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글로벌빌리지 영어벼룩시장

“영어로 물건을 사고파는 재미, 즐거워요!”

행사 수익금 전액은 부산진구 관내 독거노인돕기 성금으로 기탁해

지역내일 2011-05-20 (수정 2011-05-20 오전 8:29:41)

어느 웹툰 작가는 판도라의 상자에서 ''English''가 튀어나오는 장면을 그려 웃음을 줬다. 영어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메시지. 모두들 공감할만한 내용이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리포터 역시 한 달에 적잖은 교육비를 영어에 할애하고 있지만 아이의 영어 수준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부산글로벌빌리지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조금씩 활용하고 있다. 이번에 참가한 행사는 ‘제2회 부산글로벌빌리지 영어벼룩시장’이었다.


부산글로벌빌리지 영어벼룩시장


영어로 물건을 사고파는 이색 체험

영어벼룩시장은 학부모와 함께 판매자로 등록한 학생들이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학용품, 의류, 장난감, 도서류 등을 가지고 나와 영어로 말하며 물건을 사고파는 이색 체험이다.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 거래에 필요한 간단한 영어 문장과 단어를 소개한 자료도 배치되어 있었다.
영어벼룩시장은 일반적인 벼룩시장과 달리 미리 환전소에서 ‘BGV달러’라는 모의 지폐로 바꿔 사용했다. 1BGV달러는 우리 돈으로 100원. 배정받은 자리에 돗자리를 펴고 물건들을 진열하자마자 5달러에 팔려나간 물건은 샤워젤. 첫 판매가 예상 외로 쉬웠기 때문에 잘 팔아보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러나 열심히 영어를 써가며 물품 판매에 열을 올려야 하는 딸아이는 정작 먼 산만 쳐다보며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게 문제. 쑥스럽다나 뭐라나. 판매 금액의 일부를 주겠다는 딜을 하자 마지못한 듯 정말이지 간단한 영어 몇 마디로 입을 뗐다.


환전소에서도 영어만 가능해 대략 남감했다


딱딱한 영어 공부가 아닌 생활 영어라 재밌어 해

가져간 물건도 부실하지, 아이는 비협조적이지 난감한 우리와 달리 옆 자리는 박수까지 쳐가며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옆 자리 아이들은 연지초등학교 5학년이라고 소개했다. 장의주, 고수민 학생은 부산글로벌빌리지에서 방과후수업을 받고 있어 벼룩시장에 참가하게 됐다고 했다. 원플러스원, 디스카운트라며 사람들을 불러 모은 이승엽 학생은 “처음 물건을 팔아봤어요. 무척 재밌는데 영어를 잘 사용하지 못해 물건을 제대로 못 사고 돌아가는 친구들이 있어 안타까워요”라며 영어를 많이 쓰게 되어서 좋다고 말했다.
다들 생각보다 훨씬 재밌어 했는데 특히 신이 난 사람은 같이 간 조카였다. 행사장을 둘러보면서 원하는 물건을 잘도 사 왔다. 특히 20달러로 내놓은 동물게임세트를 흥정해 10달러에 득템. 시장에서 만난 친구가 거저 준 만화책은 5달러에 다시 되파는 등 장사에 뛰어난(?) 수완을 보였다. 그러나 가지고 있던 돈을 아낌없이 물건을 사는 통에 다른 가게의 단골로 등극, 결국은 본전이었다.
3시간이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이·어른 모두 유쾌한 경험이었다. 평소와 달리 과묵해서 속을 타게 만들었던 딸아이도 나름의 재미는 있었는지 “이제 벼룩시장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이 온다”며 “다음에도 참가하자”는 때늦은 기특함을 보였다. 딸아, 영어 수업 받는다고 수고하는데 본전은 뽑자.


적극적인 판매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던 연지초등학교 아이들


행사 수익금 전액은 부산진구 관내 독거노인돕기 성금으로 기탁

이번 행사에서는 판매자들이 벌어들인 돈에서 10퍼센트를 수익금으로 제한 나머지 금액을 다시 현금으로 환전해 갈 수 있었다. 행사의 수익금 전액은 부산진구 관내 독거노인돕기 성금으로 기탁하며 판매를 하고 남은 유아용 의류도 모두 관내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기부될 예정이다.
주최측은 이날 행사에 판매자는 100여 팀이 참가했으며, 물품은 3500여점 거래됐고 총 1200여명이 참여했다. 부산글로벌빌리지 기획마케팅팀의 성정한 과장은 “원래는 1년에 한 번씩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 올 하반기에도 한 번 더 개최할 예정이다. 더 많은 판매 참가자 신청을 통해 판매 물품 다양화와 꾸준한 홍보를 통한 참가인원 확대로 지역을 대표하는 벼룩시장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판매를 마치고 번 돈을 세어보니 120달러가 조금 넘었다. 그 중 도넛 구매에 20달러를 쓰고 난 100달러 정도를 환전, 수익금의 10퍼센트를 제하고 9100원을 돌려받았다. 서로가 필요한 물건을 사고팔면서 좋은 일에도 힘을 보태는 영어벼룩시장, 참으로 즐거운 경험이었다.
영어 공부도 좋지만 영어도 결국 소통을 위한 언어다. 생활 속에서 직접 영어를 사용하며 재밌어하는 모습을 보니 우리 아이들이 또 조금 자란 것 같아 뿌듯했다.




이수정리포터 cccc09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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