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야 멀리 멀리 퍼져라
우리 동요가 이웃 나라 일본으로 건너갈 채비를 마쳤다. ‘섬 집 아기’, ‘따오기’, ‘오빠생각’처럼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대표 동요들이다. 전문 번역가 양경미 씨가 번역을, 펠트 공예가 민경숙 씨가 일러스트를 맡았다. 피아니스트 윤효간 씨는 번역한 동요들을 클래식하게 편곡해 연주한다. 그동안 작업한 동요와 일러스트를 한데 모아 파주출판단지 내 김영사 사옥 2층에서 ‘엄마 엄마 이리와 요것 보셔요’라는 주제로 전시를 여는 양경미, 민경숙 두 작가를 만났다.
동요를 아끼는 번역가와 공예가, 피아니스트의 만남
전시장은 따뜻했다. 파스텔로 그린 그림 때문만은 아니었다. 민경숙 작가가 일부러 왼손으로 썼다는 우리 동요와 일본어로 옮긴 노랫말마저 동글동글 다정하게 보였다.
‘아까시 이파리를 뜯는 두 소녀는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까. 소라 껍데기 안에서 잠든 아가는 엄마가 달려오고 있는 것을 알기나 할까. 서울 가신 오빠는 언제 오시려나.’
동요 속 장면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그림을 보며 애잔한 피아노 연주를 듣는다. 마음속에 잠들어 있던 어린이가 깨어나 어린 시절로 내달리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양경미 씨는 이처럼 아름다운 동요가 묻혀가는 것이 안타까웠다. 어떻게 되살릴 수 있을지 고민하던 차에 피아니스트 윤효간 씨의 공연을 보게 되었다.
“동요를 편곡해서 연주를 하는데 가슴이 뭉클하면서도 따듯한 느낌이었어요. 옛날에 이런 노래가 있었지 하면서 맑은 슬픔이 막 올라와요.”
윤효간 씨는 나눔을 실천하는 피아니스트로 유명한 이다. 중국 쓰촨성에 지진이 났을 때도 방문해 연주로 어린이들에게 용기를 주었다. 그런 윤 씨가 곧 일본을 방문할 거라는 말에 양경미 씨가 무릎을 쳤다. 일본에 대중문화 뿐 아니라 우리의 고급문화도 알려보자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우리말의 감수성이 살아 있는 동요, 일본어로 번역하다
선곡은 50대인 양경미 씨가 어릴 때 불렀던 동요들 위주로 찾았다. 작업은 쉽지 않았다. ‘뜻’보다 ‘감성’을 전달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그냥 감성만 전달하는 것이라면 그나마 덜 어려웠으련만, 양 씨는 운율까지 욕심을 냈으니 더했다.
‘동구 밖 과수원 길/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처럼 ‘동구 밖’과 같은 옛날 우리말을 역시 일본에서 쓰던 옛말로 옮기기 위해 80대의 노 번역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따오기의 ‘내 어머니 가신 나라 어드메더뇨’에서 어드메더뇨는 ‘어디냐’가 아니라 일본어로 ‘이즈꼬나라’라는 단어를 찾아야 했어요. 30곡 하는데 3년이 걸렸어요.”
그는 또 우리말의 의성어와 의태어를 살리기 위해 애썼다.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에 나오는 ‘퐁당퐁당’을 그대로 옮겼다. ‘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의 ‘뜸북 뜸북’은 영어로 표기하면서까지 우리말을 고집했다.
“동요 작업을 하다 보니 우리 한글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알게 됐어요. ‘시냇물은 졸졸졸졸’ 이런 짧은 한 곡에 풍경이 그려져요. 그림과 함께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찾던 중에 민경숙 작가를 알게 됐죠.”
우리 동요, 세계인의 마음 두드리기를
민경숙 작가는 백석동에서 공방 ‘크래프트#’을 운영하는 공예가다. 주로 양모 펠트로 작업을 하지만 점토와 수채물감을 쓰기도 한다. 그는 전부터 동화를 주제로 작업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품어 왔다. 우연히 동화작가 모임에서 양경미 씨를 알게 되었고, 그가 동요를 번역하는데 일러스트 할 사람을 찾는다는 말을 듣고 주저 없이 손을 들었다.
“번역한 가사만 갖고는 알려질게 없어서 그림으로 이미지화시켜서 동화책도 만들어 동요를 되살려보자는 생각에 그림 그리는 사람들을 많이 찾았어요. 동요가 아날로그적인 감성이니 그림도 같은 감성이 와 닿아야 돼서 찾던 중에 민경숙 작가의 그림을 보니까 매치가 되는 거예요.”
2센티미터의 작은 새 한 마리를 만드는데 1시간이 걸리는 펠트 작업을 하는 민경숙 작가다. 당연히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녹아있을 수밖에 없다. 그의 양모 펠트 작품들은 따뜻하면서도 발랄하다. 파스텔로 그린 일러스트도 그 느낌이 그대로 스며 있다.
이번 전시는 파주 출판단지 내 김영사 사옥에서 5월 말까지 열린다. 오는 11~13일에는 청담동 유아트스페이스에서 윤효간 씨의 피아노 공연에 번역 동요와 일러스트 전시를 연다. 국내 전시를 먼저 한 다음, 내년쯤엔 일본에 윤효간 씨의 피아노 공연에 맞추어 건너갈 계획이다. 일본의 동요도 한글로 번역해 일본인들의 향수도 끄집어내려고 한다.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도 들를 예정이다. 한국의 동심이 세계와 만나는 순간이다. 문득 두 작가에게 ‘동심이란 무엇인가’ 물었다.
“정직하고 자유스러운 것, 자기 식대로 표현하고 사는 것!” (민경숙)
“동심(童心)은 동심(動心)이다. 아이의 마음은 어른의 마음까지 움직이죠. 누구나 돌아가고 싶은 어린 시절이 있는 동요가 엄마 품이자 마음의 고향이죠.” (양경미)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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