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희 칼럼

정부는 스스로 신뢰를 저버렸다

지역내일 2011-06-23

공자의 제자 중 거부(巨富)로 유명했던 자공(子貢)이 공자에게 어떻게 하면 정치를 잘할 수 있는지 물었다. 공자는 "먹을거리를 넉넉하게 하고, 군비를 충분하게 하고, 백성들이 믿도록 하는 것이다"라고 답했다. 자공이 다시 물었다. "부득이하게 이 세 가지 중 하나를 버려야 할 경우, 어느 것을 먼저 포기하시겠습니까?" 공자가 답했다. "군비를 포기해야지"자공이 또 물었다. "남은 두 가지 중 하나를 버려야 할 경우에는요?"이에 공자는 "먹을 것을 버려야지"라고 했다. 백성들의 믿음이 없다면 나라 자체가 설 수가 없다는 것이다(民無信不立). 논어의 안연 편에 나오는 이야기로, 공자는 국가경영에 있어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려 했다. 국가뿐 아니라 어느 조직사회에서나 신뢰의 메시지는 진리로 통한다. 믿음이 없는 조직은 아무리 힘이 세고 부유하다 해도 모래성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시간과 공간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신뢰에 대한 철학은 선조들의 시각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도 신뢰는 정부기관과 주민 간의 협력을 증진시키고 이로 인해 사업의 추진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갈등과 사업 저해요인을 감소시켜 정책집행의 효율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즉, 주민의 신뢰로 정통성을 부여받은 공공기관은 정책수행을 위한 추동력을 얻게 되는 것이다.
 반면에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는 저(低) 신뢰의 상황에서는 정부 정책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와 순응이 낮게 형성되는 것은 자명한 것이며, 정부활동에 대한 낮아진 예측 가능성은 정부 정책에 대한 지지와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없다.
결국 신뢰는 정부와 주민 사이에서 정책집행의 성패를 좌우하는 연결고리로서 기능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이루어진 정부의 LH 본사 경남 이전은 정부에 대한 신뢰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되고 있다. 수차례에 걸쳐 분산배치를 장담하면서 공정사회를 부르짖던 MB정부는 LH 본사를 경남에 일괄 배치하면서 상생과 통합의 길을 저버리고 갈등과 분열을 길을 택했다.
MB정부 스스로 내세웠던 원칙과 약속을 저버린 것이다. 정부안은 전북도민을 철저히 우롱하고 정부의 신뢰를 저버린 처사로 신뢰를 잃어버린 정부를 더 이상 인정할 수 없는 형국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신뢰가 무너진 모습이 LH 본사의 경남으로 일괄 이전하는 문제에만 그친다면 그나마 다행일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명박 정부의 ‘신뢰를 헌신짝처럼 버리는 행위’는 사회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음에 우려를 금할 수가 없는 것이다. 최근 들불처럼 번져나가는 대학생들과 학부모, 시민사회단체 등의 반값등록금 실현 촉구 움직임들도 이명박 정부의 무원칙하고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 내팽개치는 행위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라고 볼 수 있다. 대선 출마 당시 자신의 공약으로 내세웠으면서도 모르쇠로 일관했던 것이 급기야 뇌관이 되어 터지기 일보직전이다. 이제 더 이상 눈 가리고 아웅 하다가는 그나마 한 가닥 남아있는 기대감마저도 없어진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이명박정부는 알아야 한다. 주민들의 신뢰를 잃어버린 정부도, 이러한 정부의 정책도 결국 실패하게 된다는 것을. 진부한 표현일지 모르지만 흔히들 ‘원칙과 철학’을 강조해야 한다고 말한다. 약속을 지키고 신뢰를 지켜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제 더 이상 국가 전체적인 균형발전과 상생을 위하지 않고, 표의 논리에 의한 정치적 판단으로 인해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는 이제 그만 되어야 한다. 아울러 상식이 통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신뢰를 보내는 사회풍토가 조성되도록 모두가 노력하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전라북도의회 부의장 유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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