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부천에는 중후하고 멋진 색소포니스트가 한 사람 있다. 상인초등학교 강창열(60) 교장이다. 지난 99년 미국의 색소폰 연주자 케니지의 내한공연에서 소프라노 색소폰 음색에 반해 색소폰 세계에 입문한 그. 지금은 샘소리 색소폰 앙상블을 조직해 단장으로 활동한다. “특별한 존재인 색소폰을 떠나서 사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색소폰 있는 삶 속에서 기쁨과 애환을 배운다”는 강창열 교장을 지난 13일 만나봤다.
케니지 내한 공연 보고 색소폰 구입
“어려서 음악을 좋아했어요. 국민학교 때 하모니카를 시작으로 악기의 맛을 안 셈이죠.” 강 교장은 하모니카로 고향의 봄 등의 동요들을 입이 헤지도록 불었다. 불면 불수록 마음에 와 닿는 맛에 반해서였다. 악기 살 형편이 못 됐던 어린 시절, 가벼운 악기를 구해 연주하며 마음을 달랬다. 90년 대 들어 부천 북초등학교에 부임해서는 브라스밴드를 맡게 된다. 트럼펫, 색소폰, 트럼본 등의 악기 연주법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야했다. 그 때 첫 선을 본 색소폰 소리가 좋았다. “평소 색소폰 음색에 반해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지만 덜컥 구입하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연주하고 싶은 악기 1순위에 두고 기다렸지요.” 99년이 됐다. 교감으로 부임했을 때다. 케니지 붐이 한창 일던 때 그의 공연을 관람했다. 공연 끝나고 바로 쫒아가 색소폰을 구입했다. 그 후 학원에 등록했고 책을 뒤져가며 열심히 공부했다. “서울 S_ 모아 하모니단의 소프라노 색소폰 주자로 입문했어요. 그 때부터 정말 열심히 빠져들었답니다.”
교사들 모아 샘소리 색소폰 앙상블 팀 구성
“다른 악기에서는 느끼지 못할 묘한 음색과 사랑의 감정이 느껴져요.” 색소폰의 매력을 묻자 강 교장은 이렇게 답했다. 부드럽고 적극적인 성격의 그는 색소폰을 연주한 지 4년 되던 해 “좋은 것을 혼자 하기는 아깝다”는 생각으로 지인들을 끌어들이기(?) 시작한다. “친구들 만나면 색소폰 이야기를 꺼냈고 마음 변하기 전에 낙원상가로 가자고 약속했고 다음 날이면 색소폰을 사러 갔어요. 그렇게 한 명 두 명 색소폰 연주자들이 늘어나게 됐지요. 지나고나니 친구들이 고마워해요.” 현재 그와 함께 하는 색소폰 주자는 부흥초 유영찬, 신흥초 문제술, 도원초 황흥순 교장, 그리고 원종초 조화순, 복사초 박선숙, 일신초 장미화 교사 등 대부분 선생님이다. 2002년 샘소리 색소폰 앙상블을 구성한 그는 본격적인 음악 봉사에 나섰다. 지난 10년 간 부천의 공연장에서는 샘소리들의 색소폰 연주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릴 정도였다. 올 3월에는 율곡연수원 작은음악회에 다녀왔고 각 학교 학예발표회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매 년 11월 정기연주회를 열고 있다. “지금도 가까운 사람들에게 색소폰을 권해요. 그만큼 좋기 때문인데 적극적인 관심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색소폰은 나의 동반자이자 사랑스러운 연인
강 교장의 자택에는 색소폰 방이 있다. 방음부스를 설치했고 반주기와 음향장비를 세팅한 그만의 공간이다. 하루 일이 끝나면 그는 이 방에 들어가 홀로 연주를 한다. 그곳에 있는 시간은 황홀, 그 자체다. “남 앞에서 연주하듯 연습해요. 혼자 연주하지만 남에게 들려주기 위한 것처럼 그렇게.” 그는 색소폰을 ‘동반자이자 사랑스러운 연인’이라고 말한다. 매일같이 분해하고 닦아주며 애지중지 관리한다. 악기라서 말을 못한다고 하지만 사랑을 주고 관리한 만큼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그는 샘소리 색소폰 앙상블 단장으로 활동하면서 드럼연주도 한다. 앙상블 팀의 화음 구성을 위해서 배운 것이다. “힘들 때도 있지만 제가 좋아하는 것이기 때문에 해요.” 색소폰은 건강에 많은 도움을 줬다. 그 나이 때 동료들보다 뱃살이 덜 나오고 복식호흡을 하기 때문에 감기가 달아난다. 현재 상인초등학교는 부천시 예술특화 사업의 하나인 합창반과 어린이 색소폰반, 어머니 합창단이 운영되고 있는 예술특화학교다. 지난 2일에는 리코더 합주단이 부천시예능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교과 공부에만 치중하는 부모님들의 가치관이 달라져야 해요. 공부와 함께 하는 어린이 음악교육이 활성화 되어야 아이들은 잘~ 자랍니다.”
임옥경 리포터 jayu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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