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담은 건강한 제철 밥상
‘철없이 먹으면 철이 없어지고, 제철 먹을거리를 먹으면 싱싱해지고 먼 나라를 돌아온 걸 먹으면 제 자리에 있지를 못하고 제 나라 제 땅에서 나온 걸 먹으면 제 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먹는 게 바로 그 사람이다.’
제철 먹을거리를 강조한 책『자연 그대로 먹어라』(장영란 저)에 나오는 말이다. 올해 초, 고봉산 자락에 문을 연 ‘화선 한정식’은 꼭 이런 마음으로 음식을 만드는 곳이다.
제철 먹거리로 차린 보약 밥상
화선 한정식은 제 철, 제 땅에서 나는 약이 되는 먹거리로 상을 차린다. 강원도, 전라도 아니 그 어디라도 달려가 제 철에 나는 가장 좋은 것들을 직접 구해 온다. 요즘 같은 봄에는 민들레, 씀바귀, 엄나무순과 두릅, 방풍나물, 자연산 취를 구해 산채 한정식을 만든다. 열두 가지 나물이 들어가는 산채한정식은 이렇게 온 땅을 돌아다니는 정성을 양념 삼아 탄생한다. 거기에 메밀전, 호박샐러드, 옛날식 잡채와 해파리 샐러드, 야채육수로 끓인 불고기 전골에 바비큐 쌈채 까지 푸짐하게 차린 산채한정식 한상 차림의 가격은 1만원이다.
자연식단이 주는 건강한 기운에 한 번, 저렴한 가격과 푸짐한 인심에 또 한 번 놀라는 곳, 화선 한정식이다.
화선의 음식 맛은 직접 담근 어머니 장 맛
집집마다 메주 띄워 장 담그던 때가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닌데 요즘 사람들에게는 ‘참 어려운 일’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화선에 가면 옛날 어머니들이 대대로 물려주던 비법을 그대로 간직한 장이 살아 있다. 바로 이성단 대표의 친정어머님이 만드는 간장, 고추장, 된장이다. 어머님의 손맛을 물려받은 이대표는 천연 조미료와 효소, 장아찌를 직접 만든다. 인공조미료는 발붙일 곳이 없다. 요즘 사람들 좋아하는 ‘핸드 메이드 웰빙’이 멀리 있지 않았다. ‘오래된 미래’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 겨레가 즐겨 먹던 음식과 생활 방식이 어쩌면 우리가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비결인지 모른다.
산채한정식과 계절음식, 일품상까지 푸짐
직접 만드는 장에 천연조미료를 넣어 만드니 재료의 역할이 크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산채한정식과 한방 백숙, 한방 오리다. 백숙과 오리요리에 들어가는 약재는 정선과 양양 산지에서 직접 구해온다. 보약처럼 만드니 손님들이 건강해지는 기분이라고 좋아한단다. 제주갈치조림에는 제주에서 직송받은 갈치가, 계절 별미 꼬막 정식에는 벌교 꼬막이 들어간다. 산채한정식에 갈치조림, 간장게장, 소갈비찜 등이 포함된 메뉴가 있으니 좋아하는 요리를 선택해 주문하면 된다.
계절 음식으로 나가는 곰소젓갈정식, 일품상에 올리는 찜닭과 궁중갈비찜, 한방오리백숙도 인기다.
버섯 매운탕도 독특하다. 자연산 능이와 송이, 싸리버섯을 공수해 보양식으로 만든다. 버섯 매운탕이라면 대개 깔끔한 맛을 떠올리지만 화선은 얼큰하게 준비한다. 자연산 버섯과 재배 버섯으로 만든 두가지 종류가 있다. 자연산 버섯 매운탕은 보약처럼, 재배버섯 매운탕은 저렴한 가격으로 편안하게 맛볼 수 있다.
상견례 잔치 생일상…귀한 손님 모실 때는 맞춤음식
화선한정식은 음식 뿐 아니라 집 꾸밈도 우리 것 그대로다. 밖에서 보면 ‘한옥에서 모티브를 얻었구나’싶은 평범한 집으로 보인다. 놋쇠로 고리를 만든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기역자 구조의 기와 집에, 정원이 있는 마당, 손님이 머무는 사랑방까지 한옥의 구조를 갖췄다. 온돌방은 따뜻하게 혹은 별도로 식사할 수 있어서 좋고, 마당은 마루위에 테이블을 설치해 시원한 느낌이라 좋다. 사랑방처럼 보이는 나머지 공간은 호젓함이 느껴진다. 테이블마다 한복에 쓰는 고운 천으로 살짝 살짝 가려주는 감각이 맘에 든다. 나뭇가지에 커튼 장식을 고정시킨 것은 또 누구의 아이디어일까.
집 천정에도 의자 등받침에도 격자무늬 창살문을 문고리 째 달았다. 한지를 붙인 것은 물론이다. 은은한 조명에 실내도 한결 부드러워 보인다.
열린 구조로 된 집 마당에는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들려 마음을 시원하게 한다. 마치 오랫동안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외가집에 들어선 것 마냥 편안하다. 상견례와 돌잔치, 귀한 손님 모시는 자리로도 손색이 없겠다.
귀한 손님을 모실 때는 예약 손님에 한해, 특별 메뉴를 준비한다. 말하자면 맞춤 상차림이다. 생일상을 차릴 때는 미역국을, 귀한 손님을 모실 때는 전복이나 홍삼 같은 특별식을 낸다. 가자미찜을 광어찜으로 바꾼다거나 메인 고기 요리를 아구찜으로 바꿔달라는 주문을 받으면 도깨비방망이처럼 자리와 격식에 맞게 뚝딱 차려낸다.
***Mini Interview - 화선한정식 이성단 대표 (자연요리 경력 18년)
“제철에 맞는 음식을 찾다 보면 여행도 자연스럽게 하게 돼요. 계절에 맞는 약재 찾아 강원도에 가고, 나물 사러 지리산에 갔다가 벌교 들러서 꼬막을 공수해 오는 거예요. 우리 재료로 제철에 맞는 음식을 보약 밥상으로 차려내고 있어요. 자연의 기운을 받아서 먹으면 그게 곧 건강이잖아요.”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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