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마운틴 남원 봉화산, 혼불문학관 그리고 장수한우까지

지역내일 2011-05-16 (수정 2011-05-16 오후 2:42:00)

설레인다 마치 첫사랑을 만나러 가는것처럼.
오래 전 지인을 따라 무심코 가본 곳이다. 온통 진분홍 물감을 찍어놓은 듯한 산의 자태에  흥분돼 입이 떡 벌어졌었다. 그날의 그 감회를 잊을 수 없어 사실 지난해에도 봉화산을 찾아 남편과 아이들을 동반하고 출발은 거창하게 하였으나 ‘봉화산’만 찍고 네비게이션 아가씨만 믿었던 우리는 낯선 어느 곳에서 방황하다 느림의 미학이라곤 손톱만큼도 없는 남편의 배려?로 아쉬운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래서 오늘 그 과제를 다시 시작하려 한다.

봉화터가 있던 곳이라 봉화산?
봉화산까지는 전주역에서 한시간 반가량 소요되며 88고속도로를 타고 남장수 IC로 빠져 번암으로 들어가든지 지리산 IC로 나와 흥부골로 들어가면 된다. 봉화산은 철쭉 군락으로 유명한 산으로 오늘 리포터가 올라갈 곳은 남원시 아영면과 장수군 번암면을 가로지르는 일명 "치재"이다. 백두대간 동쪽능선을 타고 올라가 첫번째 봉우리에서부터 약 500m구간에 걸쳐 등산로와 등산로 좌우 산비탈을 비집고 광활하게 펼쳐져 있는 이 구간은 말 그대로 ‘철쭉천지’다.
산행코스는 흥부마을에서 번암으로 넘어가든지 반대로 번암에서 흥부마을로 넘어와도 그 거리가 마을 뒷산 오르내리는 수준이라 어린이나 노약자들도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다.
명산 지리산에 가리워 그 이름조차 널리 알려지지 않은 봉화산이지만 철쭉을 찾는 이들 중에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봉화산은 지리산에 이르는 백두대간 남부구간의 중간지점에 위치한 산으로 행정구역상으로는 전라북도 남원시와 장수군, 그리고 경상남도 함양군의 경계를 이룬다. 무릇 우리나라에 봉화산이란 이름 붙은 산들이 수도 없이 많은 것처럼 이 산 역시 과거 봉화가 피어올랐던 자랑스러운 산이라고 한다.
평상시엔 그저 동네 뒷산 정도로만 보이는 봉화산도 5월이 되면 철쭉을 찾는 상춘객들을  맞이할 준비로 분주하다. 올해도 5월 6일부터 제16회 봉화산 철쭉제가 한창으로 봉화산의 철쭉을 세상에 알리는데 여념이 없다. 첩첩산중에다 고원지대라 다른 곳보다 봄기운이 늦게 오는 이유도 있지만 올해는 지난겨울 한파의 영향으로 철쭉의 개화시기가 1~2주 가량 늦어졌다고 해 사실 조금 일찍 봉화산 철쭉을 찾은 사람들은 불타는 철쭉을 감상하지 못하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을 법하다.

봉화산 철쭉은 ‘개꽃’이래요
봉화산 철쭉군락은 사실 산림정비사업을 하면서 황량해진 봉화산 서부능선과 산자락에 야트막한 철쭉을 심어놓은 것이 지금은 그 무엇에도 뒤지지 않을 5월의 명소가 된 것이라고 하는데.
사방팔방을 둘러보아도 철쭉밖에는 보이는 것이 없다. 심지어 좌우로 휘영청 늘어진 철쭉나무들로 인해 산길은 아예 "철쭉터널"로 변해있다. 리포터 키보다 훨씬 자란 철쭉나무들은 인심 쓴 듯 사람하나 겨우 지나갈만한 길을 내주고 그것도 부족해 마주하고 지나치는 사람들끼리 인사하게 만든다. 키 크고 덩치 큰 사람은 비좁을 정도라 맞은편에서 오는 등산객과  눈이 마주치면 그냥 지나치기에 어색해 유난히 “안녕하세요”란 인사소리가 자주 들리는 산이다.

불타는 봉화산, 내가 너를 핑크마운틴이라 칭하노라
누가 뭐라해도 리포터가 지금껏 가본 철쭉밭 중에서는 봉화산이 으뜸이다. 무엇보다 좋은 건 솔직하게 말하자면 아주 자신있고 당당하게 앞장서서 걸을 수 있는 거리이고 그 다음엔 그 옛날 봉수대에 횃불이 활활 타오르는 듯이 펼쳐진 철쭉 군락지의 아름다움 때문이다.
5월이 되면 천천히 아래쪽에서부터 서서히 물들기 시작하는 봉화산의 봄.
개인적으로 리포터는 봉화산 찬양론자다. 미루어 짐작컨데 리포터 주위에 봉화산에 한번 오르고 싶어 하는 이들이 수십은 될 것이다. 사실 리포터처럼 단순히 꽃밭을 거닐며 봄기운을 만끽하고 싶어서라면 굳이 봉화산(해발 920m) 정상까지 갈 필요는 없다. 봉화산은 치재에서 1시간 반 정도 더 가야한다. 함부로 욕심냈다간 그날 저녁 “아이고 다리야”를 연발하며 남편의 따가운 눈총에 아랑곳하지 않고 드러누워야 할 판이다.
하산길에 아주머니 서너명이 나뭇가지에 매달려 비닐봉지를 들고 손길이 바쁘다. 
“다래 잎이 예요. 다래 잎을 따서 살짝 데친 다음 된장을 넣고 버무리거나 고추장을 넣고 취나물처럼 무쳐먹으면 몸에도 좋고 맛도 좋아요”
하나같이 산에 와서 무언가를 얻어가는 사람들, 마음도 물질도 아낌없이 채워주는데 사람들은 그 소중함을 모른다.
여러분! 제발, 쓰레기 좀 놓고 가지 마세요!

장수한우와의 만남! 반갑다 한우야!
봉화산을 찍고 그냥 집으로 돌아가기엔 조금 섭섭한 시간이다. 남장수 IC 쪽으로 나오다 출출한 배를 달래려 기사식당과 휴게소가 있는 곳을 찾았다. 그곳엔 장수한우 고기를 끈어 식당에서 간단한 상차림으로 장수한우를 맛볼 기회가 있다. 고급스럽고 서비스가 넘치는 음식점은 아니지만 저렴한 비용에 맛좋은 장수한우를 맘껏 즐길 수 있다. 맛은 일품이다.

혼불의 혼을 내 가슴에 새기다
혼불문학관은 한국현대문학의 걸작 ''혼불''소설의 배경지에 조성된 문학관이다. 소설을 형상화한 디오라마와 작가(고 최명희)의 삶과 작품 세계, 집필실 모습이 아주 짜임새 있고 정성껏 전시되어 있으며, 앞마당을 나오면 창호저수지가 보인다.
전시관을 거닐며 최명희 선생의 혼을 느끼고 뒤안길에서 아이들과 그네를 뛰고 좁다란 샛길을 걷고 섭다리를 건너며 아이와 아이 아빠가 짓궂은 장난을 친다.
그리고 창호저수지를 한 바퀴 돌며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가족이지만 그동안 숨겨두었던 이야기들을 털어내며 새록새록 정을 나누었다.
이봄에 찾아온 혼불 문학관은 봄을 기다리는 화사한 여인과 같은 모습이고 불어오는 저수지 바람에 그 치마폭이 팔랑거리는 듯하다.
김갑련 리포터 ktwor0428@hanmail.net




 Tip>
남원 흥부마을
남원 쪽으로 내려오다 보면 판소리 다섯 마당 중의 하나인 흥부전의 배경이 된 남원시 성리마을이 있다. 아영면 성리마을은 전해 내려오는 설화와 지명을 근거로, 흥부가 정착하여 부자가 된 발복지(發福地)로 밝혀졌다. 이 마을에는 오래 전부터 복덕가(福德家) 춘보설화(春甫說話)가 전해져 오고 있는데 흥부가와 춘보설화는 가난 끝에 부자가 된 인생역정, 선덕의 베품을 내용으로 한다는 점에서 그 내용이 유사하다.
실제로 성리마을에는 박춘보(朴春甫)의 묘로 추정되는 무덤이 있다. 매년 정월 보름에 망제 단에서 흥부를 기리는 춘보망제를 지내오고 있다. 성리에는 흥부전에 등장하는 지명이 마을 곳곳에 남아있다고 한다.

장수 번암 물빛공원과 동화댐, 백용성 조사의 탄생유적지
물빛공원은 다양한 형태의 분수를 갖춘 물 테마 공원으로 상징분수를 비롯해 터널분수, 조각분수, 옹달분수, 바닥분수, 물꽃 정원 등 물 테마 시설이 있다. 그리고 독립운동 민족대표 33인중 불교계의 대표이시며, 이 운동의 막후기둥이신 白龍城(백용성, 1864~1940)조사의 탄생 유적지이자 사찰인 죽림정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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