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의 자원봉사활동이 의무화되면서 부모에 의해 반강제적 봉사활동 참여로 봉사활동을 둘러싼 적잖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부모와 같이 등록한 봉사현장에서 학생들은 손을 놓은 채 대충 시간 만 채워 봉사 점수 따기에 급급하기도 한다.
중고생들의 봉사활동은 1996년 정부가 더불어 사는 사회를 구현한다는 취지에서 ‘학생자원봉사활동’ 점수제도를 도입하면서 본격 실시됐다. 자원봉사 점수제는 학생들이 일정 시간 봉사활동을 하면 내신점수로 인정해주는 제도이다. 중학생의 경우 18점, 고등학생은 20점이 내신 성적에 반영되고, 전북대 경우에는 필수학점으로 봉사활동을 의무화했다.
하지만 원래 자원봉사의 취지와는 달리 내신 성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는 봉사활동으로 그 의미가 벗어나는 경우도 있다. 또 봉사활동에 대한 충분한 소양교육이 미흡하고 학부모들 역시 자녀가 좀 더 편하게 봉사점수를 확보하길 바라는 점도 봉사활동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다양한 봉사활동 프로그램 필요
대개 많은 사람들에게 자원봉사라는 개념은 복지시설에서 청소 빨래 등 ‘힘든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그동안 많은 청소년들은 복지시설이 아닌 폭넓은 봉사활동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는 지역사회적으로 학생들에게 체험적 봉사기회를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
전북청소년활동진흥센터 자원봉사팀 김의숙 팀장은 “자원봉사활동이 학생들에게 의무화가 됐지만, 그동안 사회가 아이들을 받아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죠. 아이들이 오면 불편하기도 하기도 하고, 오히려 일이 진행되기 어렵다고 꺼리는 경우도 있구요. 그럼에도 자원봉사활동을 권장하는 것은 자원봉사가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체험적으로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꼭 시설에서 하는 노력봉사가 아니라 봉사활동의 영역을 넓혀나갈 필요가 있습니다.”고 강조한다.
김의숙 팀장은 “청소년들은 봉사활동을 통해 지역사회를 이해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지역사회에서의 다양한 봉사체험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운 것을 보충하고 심화시킬 수 있게 해주는 것이지요. 우리 지역의 문제점을 이해해 나가면서 공동체 의식을 느껴나가는 것이 바로 자원봉사의 큰 의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자원봉사활동의 필요성은 봉사학습이란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자원봉사활동은 청소년들에게 또 다른 계기를 마련해주기도 한다.
김의숙 팀장은 “봉사활동은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적성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며, 새로운 기술을 학습할 수 있게 해주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여러 활동을 경험하면서 학교에서는 배우지 못했던 사회를 경험하게 되고, 다양한 직업을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직접 환경캠페인 활동이나 점자입력 봉사활동, 학습멘토, 정보전달 활동 등 다양한 봉사활동은 청소년들의 장래 진로 선택에 도움을 준다.
이제는 청소년 자원봉사도 점차 바뀌는 모습이다. 김의숙 팀장은 “평소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 뭔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뭔지, 이러한 고민 속에 아이들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봉사활동으로 이어져야 본래 자원봉사활동 취지를 살릴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아이들을 받아줄 수 있는 지역사회의 고민과 자원봉사를 실천하는 학생 및 학부모 모두가 함께 봉사활동의 인식을 바꿔나가야 합니다.”고 강조했다.
실천하는 인성교육에 주안점
앞으로 자원봉사는 형식적인 구호가 아닌 진정한 인성교육 활동에 필요성을 강조해야 한다. 봉사자의 기본교육은 물론 봉사자와 대상자 관리, 활동 내용, 지역사회와 학부모간의 연계성 등이 체계적이면서도 조직화된 활동이 필요하다.
가족봉사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주희 학부모는 “자원봉사활동이 인성을 키우고 남을 배려하며 베푸는 삶을 배우게 해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실제 활동을 다녀온 아이가 힘들어도 보람있었다는 말을 할 때 정말 살아있는 교육이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학부모나 학생들 모두 이제는 즐거움과 보람, 그리고 자신과 지역사회의 발전을 얻고자 노력하는 ‘진정성’있는 봉사활동에 인식을 바꿔나가야 할 때다.
어디서 어떻게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할 지 막연하다면, 청소년자원봉사 홈페이지(www.dovol.net)에서 개인 신청이 가능하다. 지역별, 성별로 나눠 활동기간에 따라 다양한 봉사활동을 신청할 수 있다.
문의 : 063-232-0479
청소년 자원봉사활동 모범사례
김정빈(상산고 3)
주변 사람에게 베풀 수 있는 마음 생겨
고등학교 1학년때 다양한 활동을 해보고 싶어 자원봉사를 시작했습니다. 학습지도활동, 다문화 아동과 함께하는 활동,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활동, 청소년활동기자단활동 등 많은 봉사활동을 하였는데요.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게 학습지도활동입니다.
학기 중에는 일요일, 방학 중에는 토요일과 일요일에 삼천나눔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의 수학 및 과학 학습을 지도했어요.
아이들에게 좀 더 많은 체험을 시켜주고 싶은 마음에 가끔 주변에서 음악회나 전시회가 열리면, 아이들을 데리고 가 유익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체험하고 난 후에는, 서로의 감상을 나누도록 하여 더욱 풍부한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비록 부족한 능력이지만, 현재 초등학생인 아이들에게 공부란 것이 딱딱한 것만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찾아볼 수 있는 모든 것이 공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었고, 공부에 좀 더 흥미를 갖도록 격려하였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에게 항상 꿈과 희망을 갖고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자세를 가르쳤습니다.
학습지도활동은 제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뿐만 아니라, 저 역시 아이들에게서 배우는 활동이었습니다. 봉사활동을 통해 남들에게 배려하고 도와줄 수 있는 마음과 사소한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권구현(남원 성원고 3)
자원봉사로 꿈을 찾다!
사실 저는 중학교 때 꿈도 없이 공부도 잘 못했어요. 고등학교 들어와서 부모님과 함께 가족봉사단에서 장애인 시설에서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차츰 여러 활동을 하다 보니까 ‘경찰관’이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어요. 경찰관은 우리 사회에서 어려운 일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에 자원봉사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죠.
가장 기억에 남는 봉사는 캄보디아에서 한 해외봉사활동이에요. 우리나라 보다 못사는 나라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곳에 간 순간 그런 마음이 무의미하다고 느꼈어요. 캄보디아 학교와 연계해 부실시설을 수리하고 환경을 개선하는 활동을 했어요. 9박10일간 이었지만, 앞으로 살아가면서 좋은 경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평소에는 끈기와 인내가 없었는데, 봉사활동하면서 제 성격에도 변화가 생겼어요. 또 부모님과 함께 하니까 ‘부모님도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라는 생각에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마음이 생겼죠.
자기 마음에서 우러나는 봉사만이 진정한 봉사활동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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