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발표한 2010년 10대의 자살률은 전년 대비 40.7%나 증가했다. 주어진 삶의 현실이 무거웠던 것이다. 특히 11월 자살률이 성인에 비해 높은 걸 볼 때 수능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도 있다.
바라보았던 단 하나의 목표가 사라졌을때 찾아오는 심리적, 신체적 변화를 우리는 경험한다. 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고 지난 8일에는 전국의 모든 재수생과 고3 학생들 손에 성적표가 건네졌다. 점수가 잘 나온 학생도 나름 고민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비교적 안정감을 보인다. 하지만 점수가 낮게 나온 수험생들은 정서적으로 흔히 멍한 상태, 분노나 죄책감, 우울감 등의 증상을 보이고 신체적으로는 두통, 위장장애, 설사, 빈뇨 등 평소와는 다른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모든 것이 다 끝난 것인가라는 패배, 절망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몇 점 나왔니?” 라고 묻는 친한 친구에게도 쉽게 입을 열 수가 없고 대박이 났다고 해도 마찬가지, 마음껏 좋아할 수가 없다. 시험 잘 치렀다고 좋아하면 친구가 상처받지 않을까, 재수없다고 여기지 않을까 배려 반, 걱정 반이다. 수능 이후 고3 교실의 공기는 이처럼 미묘하다. 게다가 나보다 여러 면에서 떨어진다고 여겼던 친구가 좋은 대학에 붙었다더라는 말이 서서히 돌기 시작하면 미묘함은 적대감으로까지 발전하기도 한다.
수능이 끝나면 "자유다!"라며 수험생들은 환호성을 지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복잡한 심정이 얽히고 설켜있다. 고작 이 날 하루를 위해 12년을 지금까지 뛰어온 것인가 하는 허탈감, 그저 한 군데만이라도 붙기를 바라는 절박함, 부모님에 대한 미안함과 가족들 눈치 살피기 등이 그것이다.
이런 수험생들의 마음은 아랑곳 하지 않고 우리네 부모들은 진심은 아니겠지만 ‘꼴 좋다. 그동안 공부하지 않은 결과다. 취직해서 돈이나 벌어’. 친구들이랑 여행을 가기위해 용돈 좀 달라고 하면 ‘뭘 잘했다고 놀아’, 이렇게 악담을 늘어놓으며 자녀의 마음을 난도질한다. 정말 그네들이 마음 편하게 놀았을까? 정말 공부를 안했을까? 아니다. 그들은 했다. 부모의 기대에 못 미쳤을 뿐이지 나름 공부도 했다. 수능을 끝낸 고3 학생들은 무조건 축하받아야 한다. 부모들은 충분한 격려와 따뜻한 조언을 해주어야 한다. 수능을 치른 자녀에게 눈치 주지 말고 여행을 하도록 권해보는 것을 제안해 본다.
강영호 원장
강영호 국어논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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