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사람들 - 유기농 녹색가게 ‘신시’ 권희범 대표
“가게를 하면서 남는 것은 돈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건강, 환경, 교육에 대한 올바른 정보 교류
유명 교육업체에서 지점장만 16년 넘게 하던 한 회사원이 명퇴를 했다. 그리고 그는 평소 관심 있었던 환경운동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한 가족의 가장으로, 두 딸의 아버지로서 책임도 포기 할 수 없었다.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하던 그는 아내의 유방암 수술 후 단골이 된 유기농 가게를 직접 맏기로 했다. 하지만 마음처럼 쉽지는 않았다. 차려준 밥상에 숟가락만 놓으면 살았던 그에게 청소부터 물건정리까지 일일이 해야 하는 가게 운영은 그야말로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그의 가게는 많은 이들의 사랑방이 되었다. 암으로 고생하는 환자와 가족들,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 그리고 아이들 교육을 고민하는 부모들까지 그의 가게를 찾는다. 고맙다며 들기름 짜서 갖다 주고, 김밥 싸다 갖다 주며 물건을 사가는 손님들... “가게를 하면서 남는 것은 돈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유기농 녹색가게 ‘신시’의 권희범 대표를 만나봤다.
‘건강’의 비결을 아픈 손님에게서 배운다.
퇴계동 **에 자리잡은 유기농 녹색가게 ‘신시’의 문을 열자, 너무나 좋은 인상의 권희범 대표가 생강차를 한 잔 권한다. “생강차는 우리 몸속 각종 오염 물질을 해독시켜 줍니다. 따뜻하게 한 잔 하세요.” 암이나 아토피 환자 등 건강을 생각하는 손님들이 대부분인 그의 가게는 말 그대로 유기농 전문 가게. 권대표 역시 유방암을 앓았던 아내 덕에 단골손님으로 이곳과 인연을 맺었다.
건강할 때 건강을 챙기면 좋으련만, 아프거나 병이 생긴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는 이곳. 때문에 권대표는 환자들의 아픈 사연부터 치료 방법까지 수많은 이야기들을 듣게 된다. “그런데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 이야기가 다른 손님에게 꼭 필요한 정보일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그는 환자 가족들과 함께 경험을 나누기 시작했다. 도움이 되는 책을 같이 읽기도 하고 정보를 교류하기도 했다. 특히 암환자나 가족들은 일부러 그의 도움을 얻고자 들르기도 한다. 어떻게 하면 치료가 효과적일지 건강에 대한 정보도 나누지만, 같은 아픔을 겪어 본 사람으로서 마음의 위안과 위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을 되찾은 손님들을 보며 큰 보람을 느끼기도 하지만 하늘나라로 먼저 보내는 가슴 아픈 경험을 하기도 한다는 그는 환경 공해와 음식에 의학 화학독을 해독할 수 있는 황태, 생강차, 미나리, 녹두, 마늘, 검은 콩을 좋은 음식으로 꼽았다.
우리는 ‘자연’의 이자로만 세상을 살아야한다.
사실 권대표가 ‘신시’를 운영하게 된 계기는 환경운동의 영향이 컸다. 춘천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을 역임하고 있는 그는 “가게를 운영하면서 보다 주체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유기농 먹을거리는 환경을 떠나서 생각할 수 없다고 했다. “사실 환경 운동은 생활 속에서 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나는 제철 유기농 식품을 먹는 것이야말로 좋은 환경운동인 셈이죠.”
시골의 가난한 농사꾼의 아들로 자라면서 환경의 중요성을 몸으로 느꼈다는 그는 최근 이루어지는 난개발에 대해 큰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그는 자신의 고향이기도 한 구만리 골프장 건설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토로했다. “구만리는 물이 귀한 곳입니다. 지금 골프장 구지로 지정된 곳 밖에 물길이 없죠. 하늘 다람쥐도 서식하는 곳입니다. 그곳에 물이 다 말라버린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인간이 자연과 잘 융화해 가야하는데, 과도한 욕심으로 자연의 역습을 초래하고 있다는 그는 박경리 선생의 자신의 마음을 박경리 선생의 말로 대신하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자연의 이자로만 세상을 살아야지, 원금을 까먹으면 끝이야. 땅을 훼손해서는 안돼.’
‘교육’의 궁극적 목표는 행복하게 사는 삶입니다.
건강과 환경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함께 나누고 싶다는 권대표. 그런데 그에게 또 다른 이야기를 듣기 위해 찾는 손님들이 있다. 바로 자녀 교육이다. 교육업체의 경력을 생각하면 교육 전문가이기도 하지만 그의 교육 철학은 두 딸을 훌륭히 키워낸 살아있는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때문에 그의 조언을 얻고자 일부러 아이와 함께 찾아오는 손님도 있다. “제 역할은 주로 부모들의 마음을 한 두 발 물러나게 해주는 것입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언제나 꿈에 대해서 이야기 했습니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묻고, 해달라는 것만 해주었죠. 그러면 제 삶의 주체가 되어 자신의 인생을 살아갑니다. 부모는 아이를 격려하고 지원할 수 있는 후원자이자 가까운 동반자가 되어야 합니다.”
두 딸이 틀에 박힌 생활보다는 좀 더 창의적이고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권대표는 “교육 상담을 해줬던 아이들이 잘 성장하고, 아팠던 손님들이 건강을 되고, 환경에 대한 생각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게 되는 것이 유기농 녹색가게 ‘신시’의 존재 이유이자 보람”이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문의 유기농 녹색사게 신시 262-6232
현정희 리포터 imhj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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