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자매와 아이들의 중국 여행기

니하오, 베이징!

지역내일 2011-06-24 (수정 2011-06-24 오전 9:42:52)

해외로 떠나고 싶어 들썩거린 건 3월 중순 경. 몇몇 모임에서 흘러나왔던 여행 계획이 무산되면서 미련이 남았던 것이다. 결국은 참지 못하고 여행의 베프 동생에게 손을 내밀었다. 알뜰살뜰 돈을 모아 매년 여행을 떠나는 동생은 이리저리 계산하더니 쿨하게 고~.
장소를 물색하던 중 일본에서 사고가 났고 바다와 섬을 피하다 보니 대륙으로 눈을 돌려 북경을 택하게 됐다. 짧은 비행시간에 특급 호텔이 특가인 것도 구미가 당겼지만 무엇보다 만리장성은 일생에 꼭 한 번 가봐야 후회 없을 여행지라는 점이 매력으로 다가왔다. 


끝없이 펼쳐지는 만리장성


‘차이나’는 ‘차이 난다’로 생각하면 돼

북경의 기상악화로 예정 시각을 2시간이나 훌쩍 넘겨 도착한 우리는 식당부터 찾았다. 유명한 북경오리로 배를 채운 뒤 늦었지만 일정이 짜여져 있는 터라 번화가인 ‘왕부정 거리’를 구경했다. 땅이 커서일까? 거리 역시 널찍해 다니기 좋았다. 한 시간 남짓 걸은 뒤 피로를 호소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숙소로 돌아왔다. 북경에서의 첫날밤은 설렘과 기대로 잠시 뒤척였더랬다.
이튿날 이른 조식을 먹고는 바로 천안문으로 향했다. 가이드는 중국과 우리나라는 거리만 가까울 뿐 상당한 문화 차이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국인의 성격은 ‘빨리빨리’, 중국인은 ‘만만디(느릿느릿하다는 뜻의 중국어)’로 함축할 수 있다고. 특히 이해불가에 심지어 아주 위험해 보이는 것은 신호등 문화였다. 건널목에서 사람들이 다 건너지도 않았는데 차들은 지나가기 일쑤였고 그걸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피해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기가 찼다.
가이드는 “이해 안되는 것을 두고 왜 그럴까 생각하면 머리만 아프다. 그냥 ‘중국이기 때문이다’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차이나’는 ‘차이 난다’라고 받아넘기시라”는 통쾌한 해법을 제시했다. 이후로 일행들은 상식선에서 이해 안되는 것을 접할 때마다 ‘중국이니까’로 바로 바꿔 생각했다.
넓디넓은 천안문 광장을 통과해 자금성으로 들어가는 순간 입이 쩌억~벌어졌다. 그 엄청난 규모하며 화려한 색채까지. 웅장함에 압도돼 일행 모두 중국을 왜 대국이라고 하는지 알겠다며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8백 여 개의 건축물과 9천 여 개의 방이 있는 자금성. 명과 청나라 때 500여 년간 24명의 황제가 살았던 궁전의 아주 일부분만을 둘러보는데도 꼬박 2시간을 걷는데 제일 부러운 사람은 유모차를 탄 다섯 살짜리 조카였다.
오후에는 수도박물관에 들렀다가 북경이 자랑하는 ‘금면왕조 쇼’를 보러 갔다. 꽤 볼만하다는 정보를 들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사람의 몸이 어떻게 저런 곡선을 그릴 수 있나 싶을 정도의 곡예도 대단했고 현란한 볼거리, 폭포수가 쏟아지는 대작에 다들 찬사를 보냈다. 그래도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중국이니까.


이화원의 인공호수와 인공산


만리장성,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장대함

셋째 날은 인류최대의 토목공사유적지인 ‘만리장성’을 방문하는 일정이었다. 북경 시내를 벗어나 30분쯤 달렸을까? 산에 다다르니 어느덧 만리장성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성벽. 대.단.했.다.
많은 사람들이 성을 오르는 모습을 뒤로 하고 케이블카를 탔다. 편하기는 했지만 어차피 가장 높은 곳까지는 내려서 걸어야했다. 땡볕에 수많은 인파 사이로 힘겹게 비탈진 길에 올랐다. 간간히 서서 굽이굽이 이어지는 성을 보며 엄청난 프로젝트에 동원돼 묵묵히 성을 쌓다 생을 마감한 이름 모를 선인들을 상상했다. 그들 덕에 세계 곳곳에서 성을 보겠다고 수천km를 날아오는 것이다.
만리장성을 보고 있는 아이들에게 소감을 물었더니 “참 길~~다”는 답만 돌아왔다. 하긴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직접 보고 있어도 믿기지 않는 건축물에는 어떠한 미사여구도 갖다 댈 게 아니었다. 그저 한 눈에 담기지도 않는 그 성을 하염없이 바라 봤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전 세계에서 만리장성 전 구간을 걷는 사람들이 있는데 바로 한국인이라는 거.


8백 여 개의 건축물과 9천 여 개의 방이 있는 자금성


인공호수와 인공 산 아름다운 별장, 이화원

마지막 밤은 춘휘원의 온천욕으로 피로를 풀었다. 다음날 끝으로 중국 왕실의 별장, 서태후의 별장으로 불리던 ‘이화원’에 들렀다. 입구를 지나자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광경에 다들 감탄을 금치 못했다. 놀라운 건 바다같이 넓은 호수가 사람의 힘으로 파낸 인공 호수라는 것. 호수를 팔 때 나온 흙으로 60m 높이의 인공 산을?쌓았다는 것. 누군가의 입에서 나온 “권력이 좋긴 좋구나. 땅을 파라고 하니 땅을 파고 산을 만들라 하니 만들고”라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했다.
이화원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축물은 창랑(長廊)이라는 긴 복도다. 길이가 778m, 273칸으로 천장과 벽에 제각기 다른 수많은 그림이 그려져 있어 중국 최대의 야외 미술관으로 불린다.
하늘은 여전히 뿌옇고 날은 후덥지근했는데 신기하게도 복도에 걸터앉아 있으니 시원했다. 서태후 역시 복도에서 호수를 바라보며 차를 마시곤 했다는데 망중한을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임은 틀림없었다.


이화원의 긴 복도 창랑


짧은 시간 동안 최대로 다양한 일정을 소화했지만 광활한 대륙의 아주 일부분만 봤을 뿐이기에 아쉬움은 더했다. 그저 아이들이 넓은 세상을 보고 호연지기를 키웠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으로 여행을 마무리 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 두 자매는 또 다른 곳으로 가자며 훗날을 도모했다. 여행은 언제나 그랬듯이 기분 좋은 중독이다. 



만리장성으로 오르내리는 케이블카


북경 여행 tip

· 물이 정말 중요해
먹을거리가 지천인 중국에서도 못 믿을 건 물이다. 넉넉하게 가져가면 좋겠지만 무한정 짐을 늘릴 수는 없는 법. 현지 길거리에서 파는 물은 절대 금물이다. 가짜 물이 대다수. 편의점이나 큰 마트를 이용하자. 




· 모자는 필수
북경은 6월만 되도 무척 덥다. 특히 만리장성은 그늘 한 점 없다. 여름철 여행객들은 챙이 넓은 모자를 반드시 준비해가자.




· 각종 비상약은 반드시 구비
음식을 가리지 않는 리포터지만 마지막 날 배탈이 났다. 튼튼한 장을 가졌다고 해도 만약을 위해 상비약은 챙길 것.




· 김, 김치 등 밑반찬 준비
음식이 입에 안 맞을 수도 있다. 특히 어린 아이와 어르신을 위해 간단한 밑반찬을 챙겨가는 것이 현명할 듯.




이수정리포터 cccc09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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