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문화, 삶과 나눔…작은 도서관에서 꿈꾸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마을 곳곳에 작은 도서관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마을 도서관, 기적의 도서관 등의 이름으로 생겨난 도서관은 말 그대로 작지만 지역 주민들의 생활 속에 옹골찬 모습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책도 보고 사람들도 만나는 마실 방으로, 문화적 갈증을 풀기위한 아기자기한 소모임방으로, 더러는 학교 마치고 돌아온 아이들의 공부방과 놀이공간으로 마을의 다용도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번듯한 대형 도서관처럼 크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책을 통해 소통하고 생활을 나누는 이웃들이 스스럼없이 만나는 공간, 우리 동네 작은 도서관이 가진 작지만 큰 힘입니다.
마을 곳곳에서 크고 작은 꿈들이 자라는 성남 작은 도서관의 꿈틀거림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part1 성남시 작은 도서관 협의회
마을과 사람을 잇는 교감의 장(場)으로 태어나다
분당구 정자동의 이지영(38)씨는 5살인 아이와 함께 집근처 작은 도서관에 가는 것이 정해진 하루 일과다.
얼마 전 집근처에 오픈한 ‘웃는책도서관’에서 아이에게 필요한 그림책과 장난감을 빌려오기도 하고 비슷한 또래 엄마들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어 자주 가는 단골 도서관이 되었다.
“큰 도서관은 멀기도 하고 아이와 일부러 찾아가기가 번거로웠는데 집 근처에 작은 도서관이 생기니 너무 반갑고 좋죠.”
이처럼 작은 도서관은 아파트 단지 내, 마을 주택가에 아기자기한 모습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추세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선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듯이 작은 도서관이 마을을 상징하는 중심체로 자라고 있는 것.
아이를 키우기 위해 마을이 필요하다
성남 상대원동의 ‘책이랑도서관’의 박정숙 관장은 “주민들이 도서관의 필요성과 역할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면서 작은도서관이 마을마다 활기를 띄며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판교 백현마을에 위치한 ‘아름널도서관’의 오은복 관장도 “영리목적이 아닌 내 아이 뿐 아니라 마을의 아이를 함께 키우자는 뜻이 어우러져 엄마들의 관심과 호응이 높다”고 전했다. 지역 주민들은 대형 공공 도서관보다 작은 규모지만 이웃집 같이 정겨운 작은 도서관을 더 가깝게 느끼고 있다는 것.
분당 정자동 ‘웃는책도서관’의 이은정 관장도 “우리나라 도서관하면 책을 빌리거나 보러가는 사람보다 입시공부를 하려는 사람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반면 마을의 작은 도서관은 마음의 문턱이 낮아 쉽게 방문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전했다.
작은 도서관을 이용하는 주민들 역시 “대형 도서관보다 책이 깨끗하다, 공공 도서관은 아이들과 방문하면 왠지 조용히 해야 한다는 생각에 편하지가 않다, 작은 도서관은 자유로운 분위기라 편하다”는 의견이 많다.
이처럼 마을의 작은 도서관은 지역 커뮤니티와 공동체의 성격이 더 강하다. 또 작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하다
박정숙 관장은 “TV프로에서 기적의 도서관을 만드는 등 붐을 타고 관심이 모아진 것도 있지만 대개는 30~40대의 젊은 주부들이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또 마을마다 자생적인 요구에 의해 생기기 시작한 모임이 도서관을 중심으로 모여 자리를 잡아간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성남시작은도서관협의회
이런 흐름에 힘입어 성남에는 약 35개의 작은 도서관이 마을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하지만 문을 열기는 쉬워도 운영을 활성화시키기는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 참여 회원들의 열의와 적극적인 자원 활동이 따라주지 않으면 유지가 어려운 것이 작은 도서관의 특징.
이런 어려움을 공유하고 정보를 나누며 도서관 발전에 힘을 얻기 위해 ‘성남시작은도서관협의회’(성도협)가 꾸려졌다.
1년 가까운 준비모임을 거쳐 2008년 4월, 20여 곳의 작은 도서관이 모여 발족한 것.
성도협 소속의 작은 도서관은 도서관 운영과 자원봉사자 실무를 위한 ‘도서관 학교’를 열었고 도서 분류부터, 대출, 커뮤니티 운영 등 실무를 배우고 익혀갔다. 또 마을에 필요한 커뮤니티를 만들고 정보를 공유하면서 작은 도서관을 이어주는 울타리가 되었다. 그렇게 현재는 35개의 도서관이 성도협을 중심으로 활발한 지역 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있다.
성도협의 회장을 겸하고 있는 박정숙 관장은 “10년 넘는 시간 동안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다 보니 때로 고비들은 있었지만 책이 있고 사람이 있고 그 속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은 행복한 마을을 만드는 토대”라고 전했다.
< 작은 도서관 만들기, 운영 TIP >
-작은 도서관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필요성을 나누고 참여의지를 밝힌다.
-아파트나 마을의 빈 공간을 찾아본다. (법령에 의해 300가구 이상인 아파트는 도서관 부지가 마련돼 있다)
-입주자 대표회의 등에 의견을 내고 적극적인 참여 의사와 필요성을 강조한다.
-10평 규모의 공간에 1000권의 도서, 열람석 6개만 갖추면 도서관 설립 요건에 충족한다.
-어느 한사람의 열정만으로는 어렵다. 모두가 주인이고 지속적으로 참여한다는 마음이 있어야 마을 공동체 도서관으로 활성화 될 수 있다.
-작은도서관협의회에 가입해 필요한 정보를 나누고 교류한다.
성남시작은도서관협의회 박정숙 회장
“책과 사람, 그 속에서 자라는 아이는 행복합니다”
지금은 중고생이 된 아이들이 3~4살인 무렵부터 마을 도서관인 ‘책이랑도서관’에 다니며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아이 업은 주부가 해볼 만한 모임이나 프로그램이 마땅치 않았던 때. 의미 없는 수다가 아닌 주제가 있는 모임을 찾고 있던 박 씨에게 마을의 작은 도서관은 그런 욕구를 채워주기에 충분했다.
작가의 강의도 듣고, 동아리도 만들며 책이 있고 사람들이 소통하는 공간속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 좋았단다.
“주부들이 아이를 키우며 비슷한 고민과 문제의식을 갖다 보니 서로 통하는 지점이 있어요. 그것을 풀기위해 공부와 놀이, 활동을 만들어 가며 그야말로 마을 공동체를 만들어 갔던 거지요.”
박정숙 회장은 공공 도서관이 이용자의 개념이라면 작은 도서관은 참여하는 사람들이 주체가 되는 도서관이라고 말한다.
“언제든 와서 자기 이야기를 하고, 들어주고, 음식도 같이 나누고, 머리모양이 바뀌면 금세 알아봐 주는 정서가 통하는 공간이 작은도서관입니다. 꾸미지 않고 편한 복장으로 올 수 있는 쉼이 있는 공간, 아무렇게나 편안한 자세로 책을 읽다 가는 내 집 같은 공간인 거지요.”
하지만 주부들의 참여와 자원 활동 없이는 운영자체가 불가능 한 것이 작은 도서관의 한계. 올해부터 성남시에서 운영비 지원이 시작돼 1차적 어려움은 어느 정도 해갈이 되고 있지만 주부들의 노동력만 강조하는 시스템으론 가야할 길이 멀다는 것이 박 회장의 생각.
하지만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작은 도서관이 주는 행복한 수확은 달고 달다. 작은 도서관이 모여 도서문화축제 등을 열고 마을과 마을을 잇는 끈이 되고 싶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올 가을 중앙공원에서 펼쳐질 도서관 책 축제도 그 중 하나.
“성도협이 벌써 4년째 활동을 이어가고 있어요. 앞으로도 작은 도서관과 함께 재미난 마을을 만들 수 있도록 서로 더 긴밀해져야겠지요. 하하하”
☞ 성남작은도서관협의회: http://cafe.daum.net/mylife-mybook
▷ ZOOM IN : 우리 동네 눈길 가는 작은 도서관
* 푸른마을도서관
분당구 수내3동 푸른마을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작은 도서관. 1993년에 개관해 제법 오래된 곳 중 하나다. 얼마 전 경기도 내 작은도서관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돼 리모델링도 거쳐 깔끔한 도서관으로 탈바꿈했다.
도서관 주최로 알뜰벼룩시장을 열어 수익의 10%를 기부해 나눔 문화를 나누고 있다. 또 벼룩시장의 수익금을 통해 꾸준한 도서 구입을 해오고 있어 현재 보유한 도서만도 1만 여 권이 넘는다. 모든 수익금과 후원금은 푸른마을 도서관 발전기금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도서관에서 커피나 차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위치: 분당구 수내3동 푸른마을 단지 내
-전화: 031-711-9164
* 예꿈도서관
2007년 개관, 상대원동 산성교회 내에 위치한 작은도서관이다.
성남 구시가지에 위치, 맞벌이 부부의 자녀들이 많고 학원에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아 도서관이 공부방이자 아이들의 방과후학교로 이용되고 있다.
김조회 관장이 방황하는 지역 아이들을 붙잡고 공부를 시키면서 현재 10명 내외의 아이들이 공부방으로 이곳을 이용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악기교육 지원을 받아 학생들의 기타 공부를 시작하고 있다.
-위치: 성남 중원구 상대원1동 1487-3번지 성남산성교회 내
-전화: 010-4369-8429
* 아름널도서관
지난해 6월부터 작은 도서관 준비를 시작, 그해 10월에 개관한 작은 도서관이다.
분당 아름드리도서관 오은복 관장이 판교로 이사를 가면서 개관에 박차를 가하게 된 것.
단지 내 입주민 뿐 아니라 외부인들에게도 도서관을 개방하고 있으며 가입비 1만원을 받고 있다. 12명의 주부 회원들이 중심이 돼서 도서관 봉사와 운영을 맡고 있다.
최근 ‘쿠키하우스’를 만드는 행사를 진행해 아이들과 지역 주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아름널이란 이름도 공모를 통해 약 100여개의 이름 중 판교를 뜻하는 ‘널’과 아름답다의 ‘아름’을 따서 지은 것.
올 여름방학에는 도서관에서 보내는 하루캠프를 계획해 옛 이야기 들려주기, 옥수수 감자 삶아 먹기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위치: 판교 백현마을 5단지내 위치
-전화: 031-8016-0453
* 아튼빌 도서관
성남 하대원 아튼빌 아파트 단지 안에 위치한 도서관으로 주민들의 자원봉사로만 이루어진 작은 도서관이다. 주위에 도서관이 없다보니 아파트 단지 내 주민들 뿐 아니라 인근 주민들도 자주 이용하면서 점차 활성화 되었다.
‘희망의 작은 도서관 만들기’사업에 선정되어 컴퓨터, 빔 프로젝터 등 부족했던 장비와 책장을 지원 받아 도서관의 면모를 갖추었으며 성남시자원봉사센터 수요처 등록을 통해 방학을 이용한 중ㆍ고생들에게 봉사의 기회도 주고 있다. 2005년 6월 개관이후 현재까지 도서보유9천 여 권에 이르며 유치부와 초등학년별 독서 동아리와 주부 독서 동아리인 ‘책 읽는 주부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에는 선정된 영화를 보여주는 시네마 천국을 운영한다.
-위치: 성남시 중원구 하대원동 249번지 아튼빌A 1004동 1층
-전화 : 031-751-2708
* 웃는책 도서관
2008년 분당 여성회가 중심이 되어 야탑동에 도서관을 개관했다가 올 5월에 분당 정자동으로 이전하며 장난감 도서관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장난감 도서관은 가입비 2만원과 월 회비 1만원을 내면 일주일에 하나씩 장난감을 빌려갈 수 있다. 주로 3~6세 유아들이 이용할 수 있는 장난감이 많으며 현재 150여점의 장남감이 구비돼 있다. 회원은 1차 50명은 마감된 상태로 앞으로 추가 회원을 모집해 늘려나갈 예정이다. 앞으로는 장난감 기증도 받아 운영할 생각이다.
‘책이랑 얌얌’이라는 동화 읽는 엄마 모임을 비롯해 사교육 없이 영어 공부를 지원하는 ‘엄마표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또한 초등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한국사 교실’과 유치부나 저학년 아동을 위한 ‘놀이 미술교실’, ‘통통체조교실’등을 운영하고 있어 지역 주민들에게 문화적 사랑방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위치: 분당구 정자동 65-3번지 느티마을, 안촌유치원 건너편
-전화: 031-702-9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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