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들은 직장으로 아이들은 유치원이나 학교로 간 시간, 오전 11시. 수원 주부들은 어떻게 자신을 가꿔가고 있을까? 나만을 위한 천금 같은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는 그녀들의 모습, 지금 만나본다.
아츠 온 스크린 음악 감상회 - 숨어있던 감성, 음악으로 되찾아
경기도문화의전당 아늑한 소극장에서는 매달 한 번 오전10시 영상으로 해외 유명 클래식, 오페라, 뮤지컬 등을 평론가의 해설과 더불어 감상하고 있다. 올해는 구스타프 말러의 서거 100주기라 그의 서거일이 있는 5월은 말러가 주인공이 됐다. 주부의 눈높이에 맞춘 해설은 인간의 구원, 기쁨, 절망을 전해주는 말러의 음악을 한결 친근하게 만들어갔다. 브런치가 제공되면서도 관람료는 다른 시간대보다 훨씬 저렴한 ‘아츠 온 스크린’ 음악회는 음악을 즐기려는 수원주부들의 훌륭한 문화공간이 되고 있었다.
공연이 끝나고 임수영(43)씨, 권혜연(42)씨, 김정미(43)씨, 박은영(43)씨는 브런치를 먹기 위해 모여 앉았다. 나이도 아이들의 학년도 엇비슷한 이들에게 한 달에 한 번 음악회 나들이의 의미는 크다. 외모에서부터 평소 편한 차림을 과감히(?) 포기하고 한껏 치장하며 자신을 가꿔보는 특별한 시간이다. 수영씨와 정미씨는 해설이 있으니 음악상식에 대해 배우고, 감상만 하는 것보다 지루하지 않아서 좋단다. 음악에 대한 이해가 먼저 이루어져 선율들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고. 혜연씨는 어느새 자신에게 다가온 클래식이 없으면 잠들지 못한다. 은영씨의 경험담도 이어진다. 아이가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지만 클래식을 잘 몰랐다는 그녀. 악기별로 친절한 설명을 덧붙여주니 더 열심히 듣게 돼 아이와 소통의 고리를 마련했다. 은영씨의 정곡을 찌르는 한 마디에 웃음이 터진다. “커피 마시면서 수다 떨 시간인데 수다보다 보람 있고 마음도 정화되잖니? 잊혔던 감성도 되살리고….” 위대한 음악에서 얻은 감동은 쉬 사라지지 않는다는 그녀들. 공연장을 찾아 좋은 음악에 푹 빠져서 집으로 돌아가면 에너지가 충전되는 것 같단다. 그 에너지는 가족에게 고스란히 되돌아가 재사용 된다. “오전 11시는 나를 충전시키고 또 다른 인생이나 직업을 개척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인문학 미술강좌 - 그림 읽으며 내 마음도 따라 읽기
수원만큼 인문학 강좌가 활기를 띠고 있는 곳도 드물다. 좋은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는 기회가 그 만큼 많다는 얘기. 북수원도서관의 ‘그림읽기, 마음읽기’는 매주 화요일에 만날 수 있는 강좌다. 4월부터 ‘어려운 미술 쉽게 감상하기’로 시작해 동양화를 중심으로 한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을 전해 주고 있다. 무언가를 다시 배운다는 신명으로 강의실을 가득 채운 주부들의 열기는 뜨겁기만 하다.
수업 내용만큼이나 진진한 눈빛의 그녀들 조은희(40)씨, 이문숙(40)씨, 박정화(39)씨, 김나경(48)씨를 만났다. 역사 스터디를 해 오다 인문학 쪽으로도 지평을 넓혀보고자 참여했다는 은희씨는 엄마가 공부하면서 아이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 좋단다. 서양미술은 강좌나 전시회를 통해 많이 접근해봤지만 우리 그림은 기회가 드물었다는 문숙씨. “가까운 곳에서 강좌가 열려 행복하다. 인문학, 역사 공부를 하면서 우리 것에 대한 애정이 더 많이 생긴다”고 자신의 변화를 설명한다. 정화씨는 미학적인 부분과 연관시켜 설명하고 강의에 한자풀이도 함께 들어가니 보는 시야도 넓어지고 관심도 다양해졌다고. 이론적으로 아는 것보다 구체적인 그림을 통해 하나하나 설명을 해 주니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나경씨의 얘기도 있었다. “오전 11시는 ‘그냥 휴식을 취하느냐, 나를 채우느냐’하는 선택의 시간이다. 자신을 발전시키고 앎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 나간다.”
챠밍 댄스 - 스텝 한 번, 웃음 열 번, 건강을 향해 앞으로~
마사회 수원점에는 매주 수요일 오전 11시에는 흥겨운 음악이 흐른다. 이들이 함께 하는 것은 챠밍댄스. 격렬한 몸놀림이 없고 관절을 부드럽게 해 주기 때문에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할 수 있다. 유연하고 건강한 몸을 만들어 주는 장점 외에 함께 하다보면 웃음으로 유쾌한 삶을 열어가는 열쇠가 되는 이 댄스, 참 매력적이다. 마사회뿐만 아니라 주민자치센터나 문화센터 등에서도 수강생이 넘쳐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몸도 마음도 즐거운 김미자(51)씨, 한은옥(49)씨, 김명희(51)씨, 곽한순(53)씨는 활기차 보였다. 미자씨는 소극적인 성격이라 남과 어울리기가 힘들었는데 챠밍댄스를 통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게 됐다. 마음이 밝아지면서 웃음이 많아졌다는 한순씨. 많은 춤을 섭렵해 트로트의 리듬도 요즘 아이돌들의 노래도 거뜬히 소화해내는 자신이 기특할 따름이다. 댄스가 운동이 될까하는 마음에 처음에는 집에서 반대했다는 명희씨는 “생활의 활력소고 기쁨이다. 혼자라도 언제, 어디서나 가능해 몸매관리를 수월하게 할 수 있다”고 은근 자랑이다. 은옥씨는 봉사를 말한다. 마사회문화센터 개강 때부터 챠밍댄스 공연팀을 만들어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그녀는 마음의 뿌듯함과 행복감을 동시에 맛본다. 몸이 불편한 분들이나 어르신들께 잠시 나마 즐거움을 나누어 드리면 그것이 바로 삶의 보람이기 때문이다.
“오전 11시는 내가 좋아하는 분야를 열심히 하면서 몸과 마음의 건강을 찾는 시간이다.”
권성미 리포터 kwons02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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