 물사마귀, 치료할까? 놔둘까?

지역내일 2011-06-27

백산한의원 허종찬 원장 

더운 여름이다. 노출의 계절이기도 하다. 피부에 생긴 작은 트러블 하나도 신경 쓰이는 계절이다. 더구나 전염성 피부질환을 가진 사람에게는 매우 피곤한 계절이다.
어느 날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온 엄마와 아이.. 아이의 온몸에는 좁쌀만한 구진이 잔뜩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몸 전체가 온통 물사마귀 이었다. 발끈하는 마음에 엄마에게 지금까지 뭘하고 있었느냐고 따졌다. 이놈의 성질좀 죽여야 하는데... 사실 안타까운 마음은 저보다도 엄마가 훨씬 클 거라는 걸, 엄마의 마음이 훨씬 아플거란걸 알면서도  아이의 상태를 보는 순간 아이만 마음에 들어왔던 거다. 엄마의 얘길 들어보니 처음 등에 한두 개 생겼고 주변 어르신들의 말씀이 “놔두면 없어져”라는 말에 방치하다가 주변으로 조금씩 늘어나서 소아과에서 긁어내고 연고를 발랐는데도  좌악 퍼졌다고 한다.
물사마귀는 왜 생길까? 물사마귀는 물사마귀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생기는 질환이다. 물사마귀 바이러스는 감기 바이러스처럼 우리 몸의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경우 우리 몸에 침범한다. 특히 2세~7세의 소아에게서 흔하게 발생하고,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산모나 심한 과로 후의 성인에게서도 발생한다.  물론 감기처럼 전염성도 가지고 있다.  이 바이러스의 특징은 잠복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보통 2주 ~ 2개월 정도이다. 간혹 치료 중에도 주변으로 번지는 것을 볼 수 있는 것은 잠복기로 인한 것으로 생각된다. 물사마귀는 독특한 형태로 쉽게 진단할 수 있다. 물사마귀는 살색이나 붉은 물집 같은 것이 좁쌀만 하게 솟는데 물집의 봉우리가 배꼽처럼 움푹 들어가 있다. 물사마귀를 짜면 물같은 분비물이나 크림 같은 분비물 혹은 굳어져서 딱딱한 것이 배출된다.
물사마귀는 내버려 두면 나을까? 대답은 ‘낫기도 한다’ 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물사마귀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생기는 질환이다. 일시적 면역력 저하에 의해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더라도 면역력이 회복 된다면 저절로 나을 수 있다.  이런 기간을 교과서에는 보통 6개월 정도로 이야기 한다.  감기가 1주일인데 물사마귀 바이러스는 6개월이라니 어쨌든  꽤 질기다. 만일 면역력이 계속 저하되었거나 들쭉날쭉 하다면 이 기간은 비약적으로 늘어난다. 임상에서 1년, 2년 된 물사마귀를 흔하게 만나곤 한다.
그렇다면  물사마귀는 그냥 방치해야 할까? 대답은 ‘아니다’이다. 물사마귀는 아이들에게서 흔하게 생기고 아이들의 특성상 자꾸 만지고 긁고 한다. 더군다나 가려움을 증상으로 하는 물사마귀도 있고, 아토피 등을 가진 아이는 더욱 더 긁어 댄다. 문제는 이런 상황은 피부에 상처가 생기기 쉽고, 상처로 인한 2차감염이나 흉터의 원인이 된다.  물사마귀는 앞서 설명했듯이 전염성 질환이다. 아이들 놀이방 어린이집 유치원등에서 쉽게 옮기고, 수영장 목욕탕에서도 잘 감염된다. 내 아이가 소중한 만큼 다른 아이들을 배려한다면 물사마귀가 있었을 때는 공중목욕탕이나 수영장 출입은 삼가야 할 것이고, 가급적 빨리 치료해야 다른 아이가 같은 질환으로 고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조기에 치료해 주는 것이 내 아이에게도 좋고, 다른 아이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소리다.
바이러스의 치료는 쉽지 않다. 바이러스 치료제로 잘 알려진 타미플루 조차도 바이러스를 사멸시키는 약이 아닌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는 약이다. 하지만 인체의 면역계는 바이러스를 직접 공격하는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다. 이 시스템에 결함이 생기면 사마귀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이고, 이 시스템을 잘 복구하거나 업그레이드 한다면 침범한 사마귀 바이러스를 몰아낼 수 있다. 결론은 면역력의 회복 및 극대화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의학에서는 전신면역과 부분면역의 회복 및 극대화를 위해 면역한약, 면역약침, 피부재생 광선요법, 가정요법  등을 이용하고 있다. 바로 우리 몸속에 있는 최상의 방어 무기인 면역력을 회복 증대시켜서 스스로 질병에서 벗어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것이 물사마귀를 이기는 유일한 방법이자 최선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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