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시봉 열풍이 뜨겁다. 아이돌 문화가 넘쳐나는 요즘 윤형주, 김세환, 송창식, 조영남 등 세시봉 친구들이 몇 십 년 만에 화제의 중심이 됐다. 중장년층 문화에 큰 바람이 일으키고 있는 이들. 이들의 활약은 대단하다. 세시봉 콘서트가 가는 곳마다 매진 행진을 이어가고, 대중문화에서 다소 소외됐던 중장년층들이 다시 추억의 문화 속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이들의 문화는 젊은 세대에게도 새로운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 중장년층의 문화를 함께 즐기려는 젊은 층도 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7080 카페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편안한 분위기, 귀에 익숙한 음악에 이끌려 찾아가게 되는 7080카페. 갈 곳이 마땅치 않은 40~50대에게 편안한 안식처와 같은 곳이다.
1만장 LP판이 있는 ‘딱정벌레’
‘Welcome to the hotel california~~~’ 방이동 먹자골목에 위치한 LP 뮤직바 ‘딱정벌레’에 들어서자 1970년대 발표, 세계적 명작이 된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 선율이 손님을 맞는다. 이곳은 ‘딱정벌레’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듯 ‘비틀즈’ 시대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뮤직바이다. 은은한 분위기 속 1만장의 LP판이 눈앞에 펼쳐진다. 한 쪽에는 전자바이올린, 클래식기타 등 라이브를 위한 악기와 공간도 마련돼 있다.
2009년에 오픈한 이곳은 7080 세대들을 추억과 낭만 속으로 데려다주는 타임머신이다. 옛날 음악다방이나 음악감상실에서 노래를 신청하면 신청곡과 사연을 들려주는 ‘노래 신청 메모지’시스템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이 노래를 DJ가 알까?’ ‘과연 이 곡도 판이 있을까’라는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80년대부터 DJ로 명성을 떨친 이곳 대표 성명진 씨는 신청곡이 수록된 LP를 단숨에 찾아 들려주는 해박한 지식의 소유자. 성씨는 한 곡을 신정하면 그 곡의 원곡부터 번안곡, 관련곡 등을 쭉 찾아 들려주는 센스쟁이기도 하다. 곡에 따라 영상을 함께 볼 수 있는 것도 매력적이다. 가요 음반도 많지만 특히 팝송은 없는 노래가 없을 정도로 많은 음반을 갖추고 있으며, 마니아들만 즐기는 희귀음반도 많이 소유하고 있다.
이곳의 피크타임은 저녁 9시 전후. 성명진씨는 “70~80년대 정통음악다방의 방송진행을 그대로 하고 있는데 9시가 지나면 그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한다”고 한다.
현직음악가와 직장인밴드가 함께 하는 작은 음악회도 정기적으로 열린다. 운이 좋으면 이곳을 찾은 전문가의 노래와 연주를 듣는 행운도 얻을 수 있다.
한 번 들른 후 단골이 되었다는 김성태(50·잠실동)씨는 “이곳에 오면 내가 원하는 익숙한 음악을 얼마든지 들을 수 있어 마음이 편하다”며 “가사를 알아들을 수도 없는 요즘 노래에 비해 옛날 노래는 심오한 뜻과 인생철학이 담겨있어 그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고 말했다.
우연히 이곳을 방문한 박수정(45·대치동)씨는 “옛 음악을 들으며 저절로 추억에 잠기게 되는 그런 분위기”라며 “요즘은 친한 엄마들과 저녁에 만나는 시간을 갖기도 하는데 꼭 한번 함께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이라고 말했다. 또 “며칠 전 낮에 음악카페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때와는 또 다른 분위기로 추억을 되새기게 한다”고 덧붙였다.
이곳의 주 고객층은 40~50대. 하지만 세시봉 열풍이 분 이후 20~30대 고객도 꾸준히 늘고 있다. (02)2202-8090
배호를 기억한다면 ‘배호 라이브 카페’
거여동에 위치한 배호라이브카페는 간판, 입구, 실내 모두가 배호에 관한 모든 것으로 채워져 있다. 길을 지나가던 젊은 사람들은 간판에 걸린 사진과 이름을 보며 ‘배호가 누구냐’고 하겠지만, 60년대를 살았던 사람이라면 배호를 만나기 위해 선뜻 이곳 문을 열게 된다.
‘돌아가는 삼각지’ ‘안개 낀 장충단 공원’ 등 불후의 명곡을 남기고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배호를 기억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모여 ‘배호를 기념하는 전국모임’(www.baehofan.com, 이하 배기모)을 결성했고, 그 모임은 배호 라이브카페를 낳았다.
2005년 500여명이던 송파구의 배기모 회원은 2010년 1000명을 넘어섰다. 배호라이브카페에서 정기모임과 ‘배호 모창대회’등의 행사가 개최됐다. 이곳 대표는 “회원이 많아지면서 모임을 하기가 힘들어졌다”며 “때마침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자연스럽게 그 활동이 온라인으로 넘어가게 됐다”고 설명한다.
66m²(약20평)에 테이블이 7개 놓인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이곳은 배호음악을 사랑하고 또 직접 배호노래를 부르려는 사람들로 늘 북적인다. 노래를 직접 부를 수 있는 것이 이곳 라이브카페의 특징. 배호의 음악을 직접 들었던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이곳의 주 고객 연령대는 50~60대. 하지만 30~40대의 젊은 배호 마니아들도 이곳을 많이 찾고 있다. 손님의 약 70%는 배기모 회원이거나 단골들.
황진욱(56·방이동)씨는 “배호 노래를 워낙 좋아하기도 하지만, 이곳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집사람이나 친구들과 가끔 들른다”며 “배호의 음악과 이곳 분위기가 옛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고 말했다. (02)430-9595
박지윤 리포터 dddod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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