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의 특성에 맞는 효과적인 학습 전략을 세워라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것은 모든 부모의 바람일 겁니다. 하지만 자식농사란 게 그리 만만치 않다는 것을 부모라면 누구나 깨닫고 있지요. 특히 공부 앞에서는 더더욱 그렇게 됩니다. 최근 타이거마더(예일대 교수 에이미추아의 엘리트 자녀 교육법)라는 책이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책에서는 부모의 엄격함과 강압적인 교육이 아이에게 더 나은 미래를 선사한다고 설득하고 있습니다. 국내엔 자기주도학습 열풍이 강하게 불고 있지요. 타이거 마더와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 어디에 중심을 두고 아이의 손을 잡고 걸어 가야할지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EBS 60분 부모’의 저자, 최정금 학습클리닉 최정금 소장님을 만나 물었습니다.
Q> ‘타이거마더’ 책에 보면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는 없다. 엄격한 규칙과 지속적인 코칭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자기주도학습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는 국내 교육 현실과는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물론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가 혼자 공부하는 아이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필요하면 과외 수업도 받고 학원수업도 받고 때론 엄격한 규칙과 지속적인 코칭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모든 아이들을 같은 방식으로 교육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엄격한 규칙 적용이 필요한 아이도 있고 때에 따라서는 강압적인 규칙 적용보다 폭넓은 수용이 필요한 아이도 있으니까요. 중요한 것은 ‘맞춤식’입니다. 아이의 특성을 객관적으로 파악해 내 아이의 특성에 어떤 방식이 효과적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큰 틀을 그려놓고 그 안에서 조금씩 조정해 나가면서 지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Q> 그렇다면 자녀의 학습 성적을 올리고, 공부 잘하는 아이로 만들기 위해서 부모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먼저 부모가 ‘내 아이의 학습능력이 최대한 발휘되는 시기를 언제로 보는가’에 대한 관점을 명확히 세워야 합니다. 너무 많은 아이들이 초등학생 때 최고의 성적을 발휘하고 중고등학생이 되어 성적이 급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자녀가 학습능력을 최대로 발휘해야 하는 시기는 당연히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생 때, 특히 고3때입니다. 당장의 단원평가, 중간고사, 기말고사 성적에 급급해 길게 보지 못한다면 1년이 지나도 2년이 지나도 아이들의 공부하는 힘은 그 자리에서 뱅뱅 돌게 될 것입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자녀가 고등학생 때 학습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우려면 무엇을 보완해야 할 지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Q> 인지학습전략 전문가로 학생들의 학습에 대한 강연과 상담, 책을 펴내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지금의 길을 걷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는지요?
1990년대 중반 본격적인 사교육 붐이 일면서 하루가 다르게 사설학원이 늘어갔지요. 자고 일어나면 우후죽순 학원이 생기는 모습을 보며 고민이 많았습니다. 아이들에게 학습에 대한 내용만 가르칠 것이 아니라 제가 공부한 ‘인지심리(언어, 주의, 지각, 기억, 정서 등과 관련된 인간의 정보처리를 다루는 학문)’를 공유한다면 학습에 더 유익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인지학습전략이란 학습을 더 잘하기 위해 필요한 방법들을 의미합니다. 읽기를 더 잘하는 법, 쓰기를 더 잘하는 법, 집중을 더 잘하는 법, 기억을 더 잘하는 법, 시간관리를 더 잘하는 법 등을 말하지요. 여기에 인간의 정보처리 특성을 바탕으로 한 학습원리를 결합해 ‘과학적인 학습전략’을 세우는 것입니다. 첫 단추를 바로 대원외고 유학반 아이들과 함께 진행했는데 놀라운 결과를 얻게 됐습니다. 당시 아이들은 공부와 관련해 날고 뛰는 아이들이었지요. 이 아이들도 과학적인 공부 방법을 익히며 공부하는 힘을 길러온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로, 두 그룹으로 나눠지는 모습을 보게 됐습니다. 시키는 공부만 충실히 해온 아이들은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해지고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하위그룹으로 밀려나 있었습니다. 이후 인지학습전략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학생들의 잠재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일에 주력하게 됐습니다.
Q> 주엽동에 ‘최정금 학습클리닉’을 운영하고 계시는데요, 학습클리닉은 어떤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고,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학습클리닉이라고 하면 아직도 선입견이 조금 있습니다. 예전에는 학습이나 심리적인 부분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면 전문기관을 찾곤 했지요. 하지만 최근엔 상담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정보공유가 되면서 달라지고 있습니다. 특히 입시제도의 변화가 생기면서 ‘문제학생’이 아니라 ‘자신을 더 잘 관리하기 위해’ 학습클리닉을 찾는 경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최정금 학습클리닉은 영유아부터 성인까지 폭넓은 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요, 주요 대상은 유아부터 고등학생입니다. 저희 학습클리닉에 특목고 아이들이 찾아오는 것에 대해 의아해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학습 부진이 아니라 공부를 더 효율적으로 잘 하고 싶어 찾아오는 학생들의 경우입니다. 학습적인 면 뿐 아니라 친구관계 때문에 속상한 아이, 부모자녀 갈등이 심한 경우, 우울, 불안감이 있는 경우 등 심리적인 어려움으로 도움을 청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정금 학습클리닉에서는 정서적인 안정을 돕고 과학적인 학습원리를 바탕으로 공부 방법(읽기, 쓰기, 기억, 집중, 시간관리, 학습계획 등)을 배워 학습에 적용할 수 있도록 적극 돕고 있습니다.
Q> 자녀가 공부를 잘하는 것은 모든 부모들의 소망일 수 있습니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반면 모든 아이들이 공부를 잘할 수는 없지요. 공부를 떠나서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은 어떤 것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요?
공부를 잘 해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력하는 것은 아름답다’라고 느낄 수 있는 정서가 우리 아이들에게 있어야 합니다. 공부를 잘 한다는 것은 ‘점수가 높은 것’ 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학생 때 주어진 학업에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한다는 관점, 이 가치관을 가질 수 있도록 부모들이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education(교육)’의 어원은 ‘앞으로 끌어내다, 밖으로 드러내다’에서 왔다고 하지요. 아이에게 무엇을 집어넣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 가능성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방향을 안내하는 것, 그것이 우리 부모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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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연 리포터 yangjiy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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